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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상반기 탐색결산

책 16권, 영화 4편, 뮤지컬 3편의 대장정

by 오르 Orr



2025년의 절반이 또 흘러갔다. (사실 쓰는 시점은 7월 말이니까 지나간 지는 오래 기도 하다). 어떻게든 책과 영화를 놓지 않으리라 결심했는데 썩 쉽지 않았다. 서툰 사람이 하는 레이싱 게임을 보듯 어딘가에서는 급발진 과속으로 전력질주 하다가 어떤 순간에는 온갖 벽에 쿵쿵 박아가며 속도를 내지 못했다는 얘기다. 그래도 끊임없이 휘발되는 이 세상에서 다시 한번 뭘 읽고 보는 시간을 가졌는지 남겨보려고 한다.


책 - 16권, 뭐 이렇게 소설만 읽었는지


이처럼 사소한 것들

올해 첫 책으로 읽겠다고 벼르던 책. 무슨 내용인지 아무것도 모르고 봤는데, 개인이 가지고 있는 심리적 갈등이 세심하게 잘 풀려있는 책이다. 어떤 부분에서 고심하고, 어떻게 합리화하다가, 결국 결심까지 이어지는 그 흐름에 깊게 이입할 수 있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결국은 원하던 결말로 전개되어 더 반가웠다.


라이프 임파서블

으음.. 너무 이상향에 가까운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추천했다는 추천사만 보고 읽기 시작하긴 했는데 기묘하게 이거 저거 섞여있어서 막상 감동을 받진 못했다. 하지만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고 싶다면 가볍게 읽기 좋다고 생각한다. 특히 챕터가 전반적으로 짧아서 더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작은 땅의 야수들

'이거 정말 잘 쓰인 책'. 읽을 때도 그랬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도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많은 인물이 나오면서 그 삶들이 한 번에 인지되는 게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오랜만에 그런 감상을 느꼈다. 누구 하나의 인생이 튀지 않고 모두의 살밍 말 그대로 '삶'으로 다가왔다. 이런 느낌은 혼불 이후로 처음이었다.


한 말씀만 하소서

보는 내내 어떡해, 어떡해 하고 탄식하면서 읽었던 책. 자식을 잃은 그 마음을 어쩌지도 못하고 쏟아내듯 쓰인 글이 슬펐다. 혼란했다, 슬펐다, 이해했다, 다시 무너지는 시간들을 읽으면서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파서 책장을 넘기기도 조금 버거웠던 책.


드래곤 티스

남자들의 로망은 다 여기 있어요,라는 말과 함께 추천받아서 읽었던 책이다. 서부시대, 모험, 화석발굴, 경쟁, 배신, 의리, 여자까지 진짜 온갖 낭만으로 점철시켜 놓은 책 같기도 하고. 서부시대 배경의 책은 읽어본 적이 없는데 개인적으로 정말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영화화되어도 재밌었을 것 같다.


입에 대한 앙케트

한 손에 쏙 들어오는 몇 줄 안 되는 책이다. 표지나 설명처럼 엄청 무섭지는 않지만 마지막에 헐, 이거 뭐야? 하는 정도의 반전은 있는 책.


나는 의심한다, 고로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정말 어렵게 읽었던 책이다. 회의주의자의 사고법을 써놓은 책인데, 사람들이 으레 "당연하다"라는 생각을 하는 것들을 반박하거나 반박하게 된 계기를 말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내용이 어렵다거나 하기보다는 전혀 가져본 적 없는 태도를 가진 사람의 이야기를 이해하려니 어려웠던 것 같기도. 그렇다고 억지를 잔뜩 부리는 책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걸 읽고 SNS의 차고 넘쳐나는 정보들을 한번 걸러서 이해하는 습관이 들었다.


바람이 분다, 가라

한강작가가 노벨상을 타셨으니까요... 이거면 모든 이유가 설명되지 않나. 아무튼 내용 자체는 단순 추리소설? 같은 느낌인데 한강작가의 문체가 참 책을 심연으로 끌어내린다. 정신 차려보면 가벼운 내용 같은데 깊게도 이입해서 읽었다.


도가니

어렸을 때 이 영화가 개봉되었는데 그때는 나이 때문에 읽진 못했고, 문득 한 번은 읽어봐야 하지 않나 싶어서 읽었다가.. 거의 분노에 차서 책을 덮었다. 무슨 말을 하기가 두려울 정도다. 다만, 이 나라에서 이런 악마 같은 인간들이 있었다는 건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다. 나는 굉장히 오랜만에 이유 없이 누군가를 위해 기도했다.


세뇌살인

엄~청~ 잔인하고 가스라이팅의 역작이라고 한 거치곤 약간 용두사미 느낌이 있다. 다만 실화를 기반으로 한 것이라는 게 어느 정도 흥미를 불어넣는 데에 영향을 끼쳤다. 그러니까 책으로 보기엔 그렇게 자극적이진 않은 것 같은데 실제로 있는 일이라고 할 때는 너무 무서운.. 그 정도.


혼모노

가볍게 읽기 좋은 소설. 넷플릭스보다 재밌냐 하면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만, 오랜만에 날것의 문체를 가진 소설을 읽었다. 기묘한 불편감이 오래 마음에 남기도 하는 책.


