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점으로 알아보는 쇼미6 세 래퍼의 득과 실
어차피 우승은 넉살?!
쇼미더머니6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질과 양 모두 역대급 레벨의 참가자들로 화제를 모았던 것에 비해
약간은 아쉬운 마무리를 거둔 감은 있지만,
여느 시즌 못지 않게 많은 음원과 화제를 낳았고
특히 많은 신예들이 주목을 받았다는 점에서
높은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시즌이었다.
이에, 수준 높은 대결을 보여줬던 TOP3 참가자들이 얻은 성과를
별점과 사자성어를 통해 분석해보고자 한다.
(개인적인 의견이므로 태클은 사절)
1. 행주 ★★★★
'대기만성' - 크게 될 사람은 늦게라도 성공한다
인천 출신의 동갑내기 3인조 힙합팀 리듬파워(구 방사능)는
그들만의 독특한 색깔로 데뷔 초부터 주목을 받았지만
그 이후의 행보는 아쉬움이 많았던 팀이었다.
당대 최고의 레이블 중 하나였던 아메바컬처의 지원을 등에 업고도
이상하리만치 뜨지 못했던 그들은
(당시 같은 소속사 뮤지션으로는 프라이머리, 크러쉬, 자이언티 등이 있었다..)
오랜 무명생활(?) 끝에 쇼미더머니 출전을 결심,
군복무 중이었던 보이비를 제외한 나머지 두 멤버(지구인, 행주)가
쇼미더머니4에 참가를 하게 되었고,
특유의 비음과 개성 넘치는 플로우를 보유한 지구인이 (흐아!)
TOP6 직전까지 가는 활약 끝에 높은 인지도를 얻게 되었다.
(행주는 1차 광탈)
이어 군복무를 마친 보이비가 쇼미더머니5에 참가,
(군대에서 TV로 봤는데 '나도 할 수 있겠다 싶었다'고 밝혔다)
본선까지 가는 맹활약을 하였고, 특히 '호랑나비'라는 곡에서는
지구인과 행주를 피쳐링으로 쓰며
리듬파워를 하나로 모으는 감격의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윽고 올해 열린 쇼미더머니6,
지구인과 보이비는 재참가를 선언하지만
지구인의 충격의 1차 탈락.. 그 장면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행주는
친구의 몫까지 해내겠다며 현장참가를 결심하게 된다.
직전 시즌에서의 활약 덕분에 우승후보로 평가받던 보이비마저
다크호스 블랙나인(흐꾸흐꾸)의 일격에 탈락하게된 상황에서
홀로 남은 행주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반전의 스토리를 쓰며
끝내 우승의 영광을 거머쥐게 된다.
사실 행주는 리듬파워 시절부터 그렇게 눈에 띄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초반 리듬파워 색깔의 절반 정도는 지구인이 차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작년 이후부터는 보이비가 팀 전체를 캐리해온 역할이 컸던 가운데
행주가 특별한 인상을 남기지 못해온 것이 사실이지만,
그가 10년 가까이 쌓아왔던 내공이
지코&딘이라는 당대 최고의 트렌드세터를 만나
뜬금없는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시청자들을 놀라게 한 것이다.
행주의 우승은 일견 슈퍼스타K2의 허각의 그것과도 유사해보인다.
당시 존박 VS 장재인 구도를 부수며 막판 스퍼트를 발휘, 우승을 거머쥐었던 허각의 스토리는
많은 이들에게 반향을 일으켰고, 허각의 캐릭터를 덧칠해주는 효과를 주었다.
행주 역시 그가 낼 음원을 포함한 앞으로의 행보에
이번 우승이 후광효과가 될 것이고, 그걸 누릴 자격이 중분하다고 본다.
(물론 신곡이 구리면 어쩔 수 없다)
2. 넉살 ★★★
'용두사미' - 시작은 좋았지만 끝이 아쉽다
어차피 우승은 넉살
'어차피 우승은 000' 시리즈는
쇼미4 당시 블랙넛이 송민호를 빗대어 시작한 이후로
매 시즌 가장 강력했던 우승후보에게 붙어온 구호다.
시즌5 때는 비와이가 수혜(?)를 입었고,
시즌6에서는 시작부터 넉살에게 따라붙기 시작했다.
그럴만큼 넉살은 언더그라운드에서 이미
실력파 래퍼로 널리 인정받았던 존재였다.
타고난 발성과 센스있는 작사능력, 그리고 특유의 넉살좋은(닉값한다) 무대매너로
탄탄한 팬층을 자랑하며 참가 자체만으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게다가 넉살은 이미 시즌2 때 참가를 했던 이력이 있었는데,
당시 c모 대기업 직원 참가자와의 1대1 배틀로 화제가 되었으나
그 참가자의 들러리 역할에 그치며 아쉽게 3차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그 이후로 넉살은 칼을 갈며 언더그라운드를 평정했고
4년만에 쇼미더머니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넉살은 시작부터 여유가 넘쳤다.
1차, 2차, 그리고 싸이퍼까지
그는 본인의 기존곡 벌스를 그대로 활용하며
굳이 신무기를 쓰지 않아도 너네들쯤은 충분하다는 듯한 자신감을 보여줬다.
(물론 넉살 외에도 기존 벌스를 쓴 래퍼들은 많았지만
넉살 곡만큼 유명하지 않아 티가 안 났다는 슬픈 이야기가..)
그러나 넉살은 거기까지였다.
언젠간 터지겠지.. 터지겠지.. 터지겠지..
계속 시청자, 그리고 무대와 밀당을 했지만
그 남은 2%는 마지막 결승무대까지도 채워지지 않았다.
그렇게 느낀 이유는 내 생각엔 이렇다.
