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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필록 Dec 24. 2021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시간

30대의 마지막 연말을 보내며

코로나 2년째의 크리스마스입니다.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가 기본이 되어버린 지금, 혼자서 보내는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는 저 조차도 가끔은 사람 사이의 온기가 그리워지더라고요. 직접 얼굴을 마주하기가 어려운 요즘 시기에는 연말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것 또한 힘들기 마련입니다.


다 같이 모여서 담소를 나누는 자리를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추운 겨울에 따뜻한 마음이라도 나눌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행히 요즘 세상엔 핸드폰 하나만 있어도 괜찮은 선물 하나쯤 보내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주변 지인들과 가족들을 위한 선물을 검색하고 메시지와 함께 보내 봅니다. 직접 전달할 수 없는 것이 아쉽기는 해도 선물을 받은 분들의 반응을 보면 저까지 기분이 좋아지네요.


저는 종교를 따로 가진 사람은 아닙니다. 그래서 예수의 탄생일인 크리스마스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진 않지만, 그래도 기분이 어쩐지 쓸쓸해질 수 있는 연말에 거리 곳곳에 장식된 트리 장식들 덕분에 미소를 짓게 된다랄까요, 몽글몽글한 기분입니다. 한창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 좋아했던 20대 초반의 내 모습도 떠오르네요. 명동거리를 지나다니면 골목마다 울리던 캐롤도 기억납니다. 그때는 당연했던, 사람들로 가득했던 크리스마스의 시내 거리를, 언제쯤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며칠 전, 퇴근 후 집 근처 용두산공원에 다녀왔습니다. 작년에는 취소되었던 트리축제가 올해는 용두산공원에서 열린다기에 동네 마실 겸 구경을 다녀왔어요. 반짝반짝 빛나는 예쁜 조명들을 보려면 백신 접종 확인과 온도 체크가 필요했습니다.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 때문에 이런 축제들을 즐기는 것에도 조건이 붙어야만 하는 사실이 안타까웠지만, 많은 사람들이 방역지침을 당연하게 지키면서 조용히 즐기는 모습에 내심 뿌듯하기도 했어요. 상황이 상황인지라 예전처럼 활기찬 형태의 축제는 아니었지만, 예쁜 조명들을 보며 사진을 찍고, 웃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저 또한 기운을 얻고 왔습니다.


용두산 공원의 트리축제


여러분은 2021년 연말을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한 해를 되돌아보며 지키지 못했던 스스로와의 약속에 후회하기도 하고, 소소하지만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기기도 합니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의 내가 목표 앞에서 넘어졌다고 해서 전진하지 못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입니다. 1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지만, 10년 전과는 그래도 꽤 많이 발전한 것 같거든요.


올해는 마무리하며 한 가지 깨닫게 된 것은 역시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좋아하는 일을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야 말로 진짜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이었어요. 올해는 새로운 취미로 소소한 영상 제작도 시작했습니다. 오랫동안 사진이 취미였던 덕분에 자연스럽게 접근하게 됐네요. 사진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어서 꾸준히 찍고, 편집하고 업로드도 할 것 같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묻고, 깨닫고, 배워가는 과정이 40대를 앞둔 지금의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 좋은 결과도 뒤따라오겠죠?


생각해보면, 저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해왔던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단순히 사람들 사이의 평판에 신경을 써 왔던 곳 같아요. ‘나 자신’의 알맹이는 전혀 좋은 사람이 아닌데, 보이는 것에만 몰두하다 보니, 정작 나 자신을 돌보지 못했던 거죠. 그제야 ‘좋은 사람’의 의미는 ‘남들 눈에 좋은 사람’이 아닌, ‘스스로 느끼기에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주변에 아무리 사람들이 많아도 대부분이 휘발성인 관계들이었던 것은, 나 자신이 오래도록 보고 싶은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나 자신이 매력적인 사람이 된다면 내 주변에도 좋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게 된다는 사실을 이제는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아요. 그래서 아직 부족한 제 주변에 머물러주는 사람들이 더욱 고맙기도 하고요.


진심을 담은 선물을 보낸 2021년의 연말, 뿌듯한 마음만큼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는 2022년에는 어떤 일들이 또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분명 어렵고 험난한 과정들이 또 있을 테지만, 올해보다는 조금은 더 지혜롭게 겪어낼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를 먹으며 실패를 통해 성공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으니까요.


메리 크리스마스.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평안이 깃드는 하루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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