콘클라베

마지막 10% 분량에 모든 게 몰아친다. 사실 처음에 딱히 정보를 모른 상태로 봐서 나는 교황이 되기 위한 치정극이라도 되나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런 느낌은 아니다. 신앙이란 무엇인지, 어떤 태도를 견지해야 하는지, 인간이 신앙 안에서 어떤 것을 합리화하고 어떤 용기를 얻는지... 같은 것들을 느끼면서 음, 좋은 책이네-라고 생각했다가 마지막 챕터에서 완전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책을 읽는 동안 별생각 없다가, 덮자마자 생각이 물밀듯이 쏟아지는 책,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그냥 다들 좀 그러지 좀 마... 사람이 사랑 앞에 얼마나 연약한가, 결핍 앞에 얼마나 쉽게 쓰러지는가? 삶은 얼마나 가볍고 가벼운 것은 얼마나 육중한가? 뭐 이런 생각이 들긴 하는데, 읽는 내내 아니 그냥 좀 그러지 마..라는 생각만 했다.

채식주의자

한강작가님이 노벨상을... 22. 다만 사람들이 이 책은 사회적 소수에 대해 얼마나 강력한 폭력이 부여되는지를 표현한 책이라고 했는데,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게 다인 책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채식이라는 것을 넘어 자아 자체가 완전히 달라진 사람이 헤매는 것과 그것을 이해하고,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하려 하지 않는 모든 인격체들이 있다.


빛과 실

한강작가님이 노벨상을... 33... 절망이 유난히도 선명한 한강 작가의 책 중 (이건 소설이 아니지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일상 산문. 따뜻하고 평안하고 나른하고 차분하다. 읽는 내내 마음이 좀 안정되었음.


클리셰 : 확장자들

클리셰를 깨는 책이라고 해서 너무 의식해서 봤더니 가볍게 읽은 추리소설정도로 마무리. 근데 에피소드가 다 통통 튀고 재밌다. 한 번쯤 읽어보면 시간 보내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 4편, 진짜? 한 달에 한 편도 안 봤다고?

서브스턴스

죽어도 고어영화는 안 보는데.. 이건 연출적인 면에서, 던지는 메시지면에서 모두 읽을 가치가 있다고 해서 술을 마시고 (..) 봤다. 실제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영화였다. 확실히 마지막은 잔인했지만, 고어라는 장르를 수단으로 썼을 뿐 좋은 영화다. 특히 광고업계에서는 영화에서 안 쓰이고 광고에서나 쓰일법한 연출들이 많이 나와서 재밌었다는 후기를 들었다. 나도 내 어린 시절 몸을 체험할 수 있으면 아마 그렇게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서 스스로 반성을 많이 했다.



미키 17

세드릭의 연기가 미쳤다... 정도로 마무리했다. 생각보다 영화가 무겁거나 우울하지 않지만 중간중간 오케스트라 BGM이나 위트 있는 연출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온갖 걸 다 넣어놔서 뭘 봐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나는 오히려 그게 좋았다. 온갖 걸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역량도, 그게 썩 불편하지 않은 것도 다 능력이에요. 근데 로버트 패틴슨 연기는 진짜 인정. 그렇게 늘었는지 몰랐습니다.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

하라가.. 헷타.. 처음에는 왜 이렇게 맹목적으로 다정하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불편했는데 뒤로 갈수록 그 다정히 좋았다. 그냥 좀 그럴 수 있지 않나 싶기도 하고.


케이팝 데몬 헌터스

하~도~ 다들~ 마이리를소다팝거리길래~ 재밌진 않았으나 흥미롭긴 했다. 보면서 어 여기 한국 어디다! 라든가 맞아 맞아~ 하는 부분들이 있어서 흥미로웠지만 전개는 너무나 1차원적이었다. 이걸 성공요인을 보는 사람도 있던데, 이 정도로 단순하게 연출해야 스토리가 이해되는 세상이 되었다면 나는 좀 착잡할 것 같기도...


뮤지컬 - 3편, 그런데 연초에 다 몰아서 본


스윙데이즈

스토리와 연출이 모두 다 훌륭하다. 내가 본 창작뮤지컬 중 단연 1등을 준다. 비용 이슈로 회전문은 안 도는데 온갖 핑계를 대고 3번이나 봤다. 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지킬 앤 하이드

대극장의 맛은 역시 앙상블이 아니겠습니까. 아마 2번째 보는 걸로 기억하는데 여전히 앙상블과 연출이 좋고, 개인적으로 배우들의 역량도 더 성장한 것 같아서 좋았다.


종의 기원

정유정 작가 작품은 글로 봅시다. 그녀는 문장으로 성공한 것이 틀림없다. 넘버도 연출도 좋았지만 스토리 자체가 시각적 연출로 매력을 느끼지는 못했다. 조금 오글거리는 배경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책으로 읽었을 때는 전혀 못 느꼈던 부분이기도 하다.



6개월 간 영차영차 끌고 온 내 문화생활.. 하반기는 더 잘할 수 있을까? 근래 읽지도, 보지도 못하는 시간이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으려고, 보려고 하는 작품들을 하나씩 다시 독파해 봐야겠다. 아무튼, 다사다난했던 6개월 안녕. 7월부터 시작되는 하반기도 잘 부탁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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