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drawing brunch 정리
앞으로 어떻게 할것인지 구상하기 위해 1화부터 9화까지 배운 걸 정리해봤다.
정리도구는 태블릿과 드로잉 툴을 이용하였고, 나가타 도요시의 <비주얼 씽킹>에서 배운대로 아이콘을 적극활용하였다. 나가타 도요시는 글자수를 최대한으로 줄이라고 했지만 글로 기록하는 걸 워낙 좋아하는 나는 아직 2줄 이내로 줄이는 게 한계다.
정리하고 보니 배움이 산발적이고 무작위였다. 방향성이 결여 되어 있어 동기도 부족했다. 9화 동안 '그림' 이라 불릴만한 것도 몇개 있었지만 머릿 속에 떠올렸던 원하는 이미지가 아니였기에 기대는 높은데 추진력이 더 이상 생기질 않았다. 그래도 정리하고 나니 한 가지 수확이 있었다. 여전히 잘 모르지만 뭣을 모르는지, 뭣이 부족한지는 보였다.
다시 브레인 스토밍을 해보기로 했다.
출발을 나로 부터 잡았다. 나는 왜 그리죠? 나는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것들을 좋아하는 지 표현하기 위해 그리고 싶다. 내가 기르는 반려동물들을 그려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웹툰 콘티를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좋겠다. 지난 2015-2016년 웹툰시나리오 작가 시절, 마감이 바쁜 그림작가에게 콘티도움을 못 준 게 아직 못내 마음에 걸린다.
처음엔 정리를 여기까지만 하려고 했다. 해온 것들을 정리해보고, 왜 그리는지 생각해보고,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 정도면 다시 시작하는데 무리가 없으려니 했었다. 그런데 위에 카테고리 나누기를 유심히 보다가.. 뭔가.. 설명할 수 없는 뭔가가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다.
연결성이 없다.....
처음 드로잉을 배우려 할때는 정보가 부족했다. 모르는 것마다 검색하고 배우는 재미는 있었지만 배운 것들 사이에는 연결점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다시 시작하려고 왜 시작했던가를 곰곰히 되집어 보려니 자연스럽게 '나' 로 귀결되었다. 나라는 대상으로 다 귀결되었으니 축이 생겼고, 큰 카데고리에서 작은 카테고리로 뻗어가게끔 정리는 되었지만 이번에도 역시 깨달음 사이에 연결점이 없었다. 더군다나 같은 소프트웨어를 쓰는 분야가 많은데도 여전히 관심사로만 묶었더니 비효율적으로 보인다.
갑자기 문득 학습의 방향을 웹과 같이 엮으면 어떨까하고 생각해봤다. 유기체적으로 엮는 것이다. ○와 □ 를 각각 '궁금한 것' 과 '깨달음' 이라는 추상적인 것에서 아예 둘을 합쳐 '목적과 결과물이 있는, 학습의 각 분야'로 나타내고 비슷한 분야인 것을 주변에 두되 같은 소프트웨어를 쓰는 것들 끼리는 연결 시켜 봤다.
이 즈음 되니까 한 눈에 어떤 것들이 하고 싶은지 보인다. 이 중에 <저 그림 좀 그릴 수 있을까요?>에 연재 될건 주로 오른쪽 상단에 있는 드로잉과 편집툴의 영역에 해당되는 것들이고 간혹 오늘과 같이 도해표현이 들어가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의 대부분의 행동들은 나를 주체로 한다고 한다. 나가 아니라면 우리. 그건 이미 너무도 자명해서 전제와도 가깝다. 그런데도 자꾸 우리는 '나는'이나 '우리' 에서 시작하려고 한다. 위를 그리다가 주체성이 강한것은 긍정적이지만 때로 유기체적인 생각을 저해하는게 아닌지 생각해봤다. 왠지 반드시 모든 것이 나를 거쳐 가야만 할 것 같으니 그들끼리의 연결성을 보지 못한 게 아닐까?
배운게 자연스럽게 흘러가서 저들끼리 성장하게 두면 좋았을 텐데 나는 자주 배운 것들이 멀리가지 못하게 내 안으로 다시 불러들였다. '지금 내가 잘 하고 있는지' '틀린 건 아닌지' 확인하고 싶은 욕구가 하나를 배우면 열개의 정보에 연결 되어 있는데도 각각 따로 놀 게 했던 건 아니었을까?
Photo by Janko Ferlič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