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크리에이터의 세계를 알기 위한 멀고도 험한 여정
도대체 매일 뭐하는 짓이야?
요즘 자주 듣는 질문이다.
매일 빼놓지 않고 올리는 가사 때문이다.
지난 8월 11일,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2달 반쯤 전부터 단 하루도 거르지 않은 채 오늘로 76개의 가사를 올렸다.
인스타를 통해 올렸고, 페북으로도 연동을 했다.
결국 인스타 팔로워가 늘긴 했지만, 초반 팔로워 중 일부는 꽤 언팔을 하기도 했다(대부분 먹스타그램 때문에 팔로우했던 이들).
(거의)매일 올라오는 아재힙합감성의 엑기스, '오늘의벌스'
첫 포스팅의 제목이다.
당시 이런 고민을 했었다.
'뮤지션들을 지원하는 일(일에 대해서는 추후 포스팅 예정)을 시작하긴 했는데,
그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려면 뭘 해야할까?'
사실 답은 간단했다. 직접 해보면 될 거였다.
그렇다고 노래나 랩을 하기엔 실력이 안 되고,
작곡은 꾸준히 하기에는 너무 로드가 많이 들었기에
작사를 해보기로 결심을 했다.
사실 써놓은 것도 꽤 있었기에 만만하게 본 것도 사실이다.
과연만만할까
첫 포스팅 링크 https://goo.gl/g49YGH
사실 저 제목에 있는 단어마다에는 각각의 의미가 있다.
(거의)매일 올라오는 → 매일 쓰기 위해 노력할 것이나 못 할 수도 있다(다행히도 아직까지는 매일 올리고 있다)
아재힙합감성 → 요즘 감성과 다를 수 있다
엑기스 → 매우 함축적이다(길게쓰기귀찮다)
오늘의벌스 → 아래 포스팅 전문 참조
넘치는 시상과 아재감성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오늘의벌스 캠페인을 진행해보고자 합니다.
제목을 뭘로 할까 고민하다가..
1. 원데이원벌스 - 매일 벌스 하나씩 쓸 수 있을까.. 패스
#MC그리만도못한ㅜㅜ
2. 오늘의펀치라인 - 펀치라인이 아닐 수도 있기에.. 패스
그래서 절충안으로 나온 제목이 바로 #오늘의벌스 입니다.
앞으로 (거의)매일, 최소 4마디의 가사를 업데이트하겠습니다.
주제는 임의로 정하려고 하는데, 신청 주제도 받습니다. 댓글로..(채택 여부는 제맘)
추후 잘되면 시리즈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아재MC동참환영
#힙합 #무브더크라우드 #쇼미더머니는안나감
그리고댓글은아무도없었다
그렇게 첫 가사를 올렸고, 다행히 오늘까지는 잘 흘러왔다.
그럼 그렇게 기를 쓰고 매일 가사를 쓰는 이유를 알아보도록 하자. 안물안궁
1. 사물을 새롭게 바라본다.
방송PD지망생 시절, 가장 즐겁게 했던 과제가 바로 '작문'이었다.
특히 예능PD의 경우
같은 주제어라 하더라도
최대한 참신하고 기발하게 해석하는 능력이 핵심이었기 때문에
평범한 단어나 사물이라 하더라도
남들과 다르게 접근하는 훈련을 오래 했었다.
작사도 마찬가지다.
특히 랩 가사의 경우, 뻔한 클리셰는 fake취급을 받기 때문에
무조건 새롭게 써야한다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걸었다.
잘된예1.
'대리는 성과를 과장하고
과장은 책임을 대리한다'
잘된예2.
'넌 언론처럼 자꾸 날
잡지 그리고 신문해'
2. 대중의 시각을 연구하게 된다.
포스팅을 하고 나면 그때마다 좋아요 수가 천차만별이다.
잘 나올 거라 생각했던 가사가 반응이 없기도 했고,
생각없이 올렸던 가사가 폭발적 반응을 얻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늘 대중(고객)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계속 고민하게 됐고, 결국 내린 결론은 '정말 모르겠다'이다.
그렇다. 정말 모르겠다.
김태호PD도 예전에 비슷한 취지의 인터뷰를 한 것으로 기억한다.
'공들여 준비한 특집이 잘 안 되고, 땜빵으로 만든 기획이 대박나는 걸 보면서
시청자의 마음은 도무지 헤아릴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닫..'
고작 76일 동안 쓴 가사로
10년을 꼬박 채운 무한도전에 비교를 하는 건 가당치도 않겠지만
어쨌든 나름 추려본 키워드는
'공감'이었다.
아무리 미사여구를 동원하고
기가 막힌 펀치라인(말장난)을 활용해도
결국 반응이 좋았던 건
'맞아, 내 얘기야'라는 공감대가 형성이 되었을 때였다.
특히 주로 회사에 관련된 가사가 반응이 좋았었다.
얼마나 한이 많았길래..
잘된예1.
