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는 과연 낫는 병인가에 대한 글입니다. 글이 다소 길수 있습니다.
그래서 먼저 세줄 요약하겠습니다.
1. 디스크는 질병이라기보다는 노화현상으로 이해해야 한다.
2. 디스크는 관리하는 병이다.
3. 디스크의 완치라는 개념은 통증이 없고 기능이 정상인 상태를 의미하고, 이것이 꼭 쌩쌩한 디스크 상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제가 진료실에서 많이 듣는 질문 중에 하나입니다.
선생님 내 허리는 주사 맞으면 다 낫는 거예요?
과연 주사는 디스크를 낫게 할까요? 만약 주사가 디스크를 낫게 한다면 왜 내 허리(목)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아픈 걸까요? 옆집 김 씨는 주사 한 대 맞고 1년 동안 안 아프다는데 왜 나는 3번도 넘게 맞았는데 아직도 아픈 걸까요? 10년 전에 수술했다는 이 씨는 왜 수술을 절대 하지 말라면서 후회한다고 하는 걸까요?
애초에 디스크는 낫는 병은 맞을까요?
현재 환자들 그리고 의사들 사이에서 디스크라는 말이 마치 질병의 이름처럼 쓰이고 있습니다만, 사실 디스크라는 것은 척추뼈 사이에 위치해서 완충작용을 하는 정상적인 구조물을 의미합니다. 디스크, 디스크 하는 질병은 정확히 이야기하면 디스크 탈출증 혹은 디스크 내장증이라는 말이 맞습니다.
디스크는 콜라겐이라는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고, 가운데의 수핵, 그리고 바깥쪽의 섬유륜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굳이 디스크의 성상을 비유하자면 바깥의 섬유륜은 약간 고무? 같은 재질이고, 안의 수핵은 젤리 같은 재질입니다.
이러한 디스크는 우리가 80년을 산다고 했을 때 80년 내내 우리 몸의 하중을 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마모가 됩니다. 이런 것을 노화라고 하지요. 다음의 그림은 제가 진료실에서 디스크의 노화를 설명할 때 사용하는 그림입니다.
그림과 같이 가장 위에서 처럼 매끈한 디스크가 조금씩 균열이 가고(2번째), 붓고(3번째), 때로는 터지는 사람도 있고 (4번째) 좁아지고 (5번째) 마모가 심해집니다.(6번째)
이것은 우리가 나이가 들면서 얼굴에 주름살이 늘어가듯이 아주 자연스러운 과정이고,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자연의 섭리입니다.
그렇다면 70살이 되도록 허리 한번 아파본 적 없는 앞집 김영감님은 왜!!! 안 아픈 걸까요?
디스크에 균열하나 없어서?
그렇지 않습니다. 김영감님도 MRI를 찍어보면 70살 나이답게 디스크의 노화가 진행되어 있을 겁니다. 물론 다른 70대 어르신들보다 노화가 덜 할 수는 있겠지만.
하지만 노화=디스크 통증은 아니라는 겁니다. 디스크가 노화되었다고 하더라도 디스크와 그 주변 신경근에 동반된 염증이 없고 잘 적응된 상태라면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할 수 있습니다.
디스크가 통증을 일으키는 기전은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첫 번째는 디스크가 붓거나 터져 나오면서 직접적으로 신경을 눌러 통증을 일으키는 경우입니다.
두 번째는 디스크가 마모되며 노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염증이 디스크와 신경 등에 통증을 일으키는 경우입니다.
보통 첫 번째의 경우는 염증도 함께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디스크 질환에 대한 첫 번째 단계는 염증을 제거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주사, 먹는 약, 물리치료 등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염증을 제거하고 환자의 통증이 없어지고 기능상의 장애가 없는 상태가 된다고 하면 우리는 이것을 완치되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남아 있는 마모는 노화의 일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하지만 저런 염증을 제거하는 치료로도 환자의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고 하면, 그때는 디스크로 인한 물리적인 압박을 해결해 주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술을 하는 것이죠. 그럼 수술을 해서 튀어나온 디스크를 제거하고 나면 허리가 더 건강해진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디스크의 압박으로 인한 통증, 혹은 기능장애가 지속되어 수술적 치료를 시행하기는 하지만, 그 수술 과정에서 오히려 정상적인 주변 구조물 (근육, 척추관절)에 손상이 발생합니다. 그러한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시경 수술이니 최소침습이니 하는 수술방법들이 나온 것이고요. 그래서 수술은 저러한 손상을 감안하더라도 수술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더 크다고 판단될 때 시행합니다.
내용이 좀 길어졌습니다만.
결론은 위에 요약한 것과 같습니다. 디스크는 여느 신체 부위와 같이 나이가 들면서 노화가 진행됩니다. 노화의 과정에 염증이 발생하거나 신경의 압박이 발생하면 우리는 이것을 병적인 상태라고 판단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병적인 상태를 해결한 것을 디스크가 완치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결코 디스크의 완치가 디스크를 다시 젊어지게 만드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디스크는 낫게 하는 병이 아니라 관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