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앱 때문에, 시청자들은 응원할 수 없었다
지난주 수요일, 아시안게임 시범 종목으로 선정된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결승 경기가 있었다.
시범종목이긴 해도 내가 좋아하는 롤이 공중파에 나오는 것 만으로, LCK 팬으로서 역사적인 일이라 생각했기에 기대가 됐다. 그렇게 결승을 기다렸고, 중계는 공중파 (KBS2, SBS)에서 일정 시간 방송 후 KBS의 경우 myK로, SBS는 온에어를 통해 계속해서 송출하는 계획이었다.
게임 진행 중에도 현지 인프라가 불안정해 게임을 중단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건 따로 있었다.
바로 공중파에서 운영하는 온에어 앱들의 '형편없는 안정성' 때문이었다.
각각 KBS Media, SBS I&M 이름을 달고 제공하는 앱이니 방송사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외주를 줘서 앱 개발을 하는지 내부에서 알아서 하는지는 알 필요가 없다.) Youtube에 밀려 죽겠다는 국내 사정이나 망 사용료 때문에 힘들다는 이야기도 일단 접어두자. 그럼 이제 실제 중계화면을 보자.
myK를 실행해 라이브 방송으로 들어가면 위와 같은 화면을 볼 수 있다. 결승 당일 myK는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고, 심한 버퍼링과 영상이 나오지 않는 상황을 반복하며 시청자를 화나게 했다. 실시간 채팅에는 경기 내용에 대한 코멘트보다 영상이 심하게 끊긴다는 채팅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기억에 남는 건 중요한 한타의 순간 보다, 눈을 떠도 볼 수 없는 까만 배경의 밤하늘이었다. 재생 버튼을 눌러도, 일시정지를 눌렀다가 다시 재생을 해도 똑같았다. 세로/가로 화면 전환 반응도 느려서 핸드폰이 고장 났거니 싶었다. 아마도 myK가 갑작스레 몰린 시청자들의 물량공세(?)를 감당하지 못했는지 경기 진행 내내 이런 일은 심심찮게 일어났다. 결국 시청자들은 광고만 띄우지 말고 중계화면부터 제대로 띄우라며 화가 났다. 본인도 너무 답답하고 화나는 마음에 해설진을 포기하고 SBS로 넘어갔다. 그런데..
이번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위 화면을 보면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가? 그렇다. 화면을 잘라먹는다. 아래를 잘라먹어서 결승 몇 세트 인지 알지도 못했다. 서포터 포지션의 상태바는 완전히 없어졌다ㅠㅠ... 게다가 아이폰 X를 기준으로 영상을 재생하면 영상이 재생 중임에도 불구하고 아래 홈바가 사라지지 않는다. 아마도 애플이 제공하는 아이폰 X 앱 디자인 가이드에는 홈바를 저런 식으로 배치하라는 지시사항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개발자들에게 '새로운 앱에 노치 부분과 5.8인치 OLED 에지-투-에지 스크린에 적응해야 한다'는 요구는 이미 오래전에 했다.) 하단 홈바가 사라지지 않는 문제는 myK 앱에서도 동일하다.
꽉 찬 비율로 실행해도 마찬가지였다. 단순히 화면을 옆으로 늘려놔서 챔피언들이 갑자기 뚱뚱해졌을 뿐만 아니라, 맵이고 화면이고 잘라먹는 건 똑같았다. 앱 구조적인 문제라 아시안게임 말고 다른 온에어 방송을 볼 때도 동일하게 일어나는 증상이다. SBS 온에어 앱 초기부터 있던 증상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고쳐지지 않았다. 공중파 앱은 언제까지 이런 최악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것인가? 기분 좋게 중계를 보기 위해 접속한 시청자들은 매우 화가 났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서도 유튜브니 넷플릭스니 글로벌 서비스 때문에 못 산다고 말하겠다고? 기본적인 서비스 안정성과 앱의 문제부터 고쳤으면 한다. 아마도 이날 중계를 보던 시청자들은 두 번 다시 이 앱에 좋은 감정을 갖기 힘들것이다. 해도 해도 너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