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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이 Nov 29. 2024

에로스와 프시케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그리스 로마 신화는 거의 모든 이야기의 바탕을 이루고 있을 정도로 여러 상징을 활용해 다양한 삶의 지혜를 담고 있다. 20년째 그리스 로마 신화 강의를 하며 서양 고전을 알리는 일에 앞장서 온 김헌 교수는 교사 대상 강의에서 신화의 의미를 풀어주었다. 신화는 글자가 없는 시대에 다양한 정보를 전달할 있는 방법은 무엇일지 고민하면서 이야기다. 문자가 없어도 후손들에게 삶의 지혜를 전달하는 일은 매우 중요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공감하며 들을 수 있는 이야기를 활용해 중요한 인생 가치를 전달하려고 했다. 많은 이야기 중에서 인생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에로스와 프시케 이야기를 살펴보자. 


에로스와 프시케의 사랑

   어느 왕국의 셋째 딸로 태어난 프시케는 그 아름다움이 빼어나 사람들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보다 아름답다며 칭송했다. 아프로디테의 신전을 찾기보다 살아 있는 프시케를 만나보려고 했다. 질투를 느낀 아프로디테는 아들 에로스에게 프시케가 추한 남자를 사랑하게 만들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프시케를 찾아간 에로스는 그녀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실수로 자신의 금화살에 찔려 프시케를 사랑하게 되었다. 아프로디테의 저주로 인해 프시케는 숲에 있다가 에로스의 궁전에서 지내게 되었다. 이후 프시케는 언니들의 꾐에 빠져 에로스와의 약속을 저버리고 에로스의 얼굴을 보기 위해 촛불을 켰다. 화가 난 에로스는 궁전을 떠나고 프시케는 아프로디테가 내 준 어려운 과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며 결국 에로스와 재회하고 제우스와 아프로디테의 축복을 받으며 부부의 연을 맺었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고난을 겪지만 결국 출발점인 집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는 여러 이야기들과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다. 외모에 끌리는 것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변함없는 사람들의 본능이다. 프시케 역시 사랑하는 연인 에로스의 외모를 보기 위해 그와 했던 약속을 깨뜨리고 결국 이별을 겪게 된다. 얼굴 좀 보려고 한 게 큰 잘못은 아니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약속과 정직이라는 가치를 저버리는 행동을 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 대가로 프시케는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으며 아프로디테가 부여한 어려운 과제를 해결해 간다. 그 결과 에로스의 마음을 다시 얻게 되고 한때는 저주를 퍼부었던 아프로디테의 축복도 받으며 부부가 된다. 

   어린 왕자가 말한 것처럼 무언가를 제대로 보려면 마음으로 봐야 한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니까. 프시케의 외모에 질투를 느꼈던 아프로디테도 그녀의 꾸준함과 노력에 감동해서 마음을 돌렸다. 둘의 사랑도 단순히 외모에 끌리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위해 노력하고 아껴주는 시간들을 지나오면서 돈독해졌다. 


우선 가치가 있나요?

    살다 보면 이런저런 갈등과 고민이 생겨난다. 복잡한 삶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나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하고 싶은 일도 많고 갖고 싶은 일도 많지만 우리의 시간과 돈은 제한되어 있다. 바쁜 하루에 휩쓸리기 전에 할 일을 계획하듯이 인생에서 추구할 중심 가치를 정해두어야 한다. 우선순위가 없다면 주위에서 권하는 대로 마음이 끌리는 대로 혼란스러운 삶을 살게 된다. 마음의 소리를 듣는 일은 중요하지만 소중한 우리의 긴 인생의 계획을 세우는 일이 먼저다. 어린 왕자는 장미를 가꾸면서 소중한 것을 얻는 법을 배웠다. 우리의 장미꽃이 소중한 것은 그 꽃을 위해 공들인 시간 때문이야. 소중한 우리 인생을 위해 제대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오늘 나의 하루는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전개될지 그려 본다. 여러분의 우선 가치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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