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그을려졌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 인터넷을 찾아보니, 드니 빌뇌브 감독의 영화가 먼저 검색되었다.
연극 '그을린 사랑'은 레바논 내전을 배경으로 한,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시대가 가져온 끔찍한 야만과 분노, 그리고 '그을린',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공증인의 사무실에서 어머니 나왈의 유서를 확인하는 쌍둥이 남매 잔느와 시몽. 엄마의 유언에 따라 죽은 줄만 알았던 아버지, 존재조차 몰랐던 형에게 각각 편지를 전하기 위해 엄마의 고향으로 향한다. 엄마의 행적을 따라가다 충격적인 사실을 맞닥뜨리게 된다.
전쟁은 일상을 파괴하고 무력화한다. 어제까지 이웃이었던 사람들이 밑도끝도 없는 증오로 폭력을 가하고, 이는 복수로, 또다른 복수를 거듭하며 모두가 황폐화된다.
# 나왈과 사우다의 대화중 사우다의 대사(대충 기억나는 대로)
그들은 미치광이들처럼 난민캠프로 쳐들어왔어... 벽에다 아이들을 집어던졌어. 사내아이들을 참수하고 계집아이들을 불태워버렸어, 모든게 타버렸어... 한 민병이 삼형제 처형을 준비하고 있었어. 민병들이 엄마의 머리를 낚아채서 세웠어. 살리고 싶은 놈 하나를 선택해. 고함을 질렀어. 아님 세놈 다 죽일거야.
여인이 마지막 희망처럼, 말했어.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날 봐. 나는 네 엄마일 수도 있어, 민병이 "우리엄마를 모욕하지 마!"라며 때렸어. 셋에 다 죽일거야, 선택해! 결국 그 여인은 이름 하나를 불렀고, 시신 두구가 쓰러졌지. 떨고있는 큰아들을 살려주고 그들이 떠났어. 엄마가 다시 일어나, 불탄 채 온 연기로 울고있던 도시 한복판에서 울부짖기 시작했어.
- 내가, 내 아들들을 죽였다, 내가 아들들을 죽였다!
참혹한 장면은 영화에서처럼 직접 보여지기보다 배우들의 대사를 통해 그려지는데, 그 서사를 듣다보면 상상력이 증폭되어 더욱 참담해졌다. 담담히 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인터미션 포함 3시간 45분.
긴 시간동안 울부짖고 절규하고 노래하고 달리며, 긴 이야기를 뜨겁게, 담담히 들려준 배우들은 긴 시간 흐트럼없이 집중하고 기립박수를 치는 관객들을 향해 감사의 눈빛과 박수를 돌려주었다.
연극은 끝났지만, 참담한 현실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오늘도 세상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그을린 사랑'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