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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Nov 07. 2024

코스모스 지고 나면

입동




메밀꽃이 먼저 피고

코스모스, 백일홍이 핀다

가을 백일홍 필 무렵이면

곧 서리도 내린다

그때가 감나무에 홍시가 제일 달 때다

떨어진 홍시를 주어먹던 유년시절이 생각난다

누워서 감 떨어질 때만 기다린다

이때쯤 까치도 감나무를 찾아온다


천변에 메일꽃이 지고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폈다

백일홍은 이제 꽃봉오리를 맺는다

그리고 곧 무서리가 내릴 것이다


서리가 내릴 때면 꼭 생각나는 친구가 있다

추수가 끝난 들판에 소임을 마치고 외롭게 서 있는 허수아비가 생각난다

펄럭이는 옷자락이 쓸쓸하다

이때 들녘 고춧대 태우는 냄새도 매콤하다


꽃은 지고 서리 내리면 

겨울로 가는 마차가 온다

그럼 백석 시인의 시가 생각나고

떠나간 설국의 여인이 다시

사무치게 그리워질 게다

그리고 앙칼진 추위가 휘몰아쳐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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