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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이 Nov 04. 2024

Ep 8. 누가 비정상 가족이죠?

 " 작년에 유럽 다녀왔는데 봄에 가서 그런가 날씨도 좋고 돌아다니기 좋더라구요. 부모동행학습 쓰니까 결석처리도 안 되고. 애들 어릴 때 다녀와야지 부담이 없잖아요."

  " 유인이네도 지난 번에 하와이 다녀왔다면서요? 2월에 가서 춥지는 않았어요?"

  " 하와이는 일년내내 더운 곳이고 2월은 비수기에요. 덕분에 비행기표도 싸게 구입해서 잘 다녀왔어요."

  " 유인이랑 둘만 가서 숙박하기 어렵지는 않았어요? 서양 사람들은 동양인 보면 인종차별하는데. 아빠없이 가면 정상적인 가족이라고 생각 안 할 수도 있잖아요."

  " 네? 정상적인 가족이 아니라구요? 5성급 호텔 가서 룸업그레이드까지 받고 묵었어요."


   몇 년이나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생생한 걸 보면 분명 불쾌한 구석이 있었던 모양이다. 아마 '비정상 가족'이라는 표현이 아니었을까. 엄마와 둘만 가면 비정상 가족이라니. 주변에 있던 엄마들은 나와 H맘의 대화라고 생각해서인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당시엔 하와이 다녀 온 것이 부러워서 그런가 생각하고 넘겼는데 '비정상가족'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편함이 남아있다. 


   2024년 기준으로 우리 나라는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이다. 또한 2022년 기준 출산율이 0.7명으로 심각한 저출산 상황에 있다. 이러한 시대 상황을 고려하여 여성 가족부에서는 2021년 4차 건강가정 기본계획(2021-2025)을 발표했다. 비혼 동거커플도 법률상 가족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이다. 가족을 혈연, 혼인, 입양으로 이뤄진 단위로 정의하는 조항을 삭제하고 가족 형태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겠다는 취지로 만든 것이다. 하지만 2022년 새정부 취임 이후 건강가정기본계획은 페기되었다.   


   정부는 이성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진 가정을 중심으로 여러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한 부모 가족이나 1인 가구, 동거커플은 흔하게 볼 수 있는 가족의 형태이다. 특정 가족의 형태가 통계적으로도 다수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며 한 가지 방식만 옳다고 규정하는 것은 삶의 기회를 제약하는 것이다. 코로나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고 받는 동거 커플이 여러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을 목격한 이후에 제안된 법이었으나 정권이 교체되면서 갑자기 무효화되었다.  


   이혼율은 15년새 2배가 되었다. 1990년 이혼율은 1000명당 1.1명이었으나 2016년에는 2.1명으로 높아졌다. 1000명당 2명이니 적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1000명당 혼인율이 4명정도이므로 현재 이혼율은 50%에 달하고 있다. 이는 OECD 38개국 중 9위에 해당한다. 이혼을 할 경우 자녀는 정서적으로 충격을 받고 이혼가정은 사회적 편견으로 인한 불편한 시선을 받게 된다. 하지만 가정 내 심각한 갈등을 참고 혼인관계를 계속할 경우 우울증, 종교적 몰입, 외도, 불안 및 열등감 등의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 


   과거보다 이혼율이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이 경제력을 가지면서 이제는 여성도 당당하게 이혼을 요구하고 있다. 여성 해방은 한 손에는 지갑을, 다른 손에는 피임약을 쥐면서 시작됐다는 말이 있다. 여성이 자기 삶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면서 이혼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을 돌보는 삶을 원하는 여성이 많아지면서 가정 내에서 가부장적인 문화로 힘들어하던 여성들은 이혼이라는 선택을 하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이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단순히 이혼을 막는 것은 제대로 된 해결책이 아니다. 이혼할 결심을 내려놓았다고 해서 가정 내 소통이 갑자기 잘 되는 것도 아니다. 


   이혼율 증가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흐름이다. 그럼 부부가 이혼할 경우 가족의 핵심적 기능이자 사회의 중요한 과제인 사회 구성원을 길러내는 역할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생각해 보자.   가정은 아이가 어른이 되기 전까지 언어, 생활방식 등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배우는 학습 장소다. 반복되는 인생공부를 해야 하는 가정에 사랑이 없다면 아이는 사랑을 경험하지 못한다.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가 남을 사랑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혼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한부모 가정이나 조손가정이 되었다면 자녀 양육시 혹시나 아이에게 충분한 사랑을 주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을 한다.


   <순례주택>에는 오랫동안 세신사로 일해서 다세대 주택을 마련한 75세 김순례 할머니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토지 보상금으로 구입한 집이라서 세입자들에게 월세도 싸게 받고 있다. 그래서 가족같은 순례주택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세입자는 줄을 선다. 또한 할머니는 죽은 애인의 손녀인 10대 소녀 수림이와 친구처럼 지낸다. 수림이는 이기적이고 미성숙한 원가족보다 순례씨를 따르며 함께 지낸다.


    어른이란 스스로 살아보려고 애쓰는 사람이야.

   다양한 가정의 형태가 보편화된 사회에서는 순례주택처럼 사랑이 가득한 공동체 문화가 필요하다. 어른이라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없다고 포기하지 말고 여러 방법을 궁리해 가며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정부는 비정상가족, 정상가족을 구분해서 지원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인정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써 받아들였으면 한다. 그렇게 되면 출산율이나 입양율이 높아져서 우리 사회의 굵직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꺼라 믿는다. 

   순례주택 --- 아름다운 공동체 문화가 있는 순례씨의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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