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피크 1화 | 정석에 가까워서 한편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스토리
아래 글은 HFK라는 직장인 성장 커뮤니티 모임의 개인적인 활동을 기반으로 개인적으로 추가 발전한 기록입니다. 스노우피크 브랜드 조사를 위해 다음의 1차 저작물들을 참고했음을 미리 밝힙니다: 매거진B , 롱블랙, 퍼블리, 네이버블로그
스노우피크는 프리미엄 캠핑용품 브랜드로 널리 알려진브랜드 입니다. 1958년 일본에서 등산용품을 시작으로 출발했으며, 현재는 Outdoor lifestyle Creator 라는 태그라인을 기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습니다. 패밀리캠핑 영역에 집중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아시아권 시장 비중이 높은편이며 국내에는 지사를 두고 직접 진출해 있습니다.
*류승범 배우를 모델로 하는 스노우피크 어패럴(일상복라인)은 감성코퍼레이션이라는 국내 회사가 라이센스 계약을 통해 별도로 전개하는 사업이라고 합니다.
Intro :
스노우피크라는 이름은 어감이 부드러우면서도 거센소리가 섞여있고*, 뜻이 단순하고 친근하면서도 모험적이다. 꽤 좋은 네이밍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한편으론 왜 캠핑브랜드가 ‘눈덮인 봉우리’라는 단어를 쓰고 있을까? 라는 궁금증을 갖게한다.
스노우피크는 등산을 좋아하던 철물점 사장님이 겨울 등산 때 직접 신으려고 아이젠 같은 제품을 만들 던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한동안은 등산용품 판매점이었고, 지금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는 패밀리 캠핑은 사실 봄이나 가을에 더 적합하다. 그럼에도 브랜드 이름에 캠핑 인구는 가장 적은 겨울을 연상케하는 ‘스노우피크'라는 단어를 쓰는 이유는 거기에 브랜드의 창업자 정신과 진심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헤리티지를 알고나면,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네이밍이다.
* 한국어 기준이긴 하지만, 브랜드 업계에서는 네이밍에 거센소리(ㅊ/ㅋ/ㅌ/ㅍ)가 섞여야 사람들 기억에 남기 좋다는 통설이 있다
교과서를 중심으로 브랜딩했어요
: 정말 현실에서도 작동하는 걸까? 제발 그렇다고 내게 말해줘.
이 브랜드를 탐구하는 동안 든 가장 큰 감상은 " '교과서를 중심으로 공부했어요' 같은 스토리네" 였다. 정석에 가까운 사례라 반가우면서도, 인하우스 브랜더로써 현실에 치이던(?) 지난 날을 생각하면 정말 현실에서 가능한걸까하는 걱정도 들었기 때문이다.
퀄리티에 대한 철칙, 오리지널리티 정신, 소비자지향적 디테일의 힘
스노우피크에 대한 소비자의 가장 큰 불만은 가격이 비싸다는 점이다. 흔한 브랜드라면 가격을 낮추거나 저가 라인을 출시해 볼 법도 한데, 스노우피크 대표는 단호하게 “앞으로 더 좋은 소재가 더 싼 값에 나온다면 가격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우선은 지금의 고객들이 더 만족할 수 있는 제품 개발이 대중화보다 앞선다"고 말한다. 실제로 스노우피크는 '전략적인 포지셔닝을 위해 럭셔리 정책을 고수' 하는 것 따위의 선택은 전혀 아닌 것 같았다. 스노우피크가 처음 텐트를 만들었을 당시에는 스노우피크의 제품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텐트였는데, 2012년에는 오히려 그 때보다 1/5정도 낮은 가격의 제품이 가장 비싼 라인이었다. 물가는 오히려 상승했을 텐데 가격 포지셔닝은 상대적으로 상당히 낮아진 것이다. 스노우피크 제품의 높은 가격은, '고가 정책' 같은 말로 표현하기에는 좀 부적절했다. 의도적인 포지셔닝이라기보단 그저 가장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최적의 선택일 뿐인 것이다.
대부분의 브랜드는 신제품을 출시하고 나면 그 다음 신제품은 뭐가 되어야 할까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래야 브랜드가 생명력을 유지한다면서. 그런데 스노우피크는 그보다는 10년 전 내놓은 제품이라도 끊임없이 유지 보수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 사례로 LV50이라는 의자가 경사면에서 뒤로 넘어간다는 의견이 많자 프레임의 모서리 부분을 바꿔 보완한 이야기를 하며, 대표는 “다른 브랜드였다면 경사면에서 사용하지 말라고 했을 거예요” 라고 한다. 이 한마디가 꽤나 울림있게 다가왔다. 사실 현업에 있다보면 '에이 이 정도는', '이런 건 어쩔수 없지' 정도의 마인드로 제품의 불완전성을 소비자에게 떠넘기기가 일쑤라는 걸 누구보다 알고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스노우피크 직원은 만약 고객이 사용설명서를 보고 제품을 사용하다 손상이 생기면, 그건 사용 설명서를 잘못 만든 회사의 탓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해서 알게된 제품의 결함이나 문제점은 다시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는 데이터로 쓴다. 이 얼마나 당연한 것 같으면서도, 실제로 지키기 참 어려운 멋진 태도인지.
