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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노 Art Nomad Jan 01. 2025

#09 제가 어떻게 하면 뽑아주시겠어요?

제가 어떻게 하면 뽑아주시겠어요?

* 본 작품은 2021년 7월 31일 출간된 <그럼에도 불구하고, 씁니다> (포춘 쿠키)에 실린 9편의 에세이 중 "제가 어떻게 하면 뽑아주시겠어요" 부분을 출판사 허가하에 연재한 것입니다.  


* 본문의 주석은 번호와 밑줄로 표기한 후, - 구분자를 이용해 출판사 버전을 간소화하여 실었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하면 뽑히나?’라는 질문에 연연하던 때가 있었다. 요즈음은 질문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답을 얻지 못한 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나는 기질적으로 ‘낯설고 불편한 이야기’를 꺼내는 작가인데 위의 질문에는 잘 보이려는 것에 연연하는 내가 있었다. 낯설고 불편한 것을 처음부터 좋게 보는 사람은 없다. 즉 나와 질문의 앞뒤가 안 맞는 것이다. 


한때는 장님인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장님, 벙어리, 귀머거리로 살라고 권유받을 때가 더 많고 때로는 그렇게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나는 장님으로 살고 싶은가?


작가는 일정 부분 독선적일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타인의 이야기를 모두 수용하면 자신의 이야기 축이 흔들리고, 타인의 이야기를 일정 부분 걸러내려고 하면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 취급받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이도 저도 아닌 작가가 되기는 싫다.


2020년 겨울, JTBC에서 방영된 〈싱어게인〉에서 유희열 심사위원은, 족보도 없이 장르가 자기 자신이라 답한 참가자 이승윤에게 이런 평을 했다.


“쟤, 뭐지? 뭔데 좋지?”


유무명을 가르는 건 결국 나 아닌 타인들이다. 작가뿐 아니라 1차 창작을 다루는 모든 창작자는 결국 ‘어떤 최초의 세계를 다룰 것인가’와 싸우고 여기엔 타인이 개입할 수 없다. 무명작가로 시작한 이 이야기는 결국 ‘유무명은 극히 작은 요소일 뿐 그것이 내가 작가이다 아니 다를 정의하지 않는다’로 끝나게 된다. 오래 달리기를 하고 싶은 작가라면 유무명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다. 나 역시 앞으로도 오래 달릴 수 있기를.



별첨. 혹시라도 〈은퇴한 아이돌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보신 독자님이 계신다면 그분들께. 


연재처에는 시즌1 완결로 해두었으나 현 연재처에서 시즌2 기획 의지가 없는 것 같아 다른 연재처 여러 군데에 지원해 보았고 안타깝게도 모두 반려되었네요.


기대감을 드리고도 이야기를 계속 끌어가지 못해서 못내 속상합니다.

작가의 말로 응원해 주신 분들 감사하다고, 기대를 저버리게 되어 미안하다고 전하고 싶었는데 이 역시 웹툰 연재가 저 혼자만의 작업이 아니라 여의치 않아 보입니다.


은아가 대단하다며 현실에서도 아이돌과 관련된 사건 사고가 해결되었으면 좋겠다고 응원해 주신 분,

희태에게 둔둔씨라는 별명도 붙여주신 분,

100편 미리 나왔으면 좋겠다고 응원해 주신 분 등

댓글 모두 고맙습니다.

연재 오픈되는 날이 가장 긴장되면서도 숨죽이고 댓글 확인할 때면 어딘가에 나와 이어진 독자들이 있다는 생각에 정말 행복했습니다.

다음에도 좋은 작품으로 뵈면 좋겠습니다.

독자님들 모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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