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차마 이 가을이 두렵거든
창에 내리는 서릿발 되어 오소서
대설 지나 폭설이 내리거든 한계령 고갯길 따라오면
산양 한 마리가 길을 인도하리니
따라가소서
겨울 내내 눈이 쌓여 길이 사라지고 눈 속에 묻힌 동네에서
안온히 봄을 기다리소서
가을은 쉽사리 지나가서
눈 속에 밟히는 붉은 단풍잎 그 잎 밟으며 설국 속으로 들어오소서
필레 약수터 지나 은자당에 가면 그대가 저녁 짓던 손으로 반가히 맞으리니
그렇게 은비령의 겨울은 밤 굽고 감자 굽고 우리의 연분도 구워가며 한번 살아 봅시다
그대 차마 가을이 두렵거든
한계령 겨울 눈 속으로 오시오
산양 한 마리 발견하거든 슬며시 따라 들어오시오
그럼 거기서 내가 기다리겠오
그렇게 한 겨울 눈 속에 파묻혀 못다한 회한 풀고 갑시다
당신의 나이와 내 나이가 합쳐 복사꽃 필 때까지만 사랑하다가 각자 집으로 헤어져 갑시다
언제 한번 라면 끓여 놓을 테니
내 집 한번 들러 가시오
눌러앉아도 좋으니 한번 오시오
그저 빈 채로 애절함 하나 가지고 그리 오시오
기다리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