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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rbblr May 05. 2024

고집

고집이라는 글감을 받자마자, 국어사전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더니 웬걸, 내 눈에 딱 들어오는 문장이 있다. “마음속에 남아있는 최초의 심상이 재생되는 일.” 오! 이거야말로 나를 괴롭히던 이유네!


어제는 하루 종일 마음이 조이듯 불안했다. 이제는 내 마음을 조금 더 잘 들여다볼 수 있게 되어서, 그 불안이 예전 기억이 재생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임을 알았다. 어렸을 때의 상처가 이토록 오래 남아있다니 놀랍고, 그걸 아직도 반복 재생하고 있는 내가 짠-하고, 그때의 기억을 지금 상황에 그대로 대입하고 있는 모습이 무척 어리석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고 인제 그만 좀 털고 나아가지.


과거의 비슷한 경험 때문에 나를 긍정적인 변화로 이끌어 줄 수 있는 새로운 것에 프레임을 씌워버리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새로운 장소에 가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뇌는 과거의 비슷한 사진을 금방 찾아내 보여준다. “그때 너 이런 일 있었어, 조심해!“. ”그때처럼 지금도 이러이러할 거야“라고, 충직한 신하처럼 보고해 준다. 꼭 이럴 때만 빛처럼 빠르더라. 가뜩이나 쫄보인데 더 쫄았잖아.


돌이 지난 조카는 단전부터 올라오는 소리로 커다랗게 “우와~” 하고 외친다. 풍선이 미니 골대에 들어가는 걸 보고 “우와~”, 자기가 뚜껑을 맞춰놓고”우와~“, 날아가는 새를 보고”우와~“. 모든 것이 새롭게 마음속에 기억되는 과정. 조카에겐 모든 것이 놀랍고 경이롭다.


이것이 나를 괴롭혔던 고집일까? 예전에 경험했던 느낌, 사건을 지금까지 끌어안고 있는 것. 그걸 계속해서 머릿속에 반복 재생하는 하는 것.


나, 고집 좀 내려놓을 수 있을까? 그때의 필름을 지금 재생시키지 않으면서. 눈앞에 있는 것을 2살 어린아이의 눈으로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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