이런 철저한 퀄리티 관리에서 나오는 강한 자신감은 오리지널리티 정신으로 이어진다. 스노우피크의 제품을 카피하는 제품들은 많았고, 지금도 많다. 이 브랜드들이 신경쓰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표는 “20년 전 스노우피크를 카피하던 많은 업체들은 지금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라는 말로써 답한다. 애초에 카피를 하는 사람들은 결코 오리지널을 만드는 정신을 가질 수 없고, 이를 알아보는 소비자들을 절대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비슷한 표현을 들었던 적이 딱 한 번 있었는데, FIT 라는 미국의 유명 패션학교에서의 특강에서 였다. (소위 명품 브랜드로 더 잘 알려진)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업계에서 흔히 일어나는 카피 제품에 대해 생각하는 마인드가 바로 그거였다. 따라하던 말건 오리지널은 우리고, 어차피 우리는 다음 시즌에 또 새롭고 멋진 디자인을 내놓을 거다. 딱히 신경 쓸 가치가 없다라는 엄청난 자신감이었다. 이게 그들을, 그리고 스노우피크를 '명품'으로 만드는 것 아닐까.
공식 홈페이지에 가면 제품 별로 개발 스토리를 볼 수 있다.
진실된 가치를 전하는 것이, 단순 판매 증진을 위한 것보다 우선한다
내 브랜드를 하고 싶은 디자이너, 그래서 사업에 관심있는 디자이너로써 요즘 겪는 일종의 자아분열 같은 고민이 하나 있는데, 바로 멋진 브랜드를 보면 감탄과 동시에 “그래서 이 브랜드는 흑자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이다. 디자이너야말로 그 누구보다 소비자의 가치를 먼저 대변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에 매력과 책임감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케터나 영업담당이 ‘돈'을 무기로 내세우는 주장에는 한두 발 양보하던 습관이 뒤섞여 스스로 위선적이라고 느끼곤 한다. 이런 측면에서 스노우피크는 확실히 당장의 매출보다는 진실된 가치를 전하는 게 더 우선 순위에 위치하고 있는 듯 했다.
스노우피크에는 제품을 개발하는데 원칙이 있다고 한다. 기획/개발 매니저가 직접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스노우피크 로고를 볼펜에 넣어 판매하면 매우 잘 팔릴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보다는 다른 곳에 없는 볼펜을 만드는 것이 저희가 더 지향하는 개발 방향입니다. 그렇지 못할 바에는 수익성이 크더라도 차라리 만들지 않는 편이 낫지요.”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브랜드를 운영하는 조직에 속해 본 사람이라면 공감하리라.
스노우피크는 프로모션 행사나 아웃렛은 운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있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스노우피크가 현대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마케팅 툴인 광고에 대한 비중을 상대적으로 낮게 잡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활발한 활동은 고객 초청 행사인 ‘스노우피크 웨이(국내는 설봉제)’ 를 열어 전국 각지의 캠핑장을 돌며 제품 테스트를 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해왔다는 정도가 전부라고 한다. 여기서 소소하게 체감했던 포인트가 하나 있는데, 바로 요즘 가장 기본 중이 기본이라고 여겨지는 온라인 광고도 잘 하지 않는구나 하는 것이었다. 소위 ‘구글이 지켜보는 삶'* (* 크롬을 기본 브라우저로 모든 정보를 연동하며, 내 정보를 기꺼이 내어줄테니 유용한 정보를 내놔라의 태도를 갖고 살고있다) 을 살고 있는 사람으로써, 보통 무언갈 구글링이라도 해본다면 3초 뒤 내 인스타그램 피드에 바로 광고가 뜨는게 너무 익숙한데, 스노우피크는 브랜드 탐구를 하는 동안 단 한번도 광고가 뜨지 않았다!
스노우피크는 파타고니아와 비슷하게, 구입시기에 상관없이 평생 동안의 a/s를 원칙으로 하는 ‘영구보증제도’를 가지고 있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 오래 쓰게 하는 것이 소비자에게도 나아가 환경에도 더 좋다는 입장이다. 스노우피크 고객 관리 담당 매니저는 "제품의 가격이 높다보니 대체로 하나씩 사서 모으며 애지중지 하는 고객이 많다, 그래서 아무리 어려운 경우라도 왠만하면 수리할 수 없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스노우피크는 고객과의 대화를 담당하는 부서가 없다. 모두가 하고 있기 때문에.
브랜드를 하다보면 내부브랜딩이 가장 근본적인 출발임을 느끼게 된다. 가치를 소비자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성원들부터 진심으로 그 가치를 추구하는게 자연스러운 필요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스노우피크는 앞선 직원 인터뷰 인용들에서 이미 느꼈겠지만, 모두 퀄리티에 대한 철칙과 진정성에 진심이다. 스노우 피크의 직원들은 어느 부서 사람이건 모두 아웃도어 문화와 스노우피크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그게 직원 채용의 기준이기도 하다. 물건을 만드는 것과는 상관없어 보이는 경리나 총무 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고객 초청 행사인 스노우피크 웨이에 참여해 “이 부품을 제가 만들고 있습니다” 라고 말하며 고객과의 대화를 이어간다고 한다.
스노우피크 브랜드에 대한 인사이트는 2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