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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

40대 미혼의 남자가 지방 인포데스크에 취업한 이유

by sosoceo


[관련 글 : 부업으로 회사 취업하기]

친구의 추천으로 대전의 한 회사에서 계약직으로 일을 한 지 7개월 차!! 6개월 계약이었지만 내가 결정만 하면 1년을 채울 수도 있었지만 7개월만 하고 다음 주에 퇴사하기로 했습니다. (원래 계약인 6개월에서 한 달을 더 근무한 이유는 인수인계도 아니고, 친구의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기 때문) 최소 인력인 두 명을 유지하기 위해 이미 제 후임은 확정이 되었고, 저번 주부터 새로 온 분까지 해서 총 세 명이 함께 일을 하고 있습니다. 2주 동안 인수인계하고 저는 퇴사를 하고...


1. 환경의 변화

2. 한가한 업무

3. 업무 시간 동안 개인 시간 충분


내 사업을 하면서 병행이 가능한 일이었고, 입사할 당시의 저는 환경의 변화가 필요한 시기였기 때문에 지방에서 취업을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 그 일도 거의 없었고, 제 본업을 하는 데도 전혀 영향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1년을 채우고 퇴사할까도 고민을 했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다시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서 제 일만 하기로 했습니다.


7개월 전, 내가 일하기로 확정이 된 후에 나를 그 자리에 꽂아준 친구이자 상사에게 지원자가 얼마나 있었냐고 물어봤습니다. 구인 공고가 있기는 했지만 인포 데스크 업무라는 점과 월급, 계약기간 이외에는 어떠한 정보도 없는 정말 불친절한 공고문이었습니다. (애초에 내가 일하는 걸로 확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랬던 거 가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원자가 거의 없을 거라 생각하고 물어봤던 거였는데 50명 넘게 지원했다는 겁니다. 심지어 인포데스크 업무임에도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도 있었고, 남자도 적지 않았습니다.


취업하기가 어렵다고들 하던데 정말 그러해서 불친절한 인포데스크 공고문에도 성별/나이/업무 따지지 않고, 지원자가 많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후임을 구하는 이번 구인 공고문에 대한 반응은 어떨지 궁금해졌습니다.


당연히 동일한 인포 데스크 업무이고, 월급도 여전히 낮습니다. 이번 공고문에는 업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있었다는 게 유일한 차이점이었습니다. 결과는??


정말 폭발적이었습니다. 이틀 만에 100명이 넘는 지원자가 있었습니다. 물론 아무 생각 없이 지원한 사람들이 훨씬 많겠지만 최소한 근무 지역과 인포데스크라는 업무 정도는 확인을 하고 지원했겠죠...


결과는?


인포 데스크는 젊은 여성 신입들만 지원할 거라는 제 편견이 정말 편견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제 친구이자 사수는 절대 나이 어린 여자 사람을 뽑을 의향이 없었습니다. 친구와 제 나이 또래인 남자가 1차 통과의 기준이었습니다. 당연히 나이 어린 여자 사람이 훨씬 많이 지원을 했지만 40대 남자 사람도 하루 종일 인터뷰를 해야 할 정도로 적지는 않았습니다.


결국 동갑인 남자 사람이 제 후임으로 결정되어 저번 주부터 같이 일하면서 저에게 인수인계를 받고 있습니다. 친구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그리고 이번에 새로 입사한 분도 그렇고... 40대라는 나이에 200 초반의 월급을 받으며, 인포 데스크에서 일하는 남자 사람들의 개인 사정은 일반적일 수가 없는 거 같습니다. 주변 친구들에게 내 이야기를 하면 약간은 특이한 캐릭터로 취급을 받았었는데 지방의 인포 데스크 업무를 하고 있는 이 세 명의 남자들에게는 전혀 해당이 되지 않았습니다.


최소 두 번의 휴학, 학생이 아닌 다른 진로로의 시도, 그로 인해 학부생 졸업까지 거의 10년의 시간이 필요했다는 점 등 대학 졸업 후 대기업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한 대부분의 내 친구들이 들으면 어이없을 이력을 가진 사람들이었습니다. 물론 이 세 명도 각각의 독특한 이력이 있습니다.


한 명은 두 번의 전공 변경과 3년의 회계사 준비, 세 명의 아들을 가진 투잡을 뛰는 가장

또 한 명은 친구가 일하는 회사에 낙하산으로 취업해서 일하는 사업자

나머지 한 명은 중국과 일본에서 공부와 취업을 하다가 코로나로 인해 한국에 와서 외교관을 준비하면서 정말 많은 분야에서 계약직으로 일을 해 본 사람


각자가 적지 않은 나이에 큰 고민거리를 최소 두 개씩은 가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떤 큰 결정이나 변화의 계기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보험 혹은 발판의 목적으로 인포 데스크 계약직 자리를 활용하고 있는 겁니다.


이제 나는?


저는 이제 다시 7개월 전 제 상황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7개월 전에 대전에 오면서 목표로 했던 것들이나 기대했던 것들을 생각해 보니 이룬 것도 있고, 아직도 하고 있는 것들도 있고,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것들도 있네요... 기대 이상의 성과까지는 욕심이고, 그렇다고 후회만 가득한 시간들도 아니었습니다. 생각했던 것과는 달라서 시작도 해보지 못한 것들은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하고, 명확하게 눈에 보이는 성과들만 보면서 즐겁게 다시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동시에 나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또 다른 방법들을 찾고 있고, 그럴 목적으로 이미 결정한 것도 있습니다. 또한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 중의 하나는 계속 지방에 머무는 경우의 수를 만들어 줄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러기는 쉽지 않을 거 같습니다. 어쨌든 8월이 되면 제 일상에는 많은 변화가 생길 겁니다. 정확히는 원래의 제 생활로 돌아가는 거지만...


역시 사람이 변하는 건 쉽지 않은 거 같습니다.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게 되면서 포기되는 것들이 매일매일 생각이 납니다.


고정적인 월급

안정적인 업무 공간

매일 출근하면 만났던 친구(동료)

업무/식사 시간에 친구와의 잡담

무한정 공짜로 제공되던 커피

소소한 회사의 복지

약간의 소속감


1인 사업자로 일하면 가질 수 없거나 가지기 어려운 것들... 그것도 아니면 비용을 지불해야만 유지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이런 것들 때문에 사업을 하다가 뜬금없이 취업을 한 것이기도 하겠죠?


5년 넘게 혼자 일하면서 방전이 된 느낌이 들어서 휴식 겸 충전이 필요했었고, 그러면서도 일에서 손을 뗄 수는 없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이사, 다른 사업 확장, 100일 살이 등 내가 하던 일을 유지하면서도 변화가 필요했었습니다. 취업이라는 선택지도 고민을 했었지만 여러 선택지 중에 취업은 가장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럴 때 친구의 적절한 제안이 들어왔던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선택도 좀 지루해졌기 때문에 일단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기로 한 겁니다. 지방에서 약간은 편하게 생활하다가 돌아왔으니 그 기운으로 당분간 열심히 내 본업을 하면서 또 다른 기회를 찾아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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