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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우니 Sep 28. 2016

도심 속의 여행지 하늘공원

가을여행, 굳이 멀리 갈 필요 있나요?



갑작스러운 계절 변화가 시작되면 사람의 몸과 마음은 뒤숭숭해진다. 계절 가을을 괜히 고독의 계절이라 칭하겠는가, 자신도 알 수 없는 우울함이 갑자기 찾아와 나를 괴롭히기도 하고 만사가 귀찮아 아무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한 상태가 되기도 한다. 그런 나 자신을 시간이 해결해주겠거니 가만히 놔두는 것보단 어디론가 떠나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기차, 버스를 타고 2~3시간이 소요되는 국내여행도 좋고 비행기를 타고 멀리 떠나는 해외여행도 좋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시간과 여유 그리고 용기가 주어지는 건 아니기에 하루 아니 반나절의 시간만 갖고 내가 사는 고장, 도시를 여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나는 떠나봤다. 내가 살아가는 도시 서울에서 계절 가을을 만끽할 수 있고 타 지역을 여행하는 기분이 들법한 하늘공원으로 말이다. 





하늘공원으로 오르는 291계단



하늘공원에 가려면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에서 하차해야 한다. 지하에서부터 지상으로 연결된 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면 대한민국의 축구 성지인 상암월드컵경기장을 먼저 만나게 된다. 자신의 나이가 20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추억 속에 간직하고 있을 2002년의 추억이 회상됐다.


그 외에도 성산동 그리고 상암동은 둘러볼 것들이 참 많다. 하늘공원을 포함한 평화의 공원, 노을공원, 홍제천, 상암 MBC 등 서울 하루 여행을 상암동으로 지정해도 될 만큼 다양하다.



291번째 계단에서 찍은 서울 전경

 


참 애매한 시점이다. 여름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또 가을은 아니고...


291계단을 오르기 전까진 '이제 제법 가을 같은데!?'생각했었지만 수백 개의 계단을 오르고 나니 내 몸이 먼저 아직 가을은 아니라고 반응했다.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닦으며 뒤를 돌아봤는데 파스텔 색상과 같은 청명한 서울 하늘이 나를 반겨줬다. 솔솔 불어오는 바람은 또 어찌나 상쾌하던지, 여행의 출발이 좋았다.



흩날리는 억새들



가장 먼저 하늘공원의 억새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나무데크로 향했다. 바람결대로 흩날리는 억새들이 공원 전체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 어여쁜 억새를 멀리서만 보고 있을 순 없었다. 빠르게 사진을 찍고 조금 더 가까이 억새에게 다가간다.



두 손에 닿을것만 같았던 하늘



파아란 하늘을 잡아본 적이 있는가?


두 손을 하늘 위로 쭈욱 뻗으면 파랗고 고운 색감들이 내 손에 잡힐 것만 같았다. 하늘공원은 그만큼 서울의 하늘이 가깝게 느껴지는 곳이었다. 혹, 푸르른 하늘이 올려다보이는 하늘공원을 걸을 예정이라면 용기 내어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들어 올려보자! 혹시 아는가 푸르른 하늘이 내 두 손에 잡힐지.



푸르른 하늘과 하나된 억새



어느새 억새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나는 비록 서울을 걷고 있었지만 내 마음만큼은 서울이 아니었다. 머나먼 여행지로 떠나 은빛 물결의 억새밭을 걷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나의 시선과 사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이곳은 수많은 건물들로 가득 찬 회색도시가 아닌 나의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여행지였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하는 억새들



바람따라 흩날리는 억새 물결도 시간이 조금씩 흐르기 시작하면서 붉은빛깔로 변해갔다. 시간은 어느덧 오후 5시 30분을 가리키고 하늘공원을 찾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해와 가까운 곳, 한강과 가까운 곳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자연이 지정한 시간에만 볼 수 있는 붉은 노을을 보기 위해서 말이다.



노을의 시작



천천히, 조금씩 시작된다. 1분, 1초마다 달라지고 지나가는 이 미묘한 색감과 시간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강해지는 붉은 노을처럼 하늘공원을 찾은 사람들의 집중력 역시 강해진다.



하늘공원에서 바라본 노을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하늘과 맞닿아있던 태양이 붉고 광활한 빛을 띠며 사라져 간다. 이 아름다운 광경에 나의 오감은 더욱 짜릿해져 갔고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는 붉은 노을이 끝날 때까지 깊은 사색에 잠겨본다.  



하늘을 담는 그릇



노을이 지나는 이 순간이 아쉬운 건 나뿐만이 아닌 것 같았다. 하늘을 담는 그릇 위에선 오늘이 지나는 걸 아쉬워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조금이라도 오늘의 시간과 장면들을 추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크게 실망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에겐 내일이 있고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며 내일의 삶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내일의 하늘공원 또 어떤 모습 일까? 어떤 모습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희망찬 하루로 만들어줄까?




서울 억새축제 2016


위치 : 서울특별시 마포구 하늘공원 내

행사기간 : 2016.10.07 ~ 2016.10.16

입장료 무료, 축제기간 중엔 22시까지 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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