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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ikun Aug 24. 2019

'인간' 중심의 철학, 특별한 경험

Blue bottle Coffee company, 블루보틀을 느끼며

꾸준히 핫한 커피를 고르라면, 블루보틀의 라떼를 뽑겠다. 미국이나 도쿄를 방문하면 누구나 인증샷을 올리러 가던,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인기 있는 카페가 블루보틀이다. 커피업계의 애플이라 불릴 정도로, 적은 수의 매장임에도 불구하고 많으 매출을 올리고, 외국에서도 줄 서서 마실만큼 인기를 얻었다. 며칠 전 강남에도 3호점을 오픈하면서,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예전에 블루보틀의 브라이언 미한(Bryan Meehan) CEO가 한국을 방문해 진행한 강연에서, "온라인 상에서 블루보틀을 가장 많이 검색하는 외국인 가운데 한국인이 많다. 한국에도 블루보틀이 진출한다면 호응이 클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블루보틀 성수점에서 맛본 뉴올리언스

블루보틀은 커피에 대한 철학이 뚜렷한 기업이다. 브라이언은 '최고의 맛, 지속 가능성 그리고 고객을 따뜻하게 대하는 환대(Hospitality) 문화'라는 3대 핵심 철학을 성공 비결로 꼽았다. 빠른 커피가 주를 이루는 세계의 커피시장에서, 느리지만 맛있는 커피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고, 직영점으로만 운영해 철저한 관리가 이루어진다.


또한 블루보틀은 양질의 맛있는 커피를 위해 편의성보다는 정성을 추구한다. 고객들은 기꺼이 15분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야만 한다. 본질적으로, 커피를 마시기 위해 카페를 방문하는 고객을 위해 좋은 커피와 블루보틀만의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인 셈이다. 흔히들 커피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이고 포화상태라고 말하지만, 블루보틀처럼 확실한 철학을 가지고 성장하는 브랜드에게는 뚜렷한 이유가 있었다.

일본 블루보틀 1호점인 키요스미 시라카와점

특히 나는 Hospitality라는 부분에서, 예전에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미즈컨테이너라는 음식점이 생각났다. 고객이 입장하면 파이팅 넘치는 인사를 건네고, ‘컨테이너’라는 특유의 컨셉 안에서 다 같이 먹을 수 있는 원 플레이트 중심의 요리가 있는 식당이다. 특이한 점은 음식이 나오면 고객과 즐겁게 하이파이브를 하는 특별한 경험을 느끼게 한다. 나도 처음 방문했을 때 직원의 적극적인 하이파이브 시도에 굉장히 어색했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면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있기에 기억에 남았다.


인간 중심의 철학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브라이언이 말하는 3대 가치는 결국 기계가 아닌 인간이 지켜야 하는 일이다. 고객을 대하는 직원으로서, 맛있는 커피를 위해 정성껏 커피를 제조하고, 지속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우리 브랜드의 고객을 소중하게 대하고 환대한다. 최근 성수동과 삼청동 블루보틀에 방문했는데 바쁜 와중에도 직원들은 고객들에게 반가운 인사를 놓치지 않았다. 더불어 차근차근 커피에 대한 설명과 함께 취향에 맞을만한 커피를 추천해줬다. 나중에 기계가 인간의 일을 대신하게 된더라도, 이 세 가지는 '인간다운'가치로만 느낄 수 있는 것이기에 대체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나에서 독보적인 매출을 보이는 스타벅스가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물론 직영점 수도 많고 빠르게 나오는 커피라는 점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일관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어느 지점을 가도 같은 맛의 커피를 제공하고, 친절한 파트너들이 기다리며,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다. 이러한 일관된 경험의 요소들이 고객들을 꾸준히 찾아오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블루보틀 또한 어떤 고객을 대하든, 아랑곳하지 않고 기분 좋은 경험을 제공해주려고 노력한다. 지금까지 일본과 한국에서 여러 블루보틀을 방문하는 동안, 한결같은 친절한 직원과 정성이 담긴 커피를 만날 수 있었다. 

어느 매장을 방문해도 정성스레 커피를 내려준다. 한 방울 한 방울.

사람들은 이미 유명세를 탄, 매력적인 파란 보틀의 카페에 열광하고 있다. 오픈전부터 몇 시간씩 줄을 서며 유명한 커피를 맛보고 있다. 우리는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하지만, 최근엔 스페셜티와 드립 커피가 대중화되고 실력 있는 바리스타가 일하는 카페가 늘면서 맛있는 커피를 위한 기다림에 적응하기도 했다.


나는 스타벅스에서 불러주는 닉네임도 좋지만, 하루에 몇 번 불릴 일이 없는 내 이름을 물어봐주는 블루보틀이 내심 반갑기도 하다. 아직 집 앞의 편안한 카페 까지는 힘들겠지만 가끔은 블루보틀의 철학과 가치, 그리고 세심하게 디자인된 공간이 생각난다면 종종 방문하려고 한다. 그것만으로도 하루 중 특별한 경험이 되기도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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