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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자 Jul 21. 2024

달리기 기록 18_경기마라톤 풀코스 완주_계절벗 4월

2024년 하반기 달리기 기록 전에 상반기 달리기 기록을 마무리하려 한다.

이 글은 2024년 4월 21일 제22회 경기마라톤대회 완주 후 블로그에 발행한 글이다.




 4시 4 분 계획 및 5시간 내 완주 목표 실패!! 


 지난주 나의 첫 풀코스 마라톤 도전이 끝났다. 경기 전날까지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으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경기 당일 아침, 무릎 테이핑을 하며 현실을 직시했고, '이왕 벌어진 일, 후딱 하고 오자'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편하게 먹었다.



 위  사진을 찍을 때만 해도, 참 즐거웠다. 남편의 영향으로 달리기를 시작하신 남편 회사 동료들과 어색하지만 '파이팅' 넘쳤던 ↑↑↑↑ 사진을 찍을 때만 해도 참 즐거웠다. '완주. 그거 뭐 다 하는 거 아닌가'라는 오만한 생각도 했었다. 



 코스 중간중간 남편이 동영상을 찍어줬다. 초반에는 '파이팅' 소리도 치고 손도 올리고 웃기도 했다.

30km 정도 지날 즘, 고개를 들 여유도 없었고 무릎과 발목이 아파 점점 '승'이 나기 시작했다. 그런 나에게 남편이 카메라를 들이대며 고개 좀 들어보란다. 그러면서 웃는 남편. 그쯤부터 그가 얄미워지기 시작했다. 얄미워하면 안 되는데, 참 엄청 고마워야 하는 게 맞는데. 코스 후반으로 갈수록 꼭 잡고 있던 정신줄이 느슨해졌다. 나의 본성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걸 느꼈다. 전날 딸아이가 아빠가 엄마 도와주려고 하는 거니, 절대 엄마 성격대로 하지 말라고 그리고 자존심도 내려놓으라고 당부를 했는데, 그랬는데. 38km 지점이었을까, 나의 본성이 이성의 줄을 뚝 끊어버렸다. 




남편: OOO, 다 왔어!

나:.....

남편: 이제 진짜 다 왔어. 도착할 때쯤 힘이 좀 나는데. 어때? 나지?

나:.... (뭐가 다 왔다는 거야. 아직 멀었는데. 힘 나냐고? 뭐래)

남편; 지금보다 조금 빠르게 뛰자. 그럼 5시간 안에 완주할 수 있어.

나:..... (더는 빨리 못 뛰겠다. 그럼 5시간 완주 못하는 건가. 그냥 걸어?)

남편:파이팅!!

나: (뭐야 지는 힘이 남아도는구먼. 아오. 내가 왜 이건 신청해서 이 고생을 하는 거야)야!! 그만 말해! 시끄럽다고. 뭐가 다 왔어. 아직 4km나 더 남았는데. 다 안 왔다고. 시끄러워!! 조용히 하라고.

남편:........



 남편에게 버럭 소리치자마자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후회하긴 이미 늦어버렸다. 나중에 남편에게 물어봤을 땐 삐지지 않았다고 했지만, 그때 남편이 갑자기 빨리 뛰어나와 거리차가 100m 정도 된 정황으로 보면 빈정 상한 게 확실했다. 내가 남편이라도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본인 페이스를 참고 타인의 페이스에 맞춰야 하고 이끌어줘야 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꼴인 점에 도착하자마자 초스피드로 남편에게 감사와 미안함을 전했다. 여간해서 남편에게 말하지 않는 단어와 문장이었지만 이번엔 꼭 얘기해할 것 같았다. '고맙다'라는 말을 꺼낼 때는 참 거시기 했는데, 표현하고 나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순간이 지나면 하지 못하는 말이자 느끼지 못할 감정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당신 없었으면 완주 못했을 텐데, 
같이 달려줘서 정말 고마워.
그리고
아까는 미안했어.


 일주일 지난 지금 그때를 생각하니, 진짜 마라톤이 인간의 삶과 같은 부분이 많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다. 모든 사람들이 그런 건 아니겠지만. 자신이 궁지에 몰릴 때, 모든 상황이 최악일 때, 어떤 일도 제대로 되지 않을 때,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의 응원과 위로가 자신을 더 화나게 할 때가 있다. 사실 그들이 나를 진심으로 생각해 준다는 것을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알고 있지만, 그 화를 참지 못하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그리고 자책하며 괴로워한다. 하지만 자책하고 괴로워하는 것은 자신에게 어떤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신의 상태와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사람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자신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러니 냉정하게 자신을 들여다보며 천천히 하나씩 챙겨가 보자. 더불어  진심으로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꼭 그에게 감사함을 표현하자. 처음에는 어색하겠지만, 하다 보면 자신이 얻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계획했던 페이스와 실제 뛴 페이스를 비교해 보니 하프코스 이후로 무너졌다. '하프코스 좀 뛰어봤으니 계획대로 되겠지.'. '30km 넘게 한 번은 뛰어봤으니 계획대로 되겠지.'라는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걸 느낀 건 하프 거리를 좀 지난 지점부터였다. 한 번도 안 아팠던 오른쪽 발목 앞부분이 아프기 시작했고 종아리는 저려왔다. 양쪽 무릎은 물이 꽉 찬 것처럼 묵직했다. 완주 후 페이스를 확인해 보니 25km 지점부터 페이스가 말린 게 보였다. 그 데이터를 보고 확실히 훈련이 부족했고, 하프코스에 2배만 뛰면 되지라고 생각하며 훈련했던 생각도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달리는 중에는 다시는 풀코스 안 뛴다고 다짐했는데 복기를 하다 보니 5시간 내 완주 목표로 한 번 더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ㅋㅋㅋㅋ 이런 생각을 하게 될 줄, 정말 상상도 못 했다.)




 여자  30등이라니!!! 이렇게 보면 엄청 잘 뛴 것 같지만, 풀코스 여자 참가자가 총 39명뿐이 안 돼서 ㅋㅋㅋㅋㅋ 뭐 그런들 어떠한가. 그냥 기부니가 좋다. 

 코스 후반부터 걷고 싶었고 포기하고도 싶었다. 그럴 때마다 무릎 테이핑에 써준 아이들의 응원 메시지를 생각했다. 내가 여기서 포기하면 고3인 편노에게 힘이 돼주질 못할 것 같고 딸들에게는 쭈구리 엄마가 될 것 같았고, 내가 아는 모든 이의 행복과 건강을 빌던 내 기도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이 생각들 때문에 끝까지 달려야겠다는 오기가 생겼고 달릴 수 있었다. 그리고 2km를 남겨 둔 지점부터 교통을 통제하는 봉사자들, 헌병, 경찰들 그리고 길을 걸어가는 일반 시민들의 응원이 나를 완주하게 만들었다.

 

 나의 첫 풀코스 마라톤 완주는 절대 나 혼자 이룰 수 없었다. 나를 응원해 준 이들이 있어 완주할 수 있었다. 






 혼자 달려야 하기에 
의 체력과 정신력이 가장 중요하지만 
혼자서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
나의 삶도 그러하다.
나 자신의 시간을 통해 
나를 찾고 사랑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을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지만
내가 발견한 나를 완성하려면 
타인과 함께 해야 가능하다는 것.

 이번 마라톤을 통해 배운다.
이 모든 것에 감사하다.



#경기마라톤 #감사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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