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지 같은 곳에 놀이기구를 타려고 길게 늘어선 줄에 서 있는 것으로 꿈이 시작되었다. 커다란 타워에 나선형으로 생긴 경사를 빙글빙글 올라가 마침내 굉장히 높은 곳에서 그 놀이(?)는 시작되었는데, 알고 보니 그냥 그 높이에서 뛰어내리는 게 그 실체였다.
몇몇 사람들은 너무 신난다며 거의 환장하면서 뛰어내렸고, 다른 사람들은 겁을 잔뜩 집어먹고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얼떨결에 뛰어내렸다. 그런데 이상하게 좋아하면서 뛴 사람들은 멀쩡히 살아 돌아와 다시 그 줄에 서고, 두려워하며 뛴 사람들은 죽었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나는 맨 위에 올라간 상태에서 산 사람들과 죽은 사람들의 차이를 알게 됐다. 뛸 때의 법칙이 있다는 거다. 옷이든 모자든 신발이든 반드시 초록색을 걸쳐야 하고, 뛸 땐 무조건 왼발부터 디뎌야 한다. 그리고 세 발자국만에 허공에 진입해야 한다. 왼-오-왼! 도움닫기 후 그 후 오른발은 이미 허공이어야 한다. 말도 안 되는 건 그 후 구름을 통과하는데(그렇게 높다고?) 구름을 통과할 때 낙하산 줄을 당겨야 한다. 낙하산은 언제 매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뭘 입고 있는지 내려다보니 정말 화려하게 반짝이는 초록색 시퀸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왼발부터 딛었고, 정확히 세 발자국만에 허공에 진입했다.
아무 의미 없을 수도 있지만, 이게 뭔가를 은유한다면 미셸 공드리가 <수면의 과학>에서 표현한 뇌 안의 이야기 공장이 분명 나에게 힘을 주려고 했음이 틀림없다.
난 만반의 준비를 하고 뛰어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