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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rbblr May 06. 2024

나이

나이를 강박적으로 의식하는 것은 고질 된 병 같은 것이지만, 올해 들어 바뀐 점은 숫자로 된 나이와, 전반적으로 느껴지는 ‘에너지 나이’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것이 좋다거나, 나이보다 ’들어 보이는‘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는 것도.


내가 아는 한 화가는 20대 초반이지만, 30대의 “난 조금 뭘 안다”라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부드럽고, 온화하다. 곁에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 반면 40대 후반 정도로 추정되는 한 지인은, 남의 마음마저 알아채기에는 그것이 잘 안 보이는 철없는 10대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오랫동안 함께 있기가 불편하다.


나이가 지긋한 영적 스승의 사진을 보면, 그 반짝이는 눈과 미소에서 순수한 아이를 느낀다. 얼굴의 주름과 희끗희끗한 수염은 관계가 없다. 환하고 맑은, 사진 속 얼굴을 만지고 싶게까지 만드는 끌어당김 뿐이다. 오드리 헵번의 인생 후반의 모습도 그렇다. 그녀의 마음이 순수하지 않고 우아하지 않았다면 그런 아름다움을뿜을 수 있었을까. 고매한 인품에서 흘러나오는 순수함은 정말로 아름답다.


싱그럽고 환한, 편안한 에너지를 뿜는 햇살 같은 젊음이 좋다. 나는 37살이고, 철없고 혼란스러운, 거칠고 뾰족한 젊음이 나에게 남아있는 것이 싫다.


어제는 어린이날이었다. 나는 가장 순수한 때의 어린 시절의 모습을 기억했다. 그 아이가 가진 모든 감정의 스펙트럼도. 호기심이 많고, 따뜻함을 그리워하고, 종이로 된 퍼즐을 좋아하는 아이. 슬프고, 혼란스럽고, 많은 시간 우울했던 아이.


나의 순수함을 보물처럼 지켜나가고, 모든 혼란과 감정에 책임을 지며, 부드러움과 온화함, 깨끗함을 저절로 뿜는 것. 그것이 내 나이에 대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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