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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작가 Mar 07. 2024

I'm glad my mom died

엄마가 죽어서 참 다행이야 원서 낭독하기 후기 





마치 클릭할 수밖에 없는 스팸 메일 타이틀 같은 책 제목이었다. 이토록 자극적인 제목에 홀려 읽기 시작한 책 <I’m glad my mom died>을 다섯이 1월 28일부터 2월 28일까지 읽었다. 계획하지 않았지만 딱 떨어지는 한 달의 시간이었다. 책을 끝까지 읽고 각자 어떻게 읽었는지 회고까지 하고 나니 문득 이 책의 저자 Jannette이 대견하다는 느낌과 낭독 멤버들에겐 송구하다는 느낌이 동시에 들었다. 대견함과 송구함이라니, 내가 써놓고도 나는 왜 이렇게 늘 복잡 미묘함을 느끼면 살까 싶었다. 어쨌든 원서 책 한 권 읽으며 복잡 미묘한 느낌은 왜 들었는지에 대한 개인적 소회를 포함한 한 달 동안 원서 낭독 후기다.

이 책은 나르시시스트 부모의 자녀들이라면 대부분 겪었을 정서적 고통을 자세하게 다룬다. 자신의 과거를 가감 없이 솔직하게 써 내려간 저자에게 박수를 치고 싶다가도 새벽을 깨우며 낭독하기엔 적절치 않은 책이라 생각하며 함께 낭독한 분들께 슬며시 미안했다. 손님 모셔놓고 차린 게 변변찮아 송구한 느낌이랄까? 매일 새벽 저자가 엄마와의 관계에 고통받는 묘사를 읽자니 솔찬히 기 빨렸다.

 

나르시시스트 부모의 말과 행동에 어렸을 때부터 노출되어 영향받아온 저자의 심리적 고통은 무시하는 게 아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저자가 그 고통을 해석하거나 다른 관점을 갖게 되길 기대했던 것 같다.

“I stand up, wipe the dirt off my jeans, and walk away. I know I’m not coming back.” 

책 마지막째 장 마지막째 줄을 읽으며 개인적으로 벙찐 심정을 감출 수 없었다. 왜냐하면 거의 300페이지에 자기 경험을 쏟아내고도 여전히 극복 중이라는 느낌이 들어서다. 어쩌면 내가 생각했던 기대에서 벗어났다는 쪽이 맞는 표현일 듯하다. 직전에 읽은 “When breath becomes air”가 생각났다. 시한부 인생이기에 마지막 에필로그도 미처 쓰지 못한 책이 더 완결성 있게 느껴졌던 이유가 궁금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쩌면 내가 기대했던 건 위 마지막째 줄로 끝이 아닌 마지막째 줄 라인으로 시작하는 내용을 읽고 싶었던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몇 주 전 읽었던 비비언고닉의 ‘상황과 이야기’에서 결국 내 이야기는 나만 재밌어할 확률이 엄청 높은데 그럼에도 타인에게 나의 경험이 가치 있게 다가가려면 실존주의자들이 말하는 ‘되어가는’ 인간이 필요하다고 했던 게 기억났다. 쉽게 얘기하자면 회고록에는 “진정한 나(참된 나)”에 대한 고민이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Jannette이 고민을 하지 않았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힘들었던 경험을 묘사하는 것만큼 극복해 가는 과정을 조금 더 보고 싶었다.

늘 생각이 복잡해지면 이를 한 번에 설명해 줄 예시를 떠올리곤 하는데, 이 책을 읽고 떠오른 이미지는 레고 십만 피스다. 이제 정리하고 자야 하는데 아직도 십만 피스 정도 되는 레고가 바닥에 어질러져 있는.. 그래서 이걸 언제 다 조립하나 아득한 느낌말이다. Jannette의 다음 책은 일부 조립해서 어느 정도 완성되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응원을 더하며 책을 읽은 지 딱 한 달 되던 날, 낭독했던 분들과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던 흥미로운 의견을 기록해 보자면 아래와 같다.




Crying in Hmart vs I'm glad my mom died

Crying in Hmart의 엄마와 Jannette의 엄마의 차이가 책을 읽기 전에도 궁금했었다. 이에 함께 책을 읽었던 은*님은 두 책에서 나오는 엄마는 다소 자녀를 통제하려는 욕구를 모두 보였다. 다만 Hmart의 저자는 이민자 한국인 엄마와 미국인 아빠 사이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어렸을 때부터 부단히 고민했을 것이다. 그리고 Jannette은 어렸을 때부터 나르시시스트 엄마의 취향과 선호에 통제당한 삶을 살아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제대로 고민해 볼 수 있는 여력이 없었을 테고 엄마가 죽어서야 비로소 자신의 정체성을 하나씩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고 흥미로운 해석을 들려주셨고 오랫동안 뇌리에서 잊히지 않았다.

나르시시스트에 대하여

책을 읽으며 나르시시스트의 특징이 궁금해 찾아봤더니 공통된 특징은 <자신에 대한 과대망상> <이상적인 것에 몰두> <변화 거부> <타인에 대한 통제 거부 시 분노>라 알려주셨다.

원서 낭독의 매력

원어민이 아닌 각기 다른 목소리, 억양, 속도로 들리는 각자의 목소리가 신기하고 듣기 좋았다고 이구동성 의견을 모았다. 소리 내서 책을 읽었던 경험 자체가 적은데 잊고 있었던 영어 세포가 깨어나는 느낌과 뇌의 다른 부위를 사용하고 있는 듯한 느낌도 좋았다는 의견도 주셨다.

Next Time

이번 낭독을 마무리하며 다음 원서 낭독 때는 단어를 좀 미리 찾아 공유해 함께 하시는 분들의 이해를 돕거나, 책에 대한 내용을 마지막 한 번이 아닌, 중간에도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으로 구성해 보려고 한다.

안녕 Jannette. 건강하고 책 또 써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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