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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ymond Jung Dec 24. 2016

가로지르기*

사라지거나 사라지게 하거나 


올림푸스 산의 불은 활활 타올라 온 우주를 비추고 있었다.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 같았던 소리가 잠잠해지고, 드디어 그의 운명이 결정되었다. 고향을 떠난 오디세우스는 포세이돈이 일으킨 세찬 풍랑에 몸을 실어 칼립소로 향했다. 그러나 여행을 떠난 오디세우스도, 그를 떠나게 했던 신들도 그의 여행이 10년이나 걸릴 긴 여행이 될지는 아무도 몰랐다.**   


여행을 떠나며 

'창업이라는 유령이 온 세계를 떠돌고 있다.'***  전염병처럼 곳곳으로 퍼져나가 지진처럼 마음을 흔든다. 우리는 선택했던 선택하지 않았던 창업이라는 배 위에 몸을 실어 어딘지 모르는 곳으로 운명처럼 나아간다. 배가 육지를 떠나면 곧 끝이 보이지 않는 너른 바다가 맞이한다. 그리고 조금씩 불안감과 설렘이 동시에 찾아올 것이다. 결국 설렘이 사라지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 진정한 여행은 시작된다. 오직 스스로 바다와 마주할 때, 별과 달을 찾게 될 때, 햇살에 몸이 그을리고 몸이 목말라 할 때, 바람을 느끼고 소금 내음에 젖어들 때 여행은 시작된다. 여행은 바로 끝날 수도 길게 지속될 수도 있다. 얼마나 계속될지는 아무도 모르고 때론 신들도 모르는 지난한 여행이지만, 결국 우린 돌아올 것이고 '뜻있는 여행 rewarding journey'이 될 것이다. 


* 가로지르기는 자크 데리다 (Jacques Derrida)가 제안했던 학제간 경계들을 넘어서 스스로 존재의 독창성(unique)을 찾아가는 개념 ("irremplacable")에 영향을 받았다. 글의 성격과 목적이 학술 논문이 아닌 바 구체적인 자료 인용을 생략한다.

** 호메로스(Homer)가 쓴 글이라고 알려진 오디세이아의 모티브를 이용하여 저자가 가공하여 새로 쓴 글. 

*** 칼 마르크스(Karl Marx)가 쓴 자본론의 머리글에 대한 오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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