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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Jun 18. 2024

鄕愁

향기



요즘 들어 왜 자꾸 옛날 냄새가 불쑥불쑥 찾아오는 걸까


황발(황게)이 잡던 마을 앞 뻘 냄새

집 뒤편 진달래 언덕에 불던 소슬바람 냄새

봄날 어느 철길의 레일 쇠 냄새

서리 내리던 날 걷던 길숲 냄새

충남호의 뱃전 냄새

푹푹 찌던 하롱베이 바다 냄새

차창 밖으로 훅 하고 들어오던 항아리 계곡 젖은 가을낙엽 냄새

영하 35도 대성산 초병시절 근무서던 참호 냄새

엄마 등에 업혀 넘던 사구실 고개 초승달 냄새

이곡리 이지개 할머니 동백기름 냄새

사랑방 작은할아버지 모시 적삼 냄새

맹그로브 숲 반딧불이 냄새

이스탄불 재래시장 석류주스 냄새

들판 멀리로 스물스물 피어오르던 밤안개 냄새

향원 시인댁 꽃밭 수백 가지 꽃 향기

늦가을 낙엽들의 건조한 목소리 냄새

달밤 밭둑길  따라 피어나는 메밀꽂 냄새

하얀 시트 위에서 일출을 맞던 809호 침실 냄새

아랫집 잿말 할머니네 살구 익는 냄새

썬베드에 누워 하늘 보며 밀려드는 남지나해 물결 냄새

돌아가신 어머니 코티 분 냄새

잿빛으로 죽어가는 초저녁의 산그늘 냄새

달랏 허공에 걸린 천국의 계단 냄새

겨울 바람 소리가 동장군을 할퀴고 지나가는 겨울 냄새


길을 걷다 무심코 찾아드는

그 옛날 냄새들이 나를 자꾸 당황하게 한다

이제 온 길을 다시 돌아갈 때가 된 것인가

그래서 자꾸 뜬금없이 香愁 냄새가 나는 건가


마음의 나라와

영혼의 나라 깊이는 알 수없는 멀고 먼 곳이라서

문뜩 향수(鄕愁)가 묻어나 것 같다

비온 뒤 봄 산에 내리는 비린내 같은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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