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지마 섬 여행하기
오늘은 미야지마를 방문하는 날이다. 미야지마 부터 오노미치 까지 갈 수 있는 미리 예매한 구루링 패스권으로 저렴하게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미야지마섬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현지인은 물론 외국인까지 많이 찾는 관광 명소이다. 골든위크이기도 하고 미야지마에 가서는 음식점이 대기가 길것 같아서 먼저 아침을 먹고 이동하기로 했다.
역에서 서서 빠르게 먹는 회전율 높은 우동집을 찾았는데, 아무리 봐도 가게가 보이지 않았다. 알고 보니 티켓을 찍고 들어가서 역 안에서 먹을 수 있는 우동집이었다. 겨우 찾았는데 이제는 판매기에서 또 어벙하게 해맸다. 매번 일본 음식점에 가면 음식을 주문하는 티켓 판매대에서 길을 해매는것 같다.
겨우 티켓을 구매하고, 우동이 나오는 곳에 표를 놓았다. 내가 시킨건 당근으로 만든 우동면이 있는 우동이었는데, 시치미(우동에 뿌리는 매콤한 조미료)를 한껏 뿌려먹으니 얼큰해서 해장하기 딱이었다. 수란도 터뜨려 우동과 함께 먹으니 이런게 여행이지 하고 감동의 눈물이 나올뻔했다. 일본에서 맛있다고 대기를 한시간해서 들어간 곳보다 이렇게 후다닥 빠르고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한국의 김밥천국 같은곳이 오히려 맛있는 경우가 간혹있다. 아마 기대치가 낮아서 더 맛있는걸 수도 있다.
우동을 먹고 기차를 타려고 나오는 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감자과자가 실제 감자튀김으로 판매되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calbee 쟈가리코 감자 과자인데, 실제로 감자 튀김으로 판매되는 모습은 일본 여행을 많이해 봤지만 생소한 모습이었다. 바로 먹고싶어서 홀린듯이 가게앞으로 갔지만 오픈시간이 10시 30분이라 돌아오면 먹어야 겠다고 다짐하고 아쉬운채로 기차를 타러 내려갔다.
미야지마로 이동하는 방법은 보통 2가지로 이용한다. 히로시마역에서 산요본선을 타고 이동하거나, 전차를 타고 느리고 예쁜 풍경을 보면서 이동하거나. 나는 산요본선까지 무료로 탈 수 있는 티켓을 구매했기에 1안은 선택하여 이동했다.
골든위크여서 그런지 아니면 항상 이렇게 사람이 붐비는건지 기차에는 사람이 가득찼고, 가족단위로 놀러온 현지인들도 많이 보였다. 내 자리 옆에는 나이가 지긋이 있어보이시는 할머님이 한 분 탔는데 이동하면서 이런저런 스몰토크를 하게 되었다. 60대 처럼 보이는 할머님은 72살이라고 하시며 쑥스러워 하셨다. 나이대보다 젊어보이시고 인자해 보이셨다. 할머님은 자식과 고등학생이 된 손자와 함께 미야지마섬을 구경간다고 하셨다. 토박이신데 손자분이 연휴에 맞춰 놀러온김에 가족끼리 놀러가는 느낌이었다.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데 특히 역사 드라마를 좋아한다고 하신 할머님. '이산'드라마를 보고 '이서진'배우의 팬이 되었다고 한다. 정작 나는 보지 못한 드라마라 '이서진' 배우는 최근 드라마보다 예능에 많이 나오고 있다고 전하였다. 최근 '이서진'이 스캔들이 나지 않았느냐 그 여자랑 사귀느냐고 물어보아서, 한국 연예계 뉴스가 일본에도 잘 전파가 되는구나 하고 새삼 깨달았다. 내가 여행갔던 5월 시기에 이서진 배우의 잠수 이별 스캔들이 터진지 얼마 안된 시기였기도 했다. 그 할머님은 한국을 자신이 좋아한다며 한번 가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히로시마 사람들이 착하니 궁금한 것이 있다면 물어보라고 하셨다.
일본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중 하나는 친절함 때문이다. 다만 나와 비슷한 연령대의 젊은 직원들은 친절함과는 다소 멀다. 다만 나이가 지긋한 분들은 이야기 하는것도 좋아하시고 친절하고 인자한 느낌이 다소 짖다. 그래서 오히려 여행할때는 나이드신 분들과 이렇게 스몰토크 하는것이 좋았다.
