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위치를 찾아보자.
결론은 나는 외부인이었다.
내가 그동안 그렇게 생각했던 부분도 있고, 동네 분위기덕도 있다.
주관적인 생각으로 내가 느꼈던 이질감의 이유는 2가지 정도이다.
1. 외부인들끼리 모여 살았던 도외지에서의 삶에서는 그들만의 끈끈한 유대감, 결속력을 느끼지 못했다.(내가 모른척했을수도) 그러나 땅과 흙을 일구는 삶, 땅을 놀리면 어떻게 땅을 놀릴 수 있냐며 놀라던, 꽃나무를 심으면 유실수 안심고 뭣하러 열매도 안달리는 꽃나무나 심고있냐며(잎만 달려있는 화분들은 집안에서만 키운다.), 텃밭에 풀이 자라는 꼴을 보지 못하는, 남들이 뭐라고 할까봐 풀을 매고, 논에 피를 뽑는 그런 삶을 사는 이 공간속에 우리는 나름 대학물도 먹고, 도외지 물도 먹은 젊은 것들로 행동했을 것이다. 땅과 흙으로 결속되는 그들에게 우리는 그 일이 시간대비 노동값도 안나오는 일이라고 치부시켜버렸고, 그런 일에 뭐하러 그렇게 목을 매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효율추구자였을것이다. 혹은 (그들의 생각을 70%정도 곡해하자면) 금방 못버티고 다시 나가버릴 젊은 아이들로 생각했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게 만든데는 우리가 일조했을 것이다.
2. 내 입장에서 보는 불합리함과 공동체 생활.
왜 명절전에 타향에 사는 가족들이 온다고 동네청소를 다같이 해야하며(안하면 현금 참조), 마을회관 공사할 때 얼굴비추며 공사를 돕는 시늉을 해야하며(관급공사인데도 불구하고), 장인장모가 돌아가셨을 때 그 집의 사위는 동네에 현금참조를 해야하며(사위만 한정), 무언가 불편해도 같은 동네산다는 이유로 3번말할 것을 1번도 말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 이 사고방식에 질렸었다. 그래서 그들과 나는 다른 사람이고, 나는 그저 여기에 한우만을 키우러 내려온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지냈던터였다. 그냥 나만의 세상에서 나만의 일을 하며 지내고 싶었다.(뭐하자는?) 나도 극단적이지만 동네에서도 가끔 극단적인것을 원할 때 상충되는 사고방식으로 "아 도저히 이딴걸로 왜 내 시간을 허비해야하는데?"라며 짜증과 화를 냈지만, 의미도 없고 소리도 없는 외침일 뿐이었다.
특별히, 이렇게 느끼는 이질감이 나를 불편하게 하지는 않는다.(매일매일을 불편하게 하지는 않는단말이다.)매일매일 해야할 것들이 있고, 아이들을 키우고, 일을 하다보면 사실 이런 세세한 감정들을 느끼는 것은 사치스럽지만 가끔 일련의 사건들로 나를 빡치게 할 때면 다시한번 생각나는 이질적인 나의 생각과 위치이다.
그렇다고, 이기적이진 말자.
이건 단순히 주관적, 완전 주관적인 나의 생각이다.
나만 느끼고, 나만 생각하고, 나 혼자 결론내린 생각들이다. 이렇게 느낀다한들 이기적이진말자. 이기적이지는 않기로했다. 그렇게 살고싶지는 않다.(실제로 이장님의 전화도 꼬박꼬박 잘받고, 오라는 행사 잘 다닌다.말만 굉장히 반항적인척) 시내와 가까운 시골에는 도시사람들이 많이 들어와 집을 그림같이 지어놓고 산다. 그렇다고 토착민들과 어울리면서 사냐고? 그것도 아니다. 방귀뀐놈(?)이 성낸다고, 오히려 외부인들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은 토착민들이다.
일례로, 가을이 되면 우리는 볏짚을 말러 다니느라 바쁜데, 외지인들이 제법 많이 사는 곳에 볏짚을 말러가면 그렇게 눈을 찢어댄다. 원래 찢어진건지 햇볕이 강해서 그렇게 쳐다본건지는 모르겠지만. 볏짚을 말고 있으니 먼지 날린다 이거다. 아! 또 하나, 코도 막아댄다.(왜 그걸 보고 있냐고 그러니까) 그러면 불에 태우면 되지 않느냐고? 아니? 불에 태우면 그 즉시 외지인들이 소방서에 신고한다. 연기 냄새난다고. 그들이 그렇게 머리에 좋다고 먹어대는 검은콩도 지금이 수확철이다. 콩을 다 털고 나면 남아버린 콩대는 소각해야 맞는데, 이또한 태우지 못하니 종량제봉투에 싸서 버려야한단다. 참나. 환장할 노릇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마을 이장아저씨는 하루가 다르게 말라간다.
이기적이다. 그런 이기심은 싫다. 그들이야 그림같은 집에, 앞에 딸린 작은 밭에 밭작물 심고, 전원주택에서 커피도 마시는 생활을 꿈꾸고 내려온 귀촌생활이겠지만, 토착민들은 귀농 아니 농사꾼들이다.
이건 횡포다. 토착민들이 요구하는 그들의 사고와 외지인들의 사고가 상충될 때 서로 괴로울뿐이다. 시소를 타듯 양끝에 앉아있어도, 무게가 서로 달라도 너 한번, 나 한번 오르락 내리락 할 수 있지 않을까?
나 역시 고향에 내려온지 8년이 다 되어가는데 그동안 살아온 시간들로 인해, 나 혼자 이럴때만큼은 토착민이 되곤 한다. 토착민의 시선에 바라보다가 '아니, 이건 그냥 인간들이 사는 사회속의 예의인거지!' 하고 생각의 결론을 낸다. 대한민국속에 존재하는 동네마다의 작은 나라에서 여러사람이 어울릴 수 있는 그런 모습이 과연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가끔 상상해보기도 한다.
우스개소리로 외지인들을 완전히 배척하기 시작했다면 나는 그야말로 이 생활에 완벽히 동화된 동네주민으로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그때 다시한번 지금 썼던 사고와는 다르게, 앞뒤다른 배신의 글을 써서 올려야겠다.(누가 좀 정신차리라고 조언해주세요. 그럴때) 그러기전까지는 아직까지는 나는 반은 동향인, 반은 외지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