간절함의 (상대적) 결핍
넉살은 그 동안 여러 무대와 매체에서 보여준 모습으로 미루어봤을 때
천성적으로 매우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가 속으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쇼미에 임했는지는 본인만이 알겠지만
적어도 화면을 통해 비춰진 모습으로는
이 무대를 꼭 내가 이겨야겠다!!는 간절함보다는
'잘 되겠지.. 잘 될 거야..
잘 되면 좋고.. 안 돼도 어쩔수 없지.. 우리 모두 화이팅..!'
이런 평화정신이 저변에 깔려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적어도 미디어, 특히 이런 경쟁기반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그리고 이러한 넉살의 태도는
엠넷 입장에서도 굉장히 답답했을 거라고 본다.
무슨 이야기를 해도 허허 좋아요~ 다 잘 되면 좋죠~
악마의 편집을 하려고 해도 건수가 없었을 게 분명하다.
(가엾은 올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긍정의 힘' 스탠스가
여태까지의 넉살을 있게 해왔고
앞으로의 행보에도 큰 자산이 될 거라고 본다.
그래서 더욱 넉살이 이번 쇼미에 나와서
얻은 게 딱히 없다는 생각이 든다.
대중의 인지도? 작두의 역주행?
글쎄..
어차피 넉살은 뜰 수밖에 없는 래퍼였기에
그저 인기를 앞당겨 쓴 느낌이랄까.
3. 우원재 ★★★★★
'낭중지추' - 숨어 있어도 저절로 남의 눈에 드러난다
타이거JK가 이번 시즌 내내 가장 많이 쓴 표현은
'언더독의 반란'이었다.
언더독이란, 스포츠에서 승률이 적은 팀이나 선수를 일컫는 말인데(설명충)
실제로 이 팀에 모인 래퍼들은 이름만 들었을 때 다소 의아함이 드는 구성이었다.
(우원재, 블랙나인, 에이솔, 매니악, 피타입, 비지)
특히 타이거JK는 1차 예선부터
자기 눈을 보면 주눅이 들어 제 실력을 발휘 못하는 참가자들 때문에
벙거지를 쓰고 고개를 숙인 채 심사를 했을 정도였는데,
유일하게 자신의 눈을 보고 심사해달라고 했던 참가자가 바로 우원재였다고 한다.
우원재는 특유의 비니 패션과 우울한 가사, 그리고 음이탈을 넘나드는 발성으로
초반부터 큰 화제를 일으켰던 참가자였는데,
더욱 놀라웠던 건 그가 공개된 음원이 전혀 없었던
완전한 일반인 참가자였다는 점이다.
그러나 우원재는 방송 중반, 위기를 겪게 되는데
알약과 엄마를 빼면 가사를 쓸 수 없다는 일부 시청자들의 조롱과
싸이퍼에서의 부진(이라기보단 그냥 밋밋함)으로
일반인 참가자의 한계는 여기까지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던 중, 우원재에게 반등의 계기가 있었는데
바로 디스배틀이었다.
모두가 기피했던 대상이었던 초딩조우찬을 상대로
국힙 역사에 길이 남을 명 펀치라인을 날리며
해당 영상은 쇼미6를 통틀어 최고의 조회수를 기록하게 된다.
에이솔&우원재 vs 조우찬&넉살 팀 배틀 미션 바로가기
(조회수가 무려 2백만 2십만이 아니고??)
이 때를 계기로 우원재는 포텐을 터뜨리며,
본인이 많은 재능을 가지고 있음을 매 무대마다 보여주고 증명하게 된다.
(그래도 알약과 엄마는 계속 나온다)
그리고 마침내, 영광의 결승의 무대에서
우원재는 큰 생방 무대임을 비웃듯 거침없이 기량을 펼쳐보였지만
행주와의 접전 끝에 불과 20만원 차이로 아쉽게 탈락을 하게 되었다.
(도와주세요 이십사이더)
(음원 1위를 위한 비지의 빅픽처)
비록 우승의 영광은 얻지 못했지만
우원재는 이번 쇼미6의 최고의 수혜자이다.
우선 시즌1의 로꼬, 시즌2의 딘딘 이후로 맥이 끊긴
일반인 참가자의 활약상을 이어주기도 했고,
넉살과 행주라는 베테랑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을만 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최고의 인기를 얻게 되었다.
쇼미6 TOP3 인스타팔로워 순위 (작성일 현재)
1. 우원재 25만
2. 넉살 22만
3. 행주 17만
(쇼미 순위와 정반대)
특히 결승 2차 곡으로 준비만 해놨다가
로꼬와 그레이를 빈손으로 돌려보낸 뒤 뒤늦게 발매된
'시차'라는 곡은, 발매 이후 모든 음원사이트의 1위를 질주하며
일본으로 도피(?)한 우원재에게 선물을 받아내기 위한 챌린지까지 생겨나기도 했다.
http://www.huffingtonpost.kr/2017/09/06/story_n_17913498.html
(결국 산타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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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모든 현상은 영원하지 않다.
쇼미더머니6는 하나의 엔터테인먼트 쇼일 뿐이고,
여기서 조명을 받은 래퍼들은 이 이후에는
본인의 결과물로 또 다른 증명을 해야만 한다.
다만 여기서 주목을 받은, 혹은 받지 못한 래퍼들,
그리고 아예 참가하지 않고 자신의 행보를 이어가는 래퍼들 모두에게는
자신만의 음악으로 증명하고
대중들을 움직여야 하는 MC로서의 숙명이 있다.
그게 힙합이다.
쇼미더머니가 힙합의 전부는 아니니까.
이 땅의 모든 래퍼, 뮤지션들을 응원합니다.
Let's Move the Crow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