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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Thought Lab

왜 즐거운 상상이 나를 더 우울하게 만들까?

ASKHADA 4주차 Day 1

by 룰루박


� _No Stupid Questions_는 Freakonomics Radio Network의 인기 팟캐스트로, 우리가 일상에서 당연하게 넘기던 질문들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팟캐스트를 기반으로 8월 11일 부터 9월 21일까지 베타버전 ASKHADA -영어 스터디 운영합니다. ASKHADA는 단순히 영어 말하기 연습이 아니라, “언어를 통해 사고를 실험하고 질문하는 힘을 기르는 과정”을 지향합니다. 매주 한 편의 에피소드를 함께 듣고, 스크립트를 정독하며, 문화적 맥락과 표현 차이를 탐구하고, 에세이와 토론으로 확장해 갑니다. 이 블로그 시리즈는 그 기록입니다.
� _No Stupid Questions_is a popular podcast from the Freakonomics Radio Network. It takes everyday questions that we often overlook and digs into them with surprising depth. From August 11 to September 21, I’ll be running a beta version of an English study group called ASKHADA based on this podcast. ASKHADA isn’t just about practicing English conversation — it’s about experimenting with thought and building the power to ask meaningful questions through language. Each week, we listen to one episode, read through the transcript carefully, explore cultural and linguistic differences, and expand our reflections through essays and discussions. This blog series is a record of that journey.


오늘은 No Stupid Questions 에피소드 201, “Are You Dreaming Too Big?” 을 바탕으로 긍정적 환상(positive fantasy) 이 인간 심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볼 예정인데요. 짧은 순간의 상상은 왜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지만, 도대체 왜 장기적으로는 우울을 심화시킨다고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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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만약에, 라는 달콤한 독

“만약 내가 1등 복권에 당첨된다면?”

“만약 짝사랑하는 사람이 내 마음을 받아준다면?”

“만약 내 친구들과 다 같이 버뮤다 해변에서 은퇴 생활을 한다면?”


실제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도 기분이 좋아지는데요.

혹시 이런 경험이 있으신가요? 아마 대부분은 그러실 것 같은데요. 짝사랑하는 사람이 내 마음을 알아줄 것 같은 순간이라던가, 혹은 지금 당장 모든 걸 정리하고 제주도에서 펜션을 차릴 수 있다면 하는 꿈들요.

팟캐스트 호스트이자, 그릿 (Grit)의 저자, 또 저명한 심리학자인 Angela Duckworth는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을 이렇게 회상합니다.


When I was in high school, I had this mad crush on a boy… I just fantasized about how we were going steady. And it was so fun!


여기서 핵심은 “so fun!”입니다.

실제로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단순히 머릿속 시뮬레이션만으로도 진짜 즐거움이 밀려온다는 거죠.



2. 뇌가 속는 이유

이 즐거움은 단순한 기분 전환을 넘어선, 심리학적으로도 입증된 현상입니다.

심리학자 Gabriele Oettingen 은 이를 “positive fantasies”라고 불렀습니다.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 세계의 정신적 시뮬레이션을 만들어내고, 그 안에서 미리 성취를 경험한다고 해요. 문제는 여기서 시작돼요. 상상 속에서 이미 목표에 도달했다고 느끼는 순간, 실제로 그 목표를 향해 행동할 동기가 급격히 떨어져요. 뇌가 "이미 해냈잖아"라고 착각하는 거죠.


Angela는 이렇게 말합니다.

when we create this mental simulation of a world that doesn’t exist, like a future that’s not true, but we’re pretending, we can experience it, in a way.



즉, 뇌는 상상을 실제 경험처럼 받아들이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상상 속의 해변 바람, 연인의 미소, 당첨 소식의 전율은 신경학적으로 실제 감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요. 이걸 신경과학적으로 조금 더 설명해보자면, 인간은 보상 예측(reward prediction)이 될 때, 도파민이 분비되는데요. 실제 물리적으로 보상을 받기 전에도 상상 자체가 '보상 신호'를 만들어 낸다는 거에요. 그러니까 보상 없이도 나의 뇌는 미리 만족감을 느끼는거죠. 결론은 아무일이 일어나지 않았음에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 이것이 긍적적 환상이 주는 단기적 쾌락의 본질이에요!.



3. 그런데 왜 더 우울해진다고 하는 걸까요?

문제는 시간이 흐른 뒤에 나타나요. Oettingen의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환상 수준과 우울 증상을 추적했습니다.