'회의' - 직원편
잘된예2.
'회의' - 상사편
3. 포맷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같은 컨텐츠라 하더라도
어떠한 포맷으로 전달을 하느냐에 따라
보이는 방식은 매우 다르다.
때론 시청자(음악이면 리스너)의 성향, 지역, 연령대 별로
차별화할 필요도 있을 것이며,
따라서 최대한 다양한 경우의 수를 테스트해봐야 한다.
#오늘의벌스 의 경우도,
처음엔 4마디 가사로 시작을 했으나
같은 방식으로 하다간 지루할 것 같다는 내부본인평가 결과에 따라
여러가지 포맷을 시도하게 된다.
#오늘의펀치라인 - 노란바탕
주로 언어유희와 동음이의어를 활용한 방식으로,
평소 개드립을 즐겨하는 나에게 매우 유리한 포맷이었고
실제로 좋아요 수도 가장 높은 시리즈이기도 했다.
#오늘의미스테리 - 분홍바탕
평소 '당연한 것 같은데 왜 그럴까?' 하는 의문이 드는 사례들을
소재로 삼았고, 반응도 나쁘지 않았으나
소재가 금방 고갈되는 기현상을 겪고 있다. (제보 환영)
#오늘의인생드립 - 실사바탕
융합과 통섭의 시대흐름에 발맞춰
사진과 가사의 조합으로 신선한 결과물을 만들어보려 했으나,
사진을 매번 찍거나 찾아야한다는 번거로움으로 인해
무기한 홀딩중인 시리즈.
#오늘의세로드립 - 네이비바탕
일종의 n행시와 같은 형식으로,
세로로 보면 보이는 한 단어를
가로로 봤을 때는 풍자하는 의미를 담고자 했고
요즘 가장 밀고 있는 시리즈이기도 하다.
4. 마감의 중요성을 깨우친다.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바로
'시간약속'이다.
특히 컨텐츠를 생산하는 입장에서
방송/음악/영화/만화/기사 등 분야와 상관없이
'마감'은 생명과도 같다.
오늘의벌스 역시 매일 올려야한다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든 매달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일이 있을 경우에는 며칠 치를 미리 써놓기도 했고
12시가 임박하여 지하철에서 후닥닥 올린 적도 제법 있다.
물론 미리 써놓은 '재고'들이 꽤 있긴 하나,
'시의성'이 중요한 가사의 특성상
그때그때 새로 쓰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어쨌든 마감이란
너무나 중요하면서도 참 극복하기 어려운 존재다.
5. 창작자에 대한 존중이 생긴다
'문화대통령'이었던 서태지가
은퇴기자회견에서 남겼던 말은
'창작의 고통에 죽을 것 같았다'였다.
'창작자'에게
'창작'이라는 작업은
세상에 없던 것을 새롭게 (재)창조하는 과정이므로
상상을 초월하는 노력이 수반되는데,
그에 반해서 돌아오는 성과는 비례하지 않기에
창작과정에서 겪는 스트레스가
실로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물론 내가 가사를 쓰는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하지는 않다.
하지만 또 아예 없지도 않다.
누구는 우습게 볼지도 모르는 가사겠지만
나름은 매번 더 좋은 가사를 써야한다는
소소한 내적 갈등을 겪으며 쓰는 가사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창작자들의 고통을 다소나마 공감하게 되고,
동시에
창작자들의 결과물에 대해
쉽게 평가하지 않게 되었다.
6. 꾸준함의 가치를 깨닫는다.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것은
퀄리티를 막론하고 분명
존중받아야할 가치다.
2010년부터 매월 한 곡씩 꾸준히 발매를 하고 있는 윤종신,
쉬지 않고 곡 작업하는 것으로 유명한 도끼, 스윙스, 박재범(각각 레이블 대표이기도 하다)
그리고 윤종신 패러디로 시작해 역시 매월 음원을 내고 있는 '월세' 유세윤까지,
소위 '허슬러'들을 난 진심으로 존경한다.
그런 의미에서
단 몇줄이라도 매일 쓰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는
이 오늘의벌스의 최종 종착역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을 종종 하곤 한다.
그렇다고 이걸 평생 쓸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해서 내린 결론은
'1년만 써보자'는 것이었고,
이 과정을 통해 해보고 싶은 일들은
- 책 출간하기(1년치 묶어서)
- 직접 녹음해보기
- 영상으로도 입혀보기
- 다른 랩퍼/비트메이커들과 콜라보해보기
등등 다양한 컨텐츠를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나가고 싶다.
*기타 아쉬웠던 가사
#무선충전기
- 나름 많은 의미를 담은 가사였는데, 너무 초반이라 반응이 저조했던듯.
#영원(01)한사랑
- 디지털의 이진법을 '영원'함으로 중의적 비유를 해봤으나, 안 먹힘;;
#미레파라도시솔
- 계이름을 활용한 필살기였는데, 전달이 잘 안 되었던 같기도 하고.. 암튼 아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