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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아영 Jan 10. 2018

평화교육이 뭐예요?

평화교육, 그 마성의 주제에 대하여 

브런치를 만들어두고 기웃기웃하다가 

이 공간에서 제가 가장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주제에 대해 나누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이 공간은

평화와 교육에 대한 이야기들로 채워가려고 해요.


2017년 9월을 지나며 

평화교육프로젝트 모모라는 이름으로

단체를 설립하고 활동한지

6년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작년부터 평화교육프로젝트 모모는

"피스모모"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지요.


피스모모와 함께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하면서

평화교육이라는 말과 더불어 인사를 드리게 되었고

그 때마다 따라오는 반응이 있었어요.


"그런게 있어요? 허허, 신기하네."

"아이고 좋은 일 하십니다! 고생 많으시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근데 평화교육이 뭐예요?"



+



저와 제 대학원 동기인 S는 단체 창립멤버인데요.

동갑내기 20대 후반 두 여성이

해외유학도 다녀와서는 취업을 안하고

땡전 한 푼 없는 상태에서

'평화교육단체'를 설립한다니까

주변에서 정말 걱정이 많으셨던 것 같아요.


다들 밥은 먹고 다니냐고 물어보시고

어쩌다 마주치면 근심스러운 얼굴로

안부를 묻곤 하셨죠.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 전 직장 동료들이

"그래서 요즘 뭐해?"라고 물어올 때면

대략 이런 대화가 오고갔습니다.


"응, 단체를 설립했어."

"무슨 단체?"

"평화교육단체"

"평화교육? 그게 뭐하는 거야? 전쟁 반대하는 거야?"

"응, 평화교육은 말이지. 전쟁 없으면 평화롭다는 이야기도 하지만 더 넓은 의미의 평화를 이야기하려고 해. 평화를 소극적 평화와 적극적 평화로 분류해서 이야기하는데.."


여기까지 말하게 되면 저를 바라보는 눈동자가

급격히 흔들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용기를 내어 말을 이어봅니다.



"소극적 평화와 적극적 평화는

각각 직접적 폭력과 간접적 폭력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는데

간접적 폭력의 다른 이름은 구조적 폭력이야.

직접적 폭력은...."






차마 더 못하겠더라고요.



정말 평화라는 주제에

관심이 있는 분이 아니고서는

매번 이렇게 길게 설명하고 소개하는 것도

참 난감한 일이어서

저는 이렇게 대답하는 방식을 바꿨습니다.



"응, 평화교육이라고

평화에 관련된 내용들을 다루는 교육인데

우리는 학교 선생님들과 연수 진행하는 단체야"


교묘하게 평화교육이 무언지 설명하지 않으면서도

모두가 만족해하는 응답을 찾은 것 같았어요.


"아! 선생님들 교육하는 단체구나!"

"오! 교사연수! 그렇구나!"

"어울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S와 제가 이 대답에 대해 상의한 적이 없음에도

어느 순간 둘 다 이렇게 답하고 있었다는 거예요.

소오름!!


평화라는 주제가 너무나 거대하고 

다루는 내용도 방대하다 보니 

그 불특정성에 압도되는 듯한 느낌들이 

교사연수라는 명료한 설명으로 치환되면 서로 편안해지더라고요.


평화라는 말은 너무 뻔하고 전혀 새롭지 않은데

막상 평화가 뭘까? 하면 우주에 떠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전쟁 안하면 평화잖아, 안 싸우면 평화아냐? 라고

간단히 넘어가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싶은 순간들을 만나며

평화에 대한 더 많은 목소리, 언어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근데 평화교육이 뭐예요?"





이 질문은 언제나 저를 멈추어 서게 합니다.

누군가 이 질문을 하실 것 같은 느낌이 오면

숨을 고르게 돼요.


모모와 더불어 활동한지

5년이 지나가는 지금도 그래요


"평화교육이 뭡니까?"라고 물어보시는 순간,

귀에서 '삐~' 소리가 나면서

또 다른 제가 천천히

제 뇌세포 사이로 걸어들어가

뒤적뒤적 가장 적합한 단어라 생각되는 것들을

주섬주섬 들었다 놓았다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된답니다.








