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뜻대로
높고 날카로운 그 비명은 어린아이의 내장을 쥐고 흔들 때, 고통의 찬 아이가 허덕이는 숨으로 내는 소리 같았다. 반쯤은 넋이 나간 여자가 자신의 피를 빨러 온 한 무리의 괴수를 보았을 때나 질렀을 것 같은 소리였고, 신내림을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악령에 쓰인 사악한 노친네의 검은 입에서 나올 것 같은 소리였다.
목구멍이 반쯤은 쥐어 틀린 채 헛짖음으로 울부짖는 소리.
한껏 예민해져 있던 민수도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이게 다 뭐 하는 짓이야!」
민수의 장인은 무속인이었다. 툭하면 예지몽을 꿨다며 호들갑 떨던 장인은 분명 수지의 울음소리였다며 비명을 지르며 뛰어다녔다.
「그게… 파파가 꿈을 꿨다고….」
온 얼굴이 눈물로 덮인 안젤라는 무엇에 쓰인 듯 그저 같은 말을 웅얼거렸다.
「아니 그러니까, 일이 되게끔 해야지!」
자신의 절박함을 이해받지 못한 민수 역시, 안젤라의 절박함을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 꿈이 다 무슨 소용이냐고, 씨바알—!」
소리치는 민수의 눈에 핏대가 섰다. 흥분한 그는 손을 어쩌지 못하고 올려붙였다가 허리춤에 두었다가 다시 삿대질하며 윽박질렀다.
「수지가, 수지가 비명을 지른다잖아!」
이번만은 안젤라도 물러서지 않고 악다구니 썼다.
안젤라의 아버지 입에서 다시금 지옥에 떨어진 악령이 짖는 듯한 소리가 반복되자 민수의 소리가 점점 높아졌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이야! 수지를 찾는 게 먼저지! 수지는 아직 안 죽었어. 위령 놀음 같은 것도 다 집어치우라고 해! 싹 다 죽여버리기 전에!」
민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안젤라의 표정도 굳었다. 수지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도 없는 마당에 말끝마다 죽여버린다는 남편에게 안젤라도 질려버렸다. 민수는 본능적으로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안젤라는 싸늘한 표정으로 천천히 파파에게로 돌아섰다.
6.
「고맙다.」
민수는 무릎 위에 전단지를 내려다보며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운전하던 다윗은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뭘요.」
전단지에는 케이시, 파올라의 딸들과 더불어 수지의 얼굴이 있었다. 민수는 차가 서자, 겨우 고개를 들었다. 여기서 수지를 찾을 거라는 확신은 없었다. 그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누구라도 붙들고 전단지를 손에 쥐어 줄 뿐이었다.
발리바고 워킹스트리트에는 대낮에도 비키니를 입고 지나는 행인을 부르는 아가씨와 바바애들이 즐비했다. 그들과 흥정하는 고객들 사이에 불쑥 민수가 끼어들어가 고객의 손에 전단지를 쥐어주며 말했다.
「이런 애 본 적 있습니까? 키는 한 이만치인데…」
「에이, 재수 없게.」
민수는 자기 허리춤보다 위께에 손을 대고 수지의 키를 설명하려 애썼다. 흥정할 맛을 잃은 고객은 붉어진 얼굴로 연신 모른다며 손을 흔들고 저 멀리 가버렸다. 비키니를 입은 바바애만이 유심히 보더니 민수의 손에서 전단지를 낚아채고는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아가씨들을 불렀다. 아가씨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전단지의 사진을 보고 높은 소리로 떠들었다. 이 아이, 저 아이를 가리키며 자신이 안다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최근에 그 아이들을 봤다는 사람은 없었다.
민수는 고개를 들어 다윗이 어디 있는지 찾았다.
그는 특유의 서글서글한 웃음을 지으며 아가씨들에게 둘러싸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확신할 수는 없었으나 실종된 수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민수는 본능적으로 쥐고 있던 전단지를 구겼다. 눈이 뜨거워지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고 손의 힘을 풀었다. 고깝다, 아니다를 따질 때가 아니었다. 손이 하나라도 더 필요했다. 여기까지 같이 와준 사람도 다윗 외에는 없었다. 많은 사람이 민수를 위로했지만, 함께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수지는 일주일이 다 되도록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