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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드 줍는 까마귀 Aug 28. 2023

기자이너(기획자+디자이너)의 미드저니 활용기

인공지능 시대에 디자이너로 살아남기 #3

인공지능 시대에 디자이너로 살아남기 시리즈의 마지막화로 인공지능과 디자이너의 미래에 대한 철학적 고찰, 그리고 챗GPT 실활용기에 이어 미드저니 활용기를 들고 왔습니다. 앞서도 말한 것처럼 서비스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워크북 같은 관점이라기보단, 다가올 미래에 이런 기술들 위에 잘 올라설 수 있도록 함께 접근법을 고민하는 관점에서 읽어봐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사실, 그림을 못 그리는 디자이너입니다. 디자이너라고 그림을 다 잘 그리는 건 아니랍니다. 괜히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이 따로 있는 게 아니겠죠… 저는 오히려 아트디렉팅 업무를 하다 보니 보는 눈, 그러니까 기대치는 높은 편인데 제 못난 손은 따라주지 못해서 쉽게 펜을 들지 못하는 쪽입니다. 그래서 미드저니와 같은 서비스는 사실 저에게는 내 밥그릇을 빼앗을 무서운 툴이라기 보단, 나를 도와줄 구원자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feat. 나를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미드저니) 브런치로는 BX디자이너로써의 생각들을 적어나가고 있지만, 직무에 관계없이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고민과 방황하는 저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 인스타툰을 고민해 보는 중인데요. 기획은 다 했는데, 앞서 말한 것처럼 그림을 못 그려서.. 사실 캐릭터 잡는 것부터 속도가 잘 나지 않는 중이었습니다. 그래서, 여기에 미드저니를 활용해 보기로 했습니다.




1단계. 레퍼런스 이미지 수집하기


시작은 보통의 디자인 기획 단계와 동일합니다. 어떤 느낌의 캐릭터를 그리고 싶은지 핀터레스트를 통해 레퍼런스를 찾아보았습니다. 저는 동물 캐릭터로 정했고, 이미지 레퍼런스를 찾는 과정에서 제가 어떤 느낌을 원하는지 언어로도 정리되었습니다 : “독특하고 개성 있는데 하찮은 느낌. 초능력이 있을 것 같은데 막상 전투력은 0인 모순적인 모습의 사람 형상 (팔다리가 있고 두 발로 걷는)의 ‘노새’“입니다. 이 컨셉은 제가 인스타툰에서 하려는 이야기와 맞닿아있는데, 여기선 기획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니 설명은 넘어갈게요. 그리고 이런 컨셉에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레퍼런스 이미지들을 아래 정도로 모았습니다. 사람 형상이라는 키워드까지 모두 만족하는 레퍼런스는 찾기가 어려워서, 그 부분은 제외하고 어울리는 레퍼런스를 찾았습니다.





2단계. 미드저니에게 이미지 분석 시키기


미드저니는 기본적으로 인공지능에게 언어로 명령을 내리면, 그림을 그려주는 서비스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부가적인 신기한 기능이 있습니다. 이미지를 먼저 업로드하고 얘를 언어로 설명해 보라고 반대로 시키는 거죠. 저는 이 레퍼런스 이미지들을 하나하나 미드저니에게 분석시켜 보았습니다. 한 이미지마다 4개의 버전으로 설명을 주는데, 온갖 수식어의 나열과 조합으로 가져다줍니다. 대표적인 이미지 두 개정도의 결과를 보여드릴게요.


미드저니(우)에게 레퍼런스 이미지(좌)를 설명해보라고 분석을 시킨 결과 #1
미드저니(우)에게 레퍼런스 이미지(좌)를 설명해보라고 분석을 시킨 결과 #2




3단계. 수식어 고르기 & 겸사겸사 공부하기


미드저니가 분석해 준 수식어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봅니다. 단어는 형용사도 있고, 작가이름, 미술사조 등 매우 다양합니다. 사실 모르는 영단어들이 꽤 많아 고르는데 시간이 걸렸는데, 저는 그 시간도 좀 유익했습니다. 업무에 쓸 수 있을만한 디자인 형용사들을 배우기도 하고 잘 모르던 작가나 미술 사조인데 좋다 싶은 것들도 많이 알려줬거든요. 예를 들면, 아래 두 작가들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게 됐습니다. 범위도 현대미술작가부터 핀터레스트에서 작품은 본 거 같은데 이름은 모르던 일러스트레이터까지 다양하게 알려줍니다. 역시 이런 부분에선 인공지능이 저보다 똑똑합니다.