Angela의 설명은 아래와 같았어요.


positive fantasies don’t look so good, because the more you tend to fantasize, actually the more depressed you are in the future

즉, 환상은 단기적으로는 우울을 줄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우울을 악화시킨다고 합니다.


왜일까요?


심리학자들은 이렇게 설명해요. 상상 속에서 이미 성취를 경험해서 우선 행동 동기를 상실했는데, 문제는 현실에서 아무것도 바뀐게 없잖아요? 여기서 현실과 내 상상과의 격차가 확대되는거죠. 그리고 계속 긍정적 상상만 할 경우, 이 격차가 누적되면서 자존감 하락과 우울 심화로 이어진다는 거에요.

가독성 높게 불렛포인트로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아요


에너지의 조기 소모: 상상 속에서 이미 성취를 경험하면, 실제 노력에 투입할 동기가 줄어듬. 마치 가상의 당근을 먹고 배가 부른 것처럼.

현실 격차의 확대: 상상은 갈수록 화려해지는데 현실은 제자리. 이 격차가 누적,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짐

학습된 무력감: "어차피 상상일 뿐"이라는 자조가 반복되면서, 점차 실제 시도 자체를 포기.


요약하자면, 상상 속에서는 성공했는데, 현실은 제자리라는 괴리감이 사람을 더 무력하게 만든다는거죠.



4. 한국 사회의 환상 문화

조금 더 실감나는 예시를 들어볼까요?



로또의 유혹

매주 목요일 밤이면 전국의 편의점에서 벌어지는 의식 같은 풍경이 있죠. 사람들은 복권 매장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며 이미 머릿속으로는 당첨 후의 삶을 그리고 있을거에요. "부모님께 집 한 채 사드리고, 빚 다 갚고, 그다음엔..." 이 상상만으로도 얼굴에 미소가 번질테지만, 현실은 바뀔 가능성이 현저히 낮죠


드라마 속 로맨스 판타지

한국 드라마가 유독 로맨스 판타지를 즐겨 다루는 이유가 있죠. 시청자들이 주인공의 설렘을 함께 경험하며 대리만족을 얻기 때문이라고 해요. 하지만 16부작이 끝나고 나면요? 시청 후에 밀려오는 허무함 역시 현실인데요.


'희망회로'라는 밈

한국 인터넷 문화에는 '희망회로'라는 독특한 표현이 있죠. 스포츠 팬들의 "올해는 우리 팀이 우승한다"라던가, 취준생들의 "이번엔 정말 붙을 거야"같은 근거 없는 낙관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해요. 흥미롭게도 이 표현 자체가 자조적이라는 점에서, 우리가 이미 긍정적 환상의 허무함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해요.


이처럼 긍정적 환상이 문화적 차원에서 보편적이지만 위험한 심리 기제일 수도 있다는 점이 새롭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희망회로를 많이 돌리는 편이라 이번 팟캐스트 들으면서 많이 찔리고 불편하기도 하고 했다지요.



5. 내가 겪은 환상의 늪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도 이 함정에 여러 번 빠졌는데요.

몇 년 전부터 "멋진 작업실을 갖고 있는 전업 화가"라는 상상에 빠져 있었어요. 멋진 작업실, 팬트리에 그득한 물감 및 미술 용품, 내 그림이 굿즈로 만들어져서 나열된 진열대, 하지만 외부 인터뷰는 거절해야지? 이런 말도 안되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는데요.

하지만 정작 그림은 커녕, 낙서도 안하고 있죠. 오래 전 전시하려고 사뒀던 캔버스는 먼지에 쌓여있고요 물감은 이미 다 말라버렸어요. 상상 속에서는 이미 '작가'가 된 기분이었는요. 현실에서는 아무것도 안하는거에요. 심지어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도 생기지 않았어요.


Oettingen의 연구를 접하고 나서야 내가 왜 이렇게 된 건지 이해할 수 있었죠. 환상 속에서 이미 성취의 쾌감을 충분히 맛봤기 때문에, 실제로 그림을 그릴 동기조차 생기지 않는거에요.




6. 그렇다고 꿈을 포기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라고 Angela가 덧붙여 이야기합니다.

“There’s nothing wrong with fantasies, except for the omission of the obstacles.”




즉, 환상 자체는 문제가 아니고, 장애물이 빠져 있는 불완전한 환상이 문제라는 거죠.

그래서 저는 요즘 이런식으로 접근해보려고 계획 중인데요.



