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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람 Jul 13. 2024

아들보다 낫네


지난해 여름부터 고모께서 나에게

평상 하나만 만들어 달라 셨다.


나도 그러고 싶었지만,

작년 7월 초에 교통사고와

여러 가지 일들이 있으면서

고모의 소원인 마당 평상은

만들어 드리지 못했었다.


올 초에도 생각지 못한 일들의

연속으로

평상은 물 건너가는 듯했다.


지난 6월, 고모는 또 전화로

평상 이야기를 하셨다.

언제 만들어 줄 거냐고.

6월 말에야 준비하던 시험이 끝이 나니,

그때 만들어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고모에겐 딸이 두 명 있었다.

큰 딸은 십 대 때에 가출 후

30년 째 소식이 없다.

고모가 생사의 갈림길에 있을 때

연락을 취해 봤다고 하는데

연락을 고도 큰 딸은 나타나지 않았다.


둘째 딸은 누구보다 착한 딸이었다.

엄마인 고모에게 참 잘했었다.

몇 년 전 우리 집에 놀러 와

우리 아이들과 놀아 주기도 했는데...

4~5년 전 갑작스럽게 간암에 걸려

한 달 만에

하늘나라로 떠났다.


고모는 그때  큰 충격을 받으셨다.

그 이후 고모 건강이 많이 나빠졌다.

고모부는 젊을 때

월남전에 참전했다가 다리와

손에 장애를 입으셨다.

손과 발 모두 사용이 어려우시다.


고모는 늘 집안 가구들을 뚝딱 만드

첫 조카인 나를 자랑스러워하셨다.

그리고 동네 사람들에게 자랑하기 위해

자기네 집 평상을 만들어 달라고

일 년 전부터 노래를 부르셨다.


나는 정식으로 목공을

배운 적은 없지만,

목공에 관심이 있어 *튜브로 배워

10여 년 전부터

각종 가구를 만들어 왔다.


아주 잘 만들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구입하는 가구보다

내가 만든 투박한 가구에

애착이 간다.


6월 말에 주문한 목재가

지난주에야 도착하였다.

집에서 한 시간 거리의

고모집까지 운전하여

시골 고모네 마당에 펴고

공사를 시작하였다.

마당 바닥이 울퉁불퉁하고,

장비를 제대로 챙겨 가지 못해

애를 많이 먹었다.


주문한 목재와 함께 온 나사못 들은

단가를 줄이려 했는지,

중국산 이어서 인지

못 머리가 자꾸 뭉그러 졌다.


작은 못 하나라도 확실히

국산 못이 좋다.

국산 못은 끝이 뾰족하고,

단단하여 잘 박힌다.

못 머리도 쉽게 무르지 않고,

전동 드라이버 사용 시

헛돌지 않는다.


전문가는 장비 탓을

하지 않는다 했지만,

30도가 넘는 더위에

지칠 대로 지치고, 

나사못이 말을 듣지 않아

힘으로 하다 보니,  

나중엔 팔이 아파

올라가지 않을 정도였다.


약 두 시간가량 목재와 못과

씨름하다 보니 쓸만한 평상이 하나

만들어졌다.


마당에서 비를 맞아 가며 써야 해서

방부목으로 제작하였다.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입고 간 티셔츠가 온통 땀으로 젖었다.

그래도 완성하고 나니

고모와 고모부께서 기뻐하셔서

뿌듯하고 보람이 되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고모부 께서 부르신다.


"날도 뜨거운데 만드느라 고생했어.

작지만 성의니까 받아줘."


펴 지지 않는 손가락으로

고모부가 내미는 봉투를 열어보니

오늘 일당 15만 원이 들어 있었다.


고작 두 시간 일하고 15만 원이라니...

한사코 거절했지만

고모부가 주는 용돈이니 받으라 하셨다.


그렇잖아도 뿌듯했던 마음이

행복해졌다.

이걸 바라고 한건 아니었지만

한낮의 고생조차 미소로 바뀌었다.


집으로 가려던 내게

고모부가 말씀하신다.


"고마워 조카.

조카가 아들보다 낫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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