미야지마역에 내리면서 할머님과 인사를 하고 헤어진 후 바로 페리를 타러 이동했다. 페리를 타러가려면 5분 정도 걸어야 하는데 줄지어진 음식점은 벌써부터 인산이해를 이루었다. 웨이팅도 많아서 아침을 먹고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미야지마섬에 들어가려면 페리를 꼭 타야하는데 티켓을 소지하더라도 입도세 100엔은 꼭 내야 한다. 입도세를 낸 후 티켓을 받고 페리를 타러 뛰어갔다. 5분 정도 마다 페리가 오긴하는데 사람들이 가득차고 내리기 때문에 왠만하면 오면 바로 타는게 좋은것 같다.
페리는 약 10분 정도 이동하여 미야지마 섬에 도달한다. 섬으로 이동하는 중간에 굴 양식장도 보이는데 내가 간 5월에는 날이 따뜻해져 굴 양식장 체험이 불가했다. 히로시마는 일본 내 굴 생산량이 압도적 1위를 할 정도로 굴이 유명한 지역이라고 한다.
미야지마에 오기로 한 이유는 바다 위에 떠 있는 토리이를 보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사슴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섬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신기해서 찾아오고 싶었기 때문이다.
페리에서 내린 뒤, 여름처럼 뜨거운 햇빛을 맞으며 토리이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상점가가 보이자 군데군데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사슴들이 눈에 띄었다. 앉아 있는 사슴, 걸어다니는 사슴, 무언가를 먹고 싶어 사람들을 따라다니는 사슴 등, 마치 동물원에 온 것처럼 사슴들이 곳곳에 있었다.
이 사슴들은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 익숙한 듯 전혀 무서워하지 않았고, 오히려 사람이 귀찮다는 듯 아랑곳하지 않고 제 갈 길을 가는 모습이 많았다.
히로시마는 굴로 유명하다고 해서 꼭 한 번 맛보고 싶었는데, 상점가 한가운데서 풍미 가득한 굴 향이 퍼져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웨이팅이 조금 있었지만, 줄을 서지 않으면 더 길어질 것 같아 바로 줄을 섰다. 회전율이 높아 생각보다 금방 구매할 수 있었다.
가격은 굴 두 개에 500엔. 관광지라 그런지 가격이 다소 비쌌지만, 유자 폰즈 소스에 시치미를 뿌려 먹으니 너무 맛있어서 마치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한국에서는 주로 초장과 레몬을 뿌려 먹었는데, 겨울이 오면 유자 폰즈와 시치미를 사서 꼭 다시 한번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때에 맞춰 물이 들어올 때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을 주는 토리이를 보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물때는 안내 사이트를 통해 시간대를 미리 확인할 수 있다. 물이 빠지면 토리이까지 걸어갈 수 있는 바닷길이 열려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토리이로 향하는 길에는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줄지어 있었다. 음식점마다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고, 거리에는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북적였다.
특히 한국인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한국어를 단 한 번도 들을 수 없다는 점이 신기했다. 전체적으로 일본 현지에서 온 사람들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처럼 보였다.
상점가를 거닐다가, 미야지마 섬을 방문하면 꼭 맛봐야 한다는 [아게 모미지]를 먹어보았다. 아게 모미지는 튀긴 만주 같은 간식으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일본어로 ‘아게’는 튀김, ‘모미지’는 단풍을 의미한다. 특히 단풍 시즌에 방문하면 섬 전체가 단풍으로 물들어 특별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아게 모미지를 주문하니 단풍 모양을 본뜬 귀여운 튀김이 제공되었다. 그러나 날씨가 생각보다 더워, 5월임에도 기온이 20도 중반을 웃돌고 있었다. 덕분에 튀김 특유의 기름 냄새가 조금 더 강하게 느껴져, 맛에 대한 감흥이 다소 덜했던 것 같다. 아마도 추운 날씨에 먹었다면 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속 재료는 팥, 슈크림 등 여러 가지 중에서 선택할 수 있었는데, 나는 팥을 골랐다. 한 입 베어 물자 달콤하고 부드러운 팥소가 입안을 가득 채웠다.
[아게 모미지]를 먹은 뒤, 유튜브에서 본 맥주를 찾아 나섰다. 스타벅스 옆 건물에서 판매하는 생맥주로, 6가지 종류 중 3가지를 선택해 1000엔에 맛볼 수 있는 세트였다. 에일맥주와 라거맥주를 섞어서 주문해 보았는데, 역시 나는 라거를 더 선호하는 것 같다.
세 잔을 연달아 마시니 금세 알딸딸한 기분이 들었다. 다리가 아프고 잠시 쉬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여기까지 온 김에 더 많은 곳을 둘러봐야겠다는 생각으로 힘든 걸음을 다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