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가볍고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작품 추천
넷플릭스에서 콘텐츠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러닝타임이 30분 내외인가'이다. 그만큼 짧게 후루룩 볼 수 있는 작품들을 좋아한다. <나르코스>, <하우스 오브 카드>처럼 넷플릭스의 유명 히트작들은 안 봤어도, 넷플릭스 속 온갖 시트콤은 섭렵했으니 - 가볍고 유쾌하지만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는 작품을 좋아한다면, 하나쯤은 취향에 맞는 게 있지 않을까. 작품은 짧지만 여운은 짧지 않은, 30분을 알찬 재미로 꽉꽉 채운 작품들을 가져왔다.
네버 해브 아이 에버
중학생 때, PMP에 인강 대신 하이틴 영화, 미드를 저장해두는 친구들이 있었더랬다. 점심시간이면 "야, 이 남주 잘생기지 않았냐?" 하면서 같이 보자고 했는데, 그땐 하이틴의 재미를 몰랐다. 뻔하고 유치하다고 생각했고, 러닝타임 내내 악역으로 나오다가 엔딩 10분 전에 갑자기 착하게 변하는 해피엔딩도 싫었다. 그런데 이럴 수가! <네버 해브 아이 에버>는 하이틴이 재밌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드라마였다. 인도계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으로 화제가 된 이 작품은, '멋진 남자친구 사귀기'를 목표로 삼는 등 뻔한 하이틴의 공식을 따라가는 듯하지만 뻔하지 않다. 플롯은 뻔하더라도, 뻔하지 않은 등장 인물들의 개성이 받쳐주는 덕분이다. 중간에 흐뭇해지는 BTS 드립까지, 21세기가 원했던 하이틴의 정석. 가볍고 유쾌하게 볼 성장 드라마를 찾는다면 추천!
데드 투미
엔딩 맛집인 드라마들이 있다. 엔딩을 보면 다음 화가 너무 궁금해져서, 밤을 꼴딱 새더라도 한 시즌을 정주행하게 만드는 드라마들. <데드 투미>는 한 화가 30분 이내로 짧기에 망정이지, 길었으면 일주일 내내 일상생활이 불가했을 뻔했다. 남편이 뺑소니 사고로 죽은 이후, 범인도 잡지 못하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던 젠. 그런 젠 곁에 다정하고 스윗한 친구 주디가 나타난다. 그런데 어쩐지 주디는 비밀이 많은 것 같은데....? 줄거리를 말하면 스포가 되는 드라마라 더 설명할 수는 없지만, 비밀은 많지만 할 말은 다 하는 두 중년 여성의 케미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여성 버디물을 끝내주게 잘 만드는 넷플릭스. 이래서 넷플릭스를 끊을 수가 없다.
글로우: 레슬링 여인천하
사실 스포츠에 관심없고, 특히 레슬링에는 1도 관심없는 사람이라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작품. 그렇지만 <오렌지 이즈 더 뉴블랙> 제작진이 만들었다고 해서 봤는데, 역시 너무 재밌어서 순식간에 시즌3까지 봤다. <오뉴블>을 볼 때도 느낀 거지만, 지금껏 보지 못했던 다채로운 여성 캐릭터들을 너무나 잘 만들어낸다. 간절히 배우가 되기를 꿈꿨지만 제대로 된 역할은 맡은 적 없는 루스, 결혼과 출산 이후 배우의 꿈을 접었던 데비 등 다양한 인물들이 한데 모여 레슬링 TV 쇼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담았다. 좌충우돌 요란한 과정을 겪지만, 결국 같은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연기하는 그들의 모습을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는지. 이 언니들이라면 레슬링을 하든, 축구를 하든, 수영을 하든 그냥 믿고 볼게요ㅠㅠ
빌어먹을 세상 따위
넷플릭스 최애로 이 작품을 고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굳이 추천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사실 시즌1은 정말 기대를 많이 하고 봤는데, 그 정도로 인상적이지는 않았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시즌2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면서, 쫄깃한 스릴감도 더해지고 엔딩의 여운도 짙어지고 - 왜 사람들이 이 작품을 사랑하는지 알겠더라. 어떤 작품을 볼 때 등장인물들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게 되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빌어먹을 세상 따위>가 딱 그랬다. 세상은 마냥 아름답지 않지만 (사실은 끔찍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건 한 줌의 사랑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상처가 났을 때, 상처가 났다는 것을 눈치채고 가만히 들여다보는. 어떻게 치료할지 방법을 알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도망가거나 포기하지는 않는. 그렇게 곁에 있어주는 '진짜'가 필요하다면 - 이 작품을 꼭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