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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영조 Aug 16. 2019

복직과 육아의 아슬한 외줄타기

엄마 아빠 아기 조부모님 모두가 불편한 이 상황에 대한 고찰

이 글은 우울의 끝을 달렸던 5월 중순

복직 계획을 세우면서 썼던 글이다. 그 시기 나의 마음이 잘 적혀있어서 서랍에서 꺼냈다. 3개월이 지난 지금 복직을 앞둔 시점에 다시 이어 써본다. 




 

아기의 7개월이 다가온다.

 출산 전부터 지금까지 고민하다가 양가 부모님의 도움을 받고 일을 하기로 했다.

 이후 14개월쯤엔 기관에 보낼 계획이다.



 아기의 성장에 엄마 아빠의 역할이 크고 주양육자가 바뀌면 얼마나 불안정할지 알기에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후 나의 커리어와 아이의 성장과정을 생각하면 지금이 적기였다. 제일 잔소리를 했던 사람은 친정엄마였다. 본인이 사회생활을 하시느라 나를 방임한 것이 미안하셨는지 (자유방임주의, 자연으로 돌아가라 가 우리 엄마의 육아 철학) 너는 아기 키우는 일에 전념했으면 좋겠다 라고 넌지시 본인의 의사를 내비치셨었다. 내가 복직과 학업계획을 말씀드리니 역시나 아기는 엄마가 필요하다며 한소리를 하셨다. 나는 매우 독립적인 존재다. 그러나 나의 가장 가까운이 남편은 나의 단단한 독립심 속에 유약한 불안함을 너무나도 잘 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도 나의 당참, 추진력에 찬사를 보내다 엄한 곳에서 파들파들 떠는 모습을 보고 적잖이 놀랄 때가 있었다. 어린 시절 타인의 손에 길러져서 이렇게 자랐나 싶다. 그래도 밥벌이하고 주관이 있게 자랐으니 별 불만은 없다.

 지금 상황의 경우 과거 나의 경험처럼 엄마의 중장기적인 부재가 아니기에 조금은 타협해도 괜찮지 않나 생각했던 것도 있다. 아이의 성장에 엄마의 역할이 지대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외벌이로 살기엔 팍팍한 게 사실이고 나아가 엄마의 일생이 육아 이후 다른 커리어를 쌓기엔 어려운 것도 현실이기에 기본적인 육아 인프라(든든한 주양육자, 부모 둘 다 백업이 가능한 상태)가 잘 구축된 상태여야 복직이 옵션이 되는 거지 지금은 커리어를 실낱같이 라도 잡고 있어야 그나마 나중을 기약할 수 있다.


 아기한테는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와 동시에 내가 왜 미안해야 하는지 의문도 든다. 한 집단이 아기를 키워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고 저출산을 운운하는 상황에 엄마들은 죄책감을 가지고 일터로 나선다. 아니 일하는 많은 부모들이 마음에 짐을 안고 있다. 


 프랑스 아이처럼 이라는 책을 보고 아기를 독립적 인격체로 대하고 육아를 하길 꿈꿨다.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았다. 나는 프랑스인이 아니었고 한국에 살고 있다. 그래서 적당히 공간을 가지고 자주 안아주기도 하며 키우고 있다. 아기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존재고 너무 귀여워서 자주 안아주고 싶게 만든다. 그러나 언젠간 내 품을 떠나 독립할 나이가 될 텐데 조금 더 일찍 걸음마를 시작하는 게 뭐 그리 나쁜 일인가.





 다시 현재 돌아와서 아기는 할머니가 봐주시기로 했다.


 마지막 문장에서 나의 정신승리가 느껴진다.

 일찍 걸음마는 잘못된 게 아니지만 엄마가 등 떠미는 건 잘못일 수 있지. 단둘이 있을 날짜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많이 안아주고 많이 놀아주려고 노력 중이다. 몰 아자는 잠처럼 몰아 놀아주고 쏟아주는 사랑이 무슨 소용이겠냐마는 그래도 많이 안아주고 사랑한다는 말도 숨소리처럼 들려주고 있다.


 아기가 기기 시작하면서 빨리 큰 다는걸 몸소 실감한다. 나에게 안겨 이곳저곳을 구경하던 게 며칠 전 같은데 벌써 스스로 기고 잡고 탐색한다. 이렇게 점점 홀로 서게 되겠지. 나에게 멀어지는 느낌보다는 스스로 자립하는 느낌이 더 크다.

 네가 무엇을 하든 엄마는 너의 곁에 있을 것이고 넘어지면 받쳐주고 혹 부딪혀 엉엉 울면 토닥여줄 거야.


 9월이 오면 세상에 나와 일어서기를 연습하는 아기와 워킹맘이라는 새로운 역할에 적응을 해야 한다. 다행히 도움을 줄 분들이 계셔서 잘 해쳐나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도 마음 한 켠에 불편함은 자리 잡고 있다. 이 아기가 나의 부재로 인해 울게 될 시간들, 내가 놓칠 성장의 순간들 등 걱정과 아쉬움이 나를 감싼다. 그래도 나 또한 나의 삶을 살고 너 또한 너의 삶을 살아야 하기에 나는 아기와 손을 잡고 걷기로 했다. 쪼그리고 앉아 그 걸음을 기다려줄게. 우리 앞으로 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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