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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정 Apr 21. 2022

리빙템 호더의 온라인 라이프스타일숍 추천 3

내 통장 은은하게 털어가주셔서 감사해요



손 쓸 도리가 없었다. 원고가 늦어져 상사에게 면구스러운 나의 마음과 원고를 만드는 두뇌활동의 속도는 워낙 별개의 일이다. 바쁜 나의 마음은 모르고, 새벽을 알리는 시계가 울리면 안구 근육은 여지 없이 풀어 마련이다. 마감을 앞둔 이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다. 가능한 한 오랜 각성 상태를 유지하며 새벽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 지구력. 정말 어쩔 수 없었다. 좋다는 건 다 해봤다. 커피, 자양강장제, 에너지드링크, 건강보조제, 홍삼진액, 호랑이연고… 각성 및 스트레스 해소 효과를 본 건 단 하나였다. 온라인 쇼핑.  


참여한 지면이 늘어날수록 집 안의 기물도 하나씩 늘어난다. 마감이 없었다면 사지 않았을 물건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잘샀다. 시발소비(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면 쓰지 않았을 비용을 일컫는다.) 아이템으로 우리 집이 이렇게나 아름다워진다면, 나는 인류가 멸망하는 날까지 쉬지 않고 마감하리라. 마감 중 온라인 시발소비를 전리품으로 여길 수 있는 이유는 내가 적격인 곳에서 적격의 물건을 샀기 때문이다. 이건 아주 중요한 문제다. 


알고리즘을 따라 연결되는 수많은 라이프스타일 SNS 계정과 숍은 지금이 그야말로 온라인 라이프스타일숍 춘추전국시대임을 알려준다. 여러 라이프스타일 숍을 운영하는 사장님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그 중엔 굳이 남들에게 추천하고 싶지 않은 숍도 있다. 유명한 해외브랜드와 디자이너의 제품을 그대로 베껴 만든 물건을 판매한다거나, 언뜻 보아도 조악한 소재를 이용한 물건을 너무 비싼 값에 판다거나. 그러니까 이왕 통장을 털릴 거라면 물건을 직접 보지 않아도 믿고 살 만큼 괜찮은 온라인 리빙숍을 알아보는 안목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괜찮은 숍들이 지닌 공통점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숍을 만든 이의 애정이 느껴진다’는 거다. 브랜드에 관한 설명이 아주 상세하거나, 설명이 상세하지 않으면 사진이 ‘이렇게나’ 싶을 만큼 자세하거나, 이것도 저것도 아닐 때에는 웹 페이지 디자인이 기가 막힌다. 어떻게든 멋은 좀 덜어내고, 좋은 물건을 잘 보여 주려는 오너의 노력이 느껴지는 오프라인 숍은 물건을 만져보지 않았어도 이미 사랑스럽다. 개인적인 기준에서 이런 마음이 와 닿아 즐찾한 숍들이 있다. 

www.ca-va.life


카바라이프의 본진은 용산구 남영동이다. 자칭타칭 ‘오브제 맛집’으로 알려진 이 곳은 국내 작가의 유니크한 오브제 작업은 물론 패션, 가구, 유리, 텍스타일까지 다양한 카테고리를 선보인다. 얼마 전 오프라인 숍을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남겨두고 온라인 숍 운영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트렌디한 웹페이지 디자인, 작가와 제품에 관한 자세한 설명은 물론이요, ‘아티스트의 노동요’ ‘프라이빗 룸투어’ 같은 재미있는 기획까지 쫀쫀해 들어갈 때마다 무엇이든 안 사고는 못배긴다. 

chopsticksmarket.com


찹스틱스는 주목할 만한 신예다. ‘일상과 작품을 잇다’라는 기준 아래 국내외 아시아 작가들이 소비자들과 가깝게 만날 수 있는 커머스 플랫폼을 운영한다. 커머스의 성격에 맞게 제품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표시한 페이지와 원하는 물건에 대한 상담을 빠르게 할 수 있는 채팅창 구조, B급 제품을 염가에 구입할 수 있는 카테고리도 운영한다. 국내 작가가 만든 패브릭과 세라믹 제품에 관해서는 만나본 어떤 온라인 숍보다 다양한 큐레이팅을 제공하는 것도 장점이다. 

http://pakkookiii.cafe24.com/

이런 이야기를 할 때 박국이숍도 빼놓을 수 없다. 서울 성수동에 쇼룸이 있는 이 곳은 온라인숍으로도 매력적인 곳이다. 숍 오너 ‘박국이’씨는 감도 높은 큐레이팅으로 국내의 리빙피플들에게 신문물을 전파한 이력이 있다.  유니크한 태피스트리 브랜드 ‘BFBG’와 세라믹 아티스트 ‘소피 알다’를 비롯한 대개의 제품들이 깨물어주고 싶은 듯한 매력을 발산한다. 이 모든 제품들은 온라인에서도 손쉽게 구매가 가능하다. 스마트하고 깔끔한 제품 설명과 여러 각도에서 고해상 촬영한 제품 이미지 역시 쿨하기가 그지 없다. 이런 박국이의 매력은 유독 패브릭을 소개할 때 빛이 난다. 

 

자, 여기까지가 내가 이 달 마감을 하며 러그를 (또) 산 이유다. 다음 달엔 또 뭘 사볼까 기대 중이다. 내 통장 이토록 은은하게 털려도 온라인 쇼핑이 마냥 좋은 나 같은 분이 또 있다면 추천해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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