미드저니를 통해 새롭게 알게된 작가들, 순수예술 작가부터 SNS 일러스트레이터까지 범위가 넓습니다


워딩을 하나씩 보면 레퍼런스와 잘 어울리는 것들도 있고, 전혀 엉뚱하다 싶은 것들도 있습니다. 저는 그중 제가 생각한 컨셉과 맞는 워딩들을 위주로 골라내어서 아래처럼 정리해 보았습니다. 미드저니가 원래 분석해 준 형식과 비슷하게 작가, 형용사, 사조 등을 골고루 골랐고, 그리고 원래 제가 정리한 워딩에서 필요한 단어들도 추가로 파파고의 힘을 빌려 정리합니다. 원하는 색감은 정해져 있어, 색감에 대한 키워드들은 조금씩 바꿔가며 넣어볼 예정이에요.


 an illustration of a superpowerful but insignificant mule character, anthropomorphic animals, playful and whimsical designs, quirky character designs, naïve drawing, hand-drawn animation, simple line work, vibrant color, minimalist expressionism, jean jullien, allie brosh, simple line drawings





4단계. 그림 그리게 하기


이제 그 워딩들로 그림을 그리라고 주문해 봅니다. 몇 가지 워딩 버전을 넣고 비교해 가며 원하는 그림을 찾아갈 예정인데, 성격이 급한 한국인은 여러 가지 버전을 명령어를 한 번에 다 넣고 봅니다. 제가 넣은 워딩들로는 대충 아래와 같은 그림을 그려줍니다. 기본적으로 4개의 이미지를 초안으로 주는 데, 각각을 골라 배리에이션을 하거나 최종본을 받을 수 있습니다. 4가지 이미지는 기본적으로 비슷한 스타일이라서, 원하지 않으면 조금 다른 수식어들을 넣어 다시 주문해 볼 수 있습니다. 마치.. 디자이너에게 의뢰할 때와 유사한 과정이네요

고른 워딩들로 미드저니에게 그림을 주문한 후 나온 초안


워딩을 열심히 고른 덕인지, 저는 초안이 생각보다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중 몇 가지를 배리에이션을 시켜서 디테일을 달리해 봅니다. 배리에이션을 하는 과정에서도 명령어를 조금 수정하기도 하고, 미드저니가 준 그림을 다시 미드저니에게 언어로 분석시켜 또 다른 키워드를 뽑아보기도 합니다. 마음에 드는 그림을 기반으로 명령어를 더 추가해 여기서 배리에이션하라고 지정할 수도 있습니다.


초안에서 마음에 드는 버전을 선택해 배리에이션 시켜봅니다
미드저니가 그린 초안을 기준으로 다시 분석, 키워드를 뽑아서 배리에이션 해 본 결과
캐릭터에게 동작도 넣어서 주문도 해 봅니다




5단계. 원하는 캐릭터와 디테일 골라 수정하기


저는 이 그림을 통해 어느 정도 마음에 드는 캐릭터들을 뽑아 보았습니다. 사실 꽤 마음에 들어요. 이 이미지들의 고해상도 png파일을 요구해 받아볼 수 있습니다. 다만 저는 이 이미지를 그대로 활용하지는 않고, 디자인 툴로 옮겨가 제가 디테일을 조금 손을 볼 생각입니다. 요즘 보통 미드저니가 그린 작품이라고 하면 실사이미지나, 실사에 가까운 게임그래픽 또는 웹소설 표지 스타일의 그림들이 많이 보여집니다. 하지만 미드저니가 생성할 수 있는 그림 스타일의 폭은 생각보다 넓습니다. 절대적인 시간이 좀 더 많이 들어가는 스타일을 인공지능으로 대체하고픈 선호도가 높아서일 수도 있겠지만, 저와 같이 다양한 그림 스타일에 대한 니즈가 있는 디자이너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는 케이스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아서 그 스타일이 한정되어 보이는 것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봤어요. 여러분도 미래를 탐구하는 관점에서, 인공지능과 나의 관계를 탐구하고 함께 고민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캐릭터 수정을 거친 후에 미드저니에게 캐릭터를 인식시켜서, 인스타 툰의 주요 컷들을 직접 그리게 할 수 있을지를 좀 더 탐구해보려고 합니다. 이후 새로운 내용이 생기면 이 시리즈는 또 돌아오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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