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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Jun 19. 2024

배반의 여름



한 해를 백 년처럼 살 테다

보도블록 하나

뜬구름 하나

거리의 사람, 자동차, 건물, 신호등, 초록의 나무들, 돌멩이, 잡초하나 허투루 보지 않고

눈여겨보고 더불어 지내며 살 것이다

그 사유는 내 나이 되면 저절로 알게 될 터이다

만사가 서두른다고 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

때가 오면 안다


모든 것이 새롭고 생경하다

새로 시작하는 처럼 신기하고 소중하다

지금까지의 生은 뜀박질 치는 삶이었으나

지금부터는 느린 거북이의 걸음으로 살겠다

천천히 사방을 살펴보고

만물과 인사 나누며 살겠다


섭씨 35도의 폭염이다

45도를 찍은 인도나 필리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긴팔 옷을 입은 사람은

더위를 안 타는 것이 아니다

자외선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하려는 사람이다

반팔 티를 입은 사람은 코앞의 더위를 피하려는 얕은 사람이다

나라는 사람은 더위를 피하려고 차양막으로 우산까지 들고 나왔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에어컨 냉기를 못 이기고 밖으로 나왔다

밖은 때아닌 유월의 태양볕에 사우나처럼 뜨겁다

화단에 여름 넝쿨장미도 불타는 듯 붉다

하루하루를 새롭게 살려고

마음을 고쳐 먹으니

하루하루가 생경 맞다

날 것 같고  같은 느낌이 들어 좋다


전철을 타고 동대문 시장으로 간다

닭곰탕도 한 그릇 먹고

여름 샌들이나 새로 하나 장만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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