그럼, 도대체 평화교육은 뭘까요?


이 질문을 하게 되면

'평화'는 무엇인가부터 이야기해야 할 것 같지만

그 이야기는 차차 하는 것으로 하고,  

'평화교육'에 대해서 먼저 들여다볼까해요.











1. 평화교육을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았습니다.



평화^교육 (平和敎育)

서로 다른 국민 간의 상호 이해를 깊게 함으로써 세계 평화를 유지하는 데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 활동.



국립국어원 홈페이지


표준국어대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학습자는 "서로 다른 국민"이 될 것이고 교육내용은 그런 국민들"간의 상호 이해를 깊게 해서" 교육목적인 "세계평화를 유지하는데 기여"하는 것이 평화교육인데요.


과연 이 정의로 충분할까요?

다른 곳에서는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더 찾아보았습니다.








2. Peace education을 구글링해보니 위키피디아에는 이렇게 정의되어 있네요.


Peace education is the process of acquiring the values, the knowledge and developing the attitudes, skills, and behaviors to live in harmony with oneself, with others, and with the natural environment. 평화교육은 자기 스스로와 타인, 자연환경과 더불어 조화롭게 살기 위한 가치와 지식, 태도, 기술, 습관등을 습득해가는 과정이다.




Wikipedia에서 Peace education으로 검색했을 때 - https://en.wikipedia.org/wiki/Peace_education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정의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지요?

(혹시나 해서 위키피디아에 한글로 '평화교육'을 검색하니 평화교육이라는 카테고리는 아직 없네요.)


위키피디아에서 '평화교육'으로 검색해보면









3. 유네스코(UNESCO)는 평화교육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어요.


Education for non-violence and peace includes training, skills and information directed towards cultivating a culture of peace based on human rights principles. 비폭력과 평화를 위한 교육은 인권 원칙에 기반한 평화의 문화를 육성?하기 위한 훈련, 기술 및 정보가 포함된다.



출처: UNESCO's work on education for peace and non-violence: building peace through education; 2008



유네스코 자료의 평화교육 정의에는 "non-violence, 비폭력", "culture of peace, 평화의 문화",  "based on human rights principles, 인권 원칙에 기반하여"와 같이 위키피디아 정의에는 없었던 새로운 표현들이 등장합니다. 이 표현들은 평화교육에 대해 이야기 나누면서 여러번 언급하게 될 단어들이예요. 앞으로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겠지요? ;)










4. 유니세프(UNICEF)는 평화교육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요?




Peace education in UNICEF refers to the process of promoting the knowledge, skills, attitudes and values needed to bring about behaviour changes that will enable children, youth and adults to prevent conflict and violence, both overt and structural; to resolve conflict peacefully; and to create the conditions conducive to peace, whether at an intrapersonal,interpersonal, intergroup, national or international level. 유니세프의 평화교육은 어린이, 청소년 및 성인이 분쟁과 폭력을 명백하고 구조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행동 변화를 가져오는 데 필요한 지식, 기술, 태도 및 가치를 촉진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분쟁을 평화로운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 개인의 내면, 사람과 사람 사이, 집단 간, 국가적 또는 국제적 차원에서 평화에 도움이 되는 조건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유니세프의 평화교육 정의는 유네스코의 평화교육 정의와도 조금 다릅니다. 유니세프는 The United Nations Children's Fund라는 긴 이름이 축약된 명칭인데요. 어린이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기관임에도 평화교육을 정의하는데 있어 어린이, 청소년과 성인을 굳이 언급한 것과 "분쟁과 폭력의 명백하고 구조적으로 예방하는 행동변화", "분쟁의 평화로운 해결", 다층위-다차원적으로 "평화에 도움이 되는 조건을 조성"등을 언급한 지점이 인상적입니다. 앞서 소개한 세가지의 정의와 비교했을 때 유니세프의 정의가 가장 포괄적이면서 종합적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본 정의가 담긴 자료에서 유니세프는 이와 같은 평화교육의 정의가 유니세프가 분쟁 등 긴급재난현장에서 진행했던 평화교육 활동에 기반하여 도출되었다고 부연하고 있습니다. 









