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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

by 시인 화가 김낙필



누룽지를 끓여서

김장김치와 무나물을 소반에 얹어 티브이 앞에 앉는다

무릎에 올려놓은 소반을 몇 번 엎고도 그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

달그락 거리며 아점을 먹는다

온통 TV에 신경이 닿아있다


어느새 밥그릇이 비었다

코로 먹었는지 입으로 먹었는지 생각도 안 난다

창밖으론 잔설이 단풍나무 가지마다 앉아있다

곳 산을 바라본다

성당 첨탑에도 잔설이 하얗다


설거지 통에 그릇을 담가놓고

의자에 앉아 쉰다

뭘 했다고 쉬는지 모르겠다

오늘도 정치 뉴스에 속이 답답해져 소화가 잘 안 된다

나가서 좀 걸어야겠다


나도 백성이라고 나라 걱정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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