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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힝맨 Dec 02. 2021

오늘의 꼰대짓, 꿈은 까치밥

멀고 어려운 꿈보다 가까운 행복이 나은 것은 아닐까

어릴 적 시골에서 감을 딸 때조차

강박증에 걸린 사람처럼

한사코 모든 감을 따려들었다.

어른들은 따기 어려운 자리는

까치밥으로 두라며 말리곤 하셨다.


현명하셨던 어른들은,

모든 것에 욕심 내지 않고 만족할 줄 아는 태도와

다른 생물과 공생하는 방법을 가르쳤던 것일텐데.

건방지게도 꿈이란 것이

까치밥과 같은 것은 아닐지를 생각한다.


가장 높이, 가장 꼭대기의, 

따기 어려운 열매를

남겨두는 까치밥처럼


사실은 가장

가져가기, 거두어가기 어려운 것이라

쉬운 것들은 다 거두어가고

마지못해 선심쓰듯

허황된 것을 남겨놓은 것은 아닐까.


그래서 수많은 위선자들은

꿈을 가지라고 꿈을 쫓으라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행복은

그것보다 쉽게,

가까이에서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정의로운 세상보다

배려가 넘치는 세상이 되길 바랬다.

그 꿈을 위해 살았다. 그렇게 10년 쯤 살았다.


그 결과

세상에 좁쌀만한, 벼룩에 간 만한 

기여를 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체력을 대출한 댓가로

시도 때도 없이 아픈 몸을 얻었고,

가족의 생계를 저당잡아

가난에 찌든 가족들의 원망을 얻었다.


그저 평범하게

손 뻗으면 닿는 열매들만 가져왔다면,

우리 가족은 조금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그리하여 꼰대짓임을 알면서도,

젊은 날 가장 싫어했던 말들임을 알면서도,

어린, 젊은 친구들에게

현실을 살라고 조언하는 것이다.

1%도 안되는 꿈따위 잊어버리고

손 닿는 곳의 열매와 행복들을 가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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