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랑합시다

by 시인 화가 김낙필


그대 차마 이 가을이 두렵거든

창에 내리는 서릿발 되어 오소서

대설 지나 폭설이 내리거든 한계령 고갯길 따라오면

산양 한 마리가 길을 인도하리니

따라가소서

겨울 내내 눈이 쌓여 길이 사라지고 눈 속에 묻힌 동네에서

안온히 봄을 기다리소서

가을은 쉽사리 지나가서

눈 속에 밟히는 붉은 단풍잎 그 잎 밟으며 설국 속으로 들어오소서

필레 약수터 지나 은자당에 가면 그대가 저녁 짓던 손으로 반가히 맞으리니

그렇게 은비령의 겨울은 밤 굽고 감자 굽고 우리의 연분도 구워가며 한번 살아 봅시다


그대 차마 가을이 두렵거든

한계령 겨울 눈 속으로 오시오

산양 한 마리 발견하거든 슬며시 따라 들어오시오

그럼 거기서 내가 기다리겠오

그렇게 한 겨울 눈 속에 파묻혀 못다한 회한 풀고 갑시다

당신의 나이와 내 나이가 합쳐 복사꽃 필 때까지만 사랑하다가 각자 집으로 헤어져 갑시다


언제 한번 라면 끓여 놓을 테니

내 집 한번 들러 가시오

눌러앉아도 좋으니 한번 오시오

그저 빈 채로 애절함 하나 가지고 그리 오시오

기다리겠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