Wish: 내가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 인지되고 싶다. → 그럼 실제 그려야 한다.

Obstacle: 그릴 시간이 부족함. 이미 벌려놓은 일 (이 영어 스터디 포함) 너무 하는게 많고, 캔버스에 물감으로 그리는 건 너무 에너지 시간 소모가 큼

Action: 지금 일어나는 시간보다 1시간만 더 일찍 일어나서 나노바나나를 공부해서 하나씩 만들어 본다. (요즘 핫하죠? 나노바나나)



6. 영어로 감정을 더 정확히 표현해보기

ASKHADA의 본질은 영어로 사유하기, 영어 학습이니 이번 주제와 관련된 영어 표현들도 짚고 넘어가고 싶은데요. 흥미롭게도 이 표현들은 단순한 번역을 넘어서, 각 문화가 이런 심리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보여줘요.


① 대리만족 vs Vicarious pleasure

한국어 "대리만족"에는 살짝 자조적인 뉘앙스가 있죠. 직접 못 해서 남 것으로 때우는 느낌이 있어요. 하지만 영어 "vicarious pleasure"는 훨씬 중립적이고, 때로는 긍정적이기까지 해요.


"Parents often experience vicarious pleasure through their children's achievements."


이 문장에서 'vicarious pleasure'는 부모의 자연스러운 공감 능력으로 여겨지죠. 한국어로 "부모가 자식 성공으로 대리만족한다"고 하면 왠지 좀 서글픈 느낌인데, 영어는 그렇지 않은 요 차이 느껴지시나요?




② 임시방편 vs Temporary solve

"Temporary solve"는 사실 "temporary solution"이 더 정확한 표현이에요.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이 "solve"를 명사로 쓰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해요. 저는 이게 흥미로웠는데요.


"Scrolling Instagram is just a temporary solve for my anxiety."


이 표현에는 일단 지금은 이걸로 버텨보자는 현실적 태도가 담겨있어요. 한국어 "임시방편"보다 좀 더 솔직하고 실용적인 느낌이죠.



③ 빠져들다" vs Indulge in

가장 흥미로운 건 "indulge"라는 단어였는데요. 이 단어는 원래 중세 기독교의 '면죄부'(indulgence)에서 나왔어요. 그래서 항상 "해서는 안 되는 줄 알지만"이라는 미묘한 죄책감이 깔려있다고나 할까요?


"I caught myself indulging in fantasies about quitting my job and traveling the world."


한국어로 "환상에 빠져들었다"고 하면 그냥 몰입의 의미지만, "indulge"를 쓰면 "이러면 안 되는데..."라는 자각이 함께 따라와요. 어쩌면 영어권 문화가 환상에 대해 더 경계심을 갖고 있는 건 아닐까? 요런 생각도 해봤어요.


이런 언어적 차이들을 보면, 환상과 현실의 관계를 바라보는 문화적 시각도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죠. 우리가 영어를 배울 때 단순히 단어를 외우는 게 아니라, 그 뒤에 숨은 문화적 맥락까지 이해해야 하면 사고가 더 풍부해질 수 있는 이유 같아요.



7. 이제 같이 시도해보실래요?


여러분이 자주 빠지는 positive fantasy를 영어로 2~3문장으로 적어보세요.. 그리고 이렇게 영어로 적어보는거죠.


"I often indulge in fantasies about _______, but _______."

첫 번째 빈칸에는 여러분의 환상을, 두 번째 빈칸에는 가장 큰 장애물을 적으면 됩니다.


예시:

“I often indulge in fantasies about quitting my job and living by the sea, but I don’t have enough savings to make it happen.”


이 한 문장이 당신의 환상을 더 이상 헛된 상상이 아닌, 현실적 목표로 바꾸는 첫걸음이 될 텐데요. 영어 문장 훈련과 자기 성찰을 동시에 하는 것, 어떻습니꽈??



8. 나가며..

긍정적 환상은 인간이 가진 놀라운 능력이잖아요.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미리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동물에게는 없는 특권이에요. 하지만 이 특권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환상에 현실의 무게를 더해야 하는게 맞는 것 같아요.


환상은 인간 보편의 심리이자, 뇌가 주는 선물 같은 쾌락이지만, 그 환상에 장애물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결국 현실과의 격차에서 우울을 맛보게 되니까요? 긍정회로 돌릴때, 한번 씩만 장애물도 같이 생각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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