평화교육을 무엇이라 생각하면 좋을까요?


유엔은 2001년부터 2010년까지를 '국제 평화의 문화 및 세계 아동을 위한 비폭력의 10년(International Decade for a Culture of Peace and Non-Violence for the Children of the World, 2001-2010)으로 선언하고 평화교육 확산을 도모하기도 했었는데요. 제 개인적인 관찰로는 2010년이 지나면서 '평화'라는 주제는 세계시민교육의 세부주제 정도로 축소되어 인식되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싶습니다.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군비축소(disarmament)나 비무장(demilitarization)에 대한 논의는 지지부진하고 문화적인 차원에서 군사주의(militarism)가 교육과 미디어를 통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도 부족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앞서 언급된 평화교육의 정의들을 바라보면 채워져야 할 빈 영역들이 눈에 들어오지요.   


굳이 하나의 완벽한 정의를 가질 필요는 없겠지만, 평화교육이라고 이름 붙여지는 분야에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평화교육을 둘러싼 다양한 목소리들을 찾아보는 것은 의미있는 작업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평화교육에 대한 개념적 정의를 만났을 때, 거기서 삭제된 것, 빠진 것, 포함되지 못한 것이 무엇인지 질문하며 채워보는 작업은 평화교육에 대한 언어들을 더욱 풍성하게 할 것이고요. 


더불어 내가 생각하는 평화교육은 무엇인지 평화교육에 관한 자기의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피스모모와 함께 활동해오면서 "평화교육이 무엇"인지 물어오시는 분들께 부족하나마 제가 나누고 있는 저의 언어가 생겼는데요. 저는 평화교육은 '다른 존재의 고통에 내가 어떻게 연루되어 있는가? 하는 질문에서 출발하는 배움이며 덜 폭력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한 자기 몫을 기꺼이 담당하기 위한 끊임없는 자기 변화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음, 대부분 서구권 외국인들의 말을 인용한 것이어서 아쉽지만 평화교육을 자기의 고유한 언어로 이야기했던 몇몇 사람들의 말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평화교육에 대한 첫번째 글을 마무리 할까 합니다. 어디선가 평화교육을 고민하고 계시는 누군가와 연결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으면 참 좋겠어요. 그럼, 다음 글에서 만나요!


 











평화교육이 지향하는 평화로운 세계는 갈등이 없는 세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이 가능한한 모든 사람에게 만족스러운 결과가 되도록 해결되고, 더이상 '내가 이기면' 자동적으로 '당신은 질 수 밖에 없는' 사회구조가 아닌 사회를 의미한다.

- 길 펠, Gill Fell








평화교육의 주된 목적 중의 하나가 학생들이 개인적, 사회적 문제에 있어서 이성적 결정을 내리고 민간단체와 정치단체들에게 그들의 정책들이 합리적 기초에 바탕을 두고 일반시민의 감시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이 되게끔 요구할 수 있는 자율성의 개발이다.

- 패트리샤 화이트, Patricia White








Peace education is the attempt to promote the development of an authentic planetary consciousness that will authentic planetary consiousness that will enable us to function as global citizens and to transform the present human condition by changing the social structures and patterns of thought that have created it. The transformational imperative must be at the center, both in Knowledage and values. (평화교육은 전 지구적 관점에서의 진정한 의식, 즉 현재의 인간상태에 의해 만들어진 사회 구조와 사고 패턴을 변화 시킴으로서 현재의 인간 상태를 변화시킬 수있고 우리가 세계시민으로서 역할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지구적관점에서의 의식의 발전을 촉진하려는 시도입니다. 지식과 가치의 측면 모두, 변혁적이어야 할 의무가 항상 그 중심에 놓여있어야만 합니다.)

- 베티 리어든, Betty Reardon








Peace education is the pedagogical efforts to create a world at peace. By peace, we mean more than the absence of violence.(평화교육은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위한 교육적 노력이다. 평화라는 단어는 폭력의 부재, 그 이상을 의미한다.)

 - 요한 갈퉁, Johan Galt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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