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에 육아휴직을 얹은..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을까? 어려운 시장 경제의 탓일까?
사람이 하는 일을 시스템에 담고 규격화하려 7년간 우리는 여러 방법을 시도했었다. 오랜 시간을 들인 덕에 브랜드로서 자리를 잡았고, 관련 업계의 대기업도 우리를 따라 하고 모방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견제하는 서비스였다.
하지만 알아주는 것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동네에 새로 생긴 빵집도 처음엔 이목을 끌지만 계속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건 그 가게만의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만의 그 무언가를 찾지 못했던 걸까. 시장을 바꾸고 싶었던 우리의 노력과 기대와는 다르게 시장의 벽은 견고했다.
서비스가 한창 성장 중일 때 여러 갈래의 선택지가 있었다. 누구는 작은 매장을 지역별로 분포시켜야 한다고 했었고, 누구는 창고형 매장을 크게 세워야 한다고 했었다. 또 누구는 시스템에 더 투자해 효율화를 시켜야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회사의 결정은 바로 돈으로 이어진다. 그렇기에 결정을 내리기까지 수많은 근거들을 확인한다. 우리가 왜 이런 결정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타당성을 입증하기 위해서. 모두가 자기 말이 맞을 것이라 가볍게 던지지만 결정은 무겁다.
아마 회사의 선택은 그중 가장 최선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 선택의 결과로 인해 인원 감축을 단행해야 했고 내가 뽑은 팀원도 회사를 나가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었다. 시작하고 사람들을 끌어오는 온보딩과정도 중요하지만 헤어짐의 온보딩 과정도 중요하다.
10억을 들여 만든 사무실과 매장을 다시 철거하는 작업에 손을 보태고 있자니 기분이 묘했다. 고객들이 좋아할 거라며 고민했던 흔적들을 어떻게 하면 제 값을 치르고 철거할 수 있을지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이 상황이. 이 헤어짐의 과정은 어디서도 겪어보지 못할 소중한 것이라고 나를 위로하기도 했다.
회사가 축소되고 사무실을 서울이 아닌 지역으로 이전하며 회사에는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에게만큼은 단순한 직장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회사였지만, 모두 나와 같을 수는 없으니까. 복지와 월급만을 바랐던 동료들은 하나둘씩 회사를 떠났고, 이 상황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타이밍을 놓친 사람, 혹은 좀 더 회사의 성장을 보고 싶어 버텨보고자 하는 사람들만이 남게 되었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개발자들은 또 우수수 퇴사했고 서비스를 유지하는 정도가 되었다. 이런 상황 속에 뱃속의 나의 아이는 무럭무럭 커서 이제 임신 36주 차.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쓸 수밖에 없는 시점이라 나마저도 회사에 휴직계를 냈다.
우리 회사가 도전했던 시장은 계속해서 변하고 있고, 우리의 서비스가 꼭 필요한 그 상황이 올 것이라 믿는다.
그때는 다시 도전해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