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쓰려니 어색함이 앞섭니다.
그 동안 글쓰기를 게을리 했다거나 브런치를 잊은 것이 아니라
사실은 자의적으로 떠났던 것에 가깝습니다.
브런치에 '응원하기' 기능이 생겼던 때였는데요.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론 브런치가 선택한 몇몇 작가님들께만 주어졌던 기회에 부당함을 느낀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브런치에 글쓰기를 그만두었습니다.
저는 미련이 많아 한 번 마음이 떠나도 여러번 돌아보는 성격인데요.
이상하게 그때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그 뒤로 브런치에도 많은 변화가 생긴 것처럼 보이네요.
모쪼록 글을 쓰고자 하는 많은 작가님들께 빛이 되는 플랫폼이 되었으면 합니다.
제게 그랬던 것 처럼요.
브런치에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하고 기쁜 일이 많았습니다.
그저 힘든 마음을 토해내기 위해 쓴 글이었는데 포털사이트 메인에 소개되기도 하고,
공감해주시는 독자님들을 만나고,
그 덕분에 힘을 얻어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원고가 쌓여서 제 첫번째 책이 되었습니다.
이후 강연을 하거나 누군가 물을 때마다 이야기 했습니다.
저는 브런치에서 원고 쓰기를 시작했다고요. 당신도 시작해보시라고요.
그만큼 브런치에는 고맙고 애틋한(?) 마음이 있습니다.
그래서 소식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브런치에 글을 옮기지 않아서 그런지 속도는 더뎠지만 '지방 낭만 소생기' 원고는 쌓여갔고,
출간 계약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곳에 같은 제목을 달고 썼던 소량의 글의 연장선입니다.
도시에 살다 고향인 지방으로 돌아오게 되면서 느끼고 겪은 청년 당사자로서의 이야기입니다.
소멸될 것은 분명할지라도 살다 간 흔적이라도 남기자는 목표를 두고
권리라기보다 의무로서의 글쓰기라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쓴 글들입니다.
원고가 완성되기도 전에 감사하게도 제안해준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내년 초 출간을 약속하고 남은 글을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잘 쓰고 싶은 욕심에 마음이 조급하고 속이 타들어가지만 행복하기도 합니다.
이 글이 세상에 필요한 글일까, 라는 끊임없는 의문 속에서 쓰던 것에 비하면요.
앞으로도 브런치에 글을 쓰지 않을지, 혹은 쓰게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여기서 얻은 소중한 것들이 제 삶을 많이 변화시켰다는 것입니다.
그 중 가장 큰 것은 알게 된 독자님들입니다.
나를 위한 글에서 시작했을지라도 타인에게 가 닿을 때 생기는 힘과 기적을 많이 느꼈습니다.
그 경험은 두려움이나 부끄러움같은 것들을 동반하기도 하지만
앞으로의 제 삶에도 글쓰기라는 취미 같으면서도 권리 같으면서도 의무인 것을 놓지 않게 해주겠지요.
그래서 독자님들께 소식을 전합니다.
내년 초 한 권의 책으로 뵙겠습니다.
제게 주신 의지만큼 낭만이든 무엇이든 좋은 것들은 모조리 소생되는 하루하루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편안한 가을날 되시길 바라며, 여러분이 만드신 작가 주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