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나는 육군어학병이다.
나는 '14년 6월 2일에 입대해서 1년 9개월 간 복무하였고 '16년 3월 1일에 전역했다.
군별은 육군이었고 모집병이었던지라 논산으로 입영했다. 남들과 똑같이 5주 동안 군사 훈련을 받았고 7월 9일 수료식을 했다.
다른사람들 다 하듯이 자대에 가서 이등병 막내 생활을 했다. 일병으로 진급할 때는 드디어 중대 막내에서 탈출했다는 조그만 희열도 느꼈다.
상병으로 진급하고 분대장을 달게 되었을 때는 군생활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착각 아닌 착각도 하였다.
북한의 도발에 휴가가 짤릴까봐 전전긍긍하기도 했고 잘못한 것 하나 없었지만 억울하게 얼차려를 받기도 하였다.
취침시간에는 선임들,후임들, 그리고 동기들과 당직 사관 몰래 웃고 떠들기도 하였고 휴가 전 날 밤에는 휴가 갈 생각에 들떠 잠도 못 이루었다.
병장으로 진급할 때는' 장'이 되었다는 기쁨도 잠시, 막상 남은 군생활을 계산하고는 좌절하기도 했다.
좌절감도 잠시 또 어영부영 설렁설렁 군생활을 보내고 나니 말차를 갔다오고 전역을 하게되었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그냥 흔하디 흔한 21개월을 채우고 만기전역한 육군 병장의 군생활이다. 그리고 내 군생활이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내 군 생활은 흔하지 않았다. 나의 군 주특기는 내 군생활을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모순적인 군생활로 나를 이끌었다.
나의 군 주특기는 육군 '영어어학병'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써 내려갈 이야기는 나의 보직이었던 통역병이 되기까지의 준비과정과 통역병 임무를 수행하면서 겪었던 소소하지만 역설적으로 전혀 소소하지 않던 이야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