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에서 벗어나는 방법
화가 나면 엄마에게 소리를 지르지.
너의 작은 온몸으로 화를 표현할 때, 엄마는 안쓰러우면서 귀엽고 달래줘야 하는데 귀여워서 어쩔 줄 모르겠어.
지금 화가 잔뜩 나있는데 카메라를 들이대면 화를 더 돋우겠지?
작은 입에서 어찌나 큰 소리가 나오는지 옆집 사람들도 무슨 일인가 찾아올 정도로 소리를 지르지.
화가 나면 심장이 쿵쿵 뛰고, 피가 거꾸로 솟고, 비명이 나오지. 누군가에게 표출하지 않고는 못 배길 감정이야.
하지만 화가 난다고 그때마다 소리를 지른다면 세상은 365일 비명으로 가득할 거야.
소리를 질러서 해결될 일은 세상에 없어. 그건 갓난아이가 배고프다고 우는 소리일 때나 가능하지.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면 소리를 질러서 해결될 일은 없다는 걸 배우게 된단다.
간혹 자신의 의사표현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소리 지르는 어른들이 있어. 그건 상대방이 듣지 않아서 똑바로 들으라고 소리를 치거나, 그 사람이 감정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못해 그런 거야.
화는 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발생해. 나의 마음속에 상황 또는 사건, 사람들에 대한 기대치가 있는데 그 기대에 못 미치면 화가 난다.
화의 시작이 타인이 아니라 내 마음에서 기인한다는 것이 재밌지 않니? 아빠가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지. 엄마는 가만히 듣고 고민에 빠진다. 이 화를 어떻게 잠재워 줄 수 있을까?
이렇게 소리를 지르는 상황 속에 너희들의 마음이 불안하지 않게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그리고 너무 시끄러워서 듣고 싶지 않은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어
엄마는 아직도 방법을 찾고 있어. 엄마와 아빠가 처음부터 같이 산건 아니었단다.
서로 다른 세상을 30여 년간 살다 만나 함께 살게 되니 얼마나 다르겠니? 맞춰가는 시간을 보내는 중에 너희들이 등장한 거야. 엄마는 아직도 아빠와 익숙해지는 과정 중에 있다.
그래서 엄마는 아빠가 화나서 소리를 지른다고 설명하고, 너희들을 다독이지. 우리들이 경험한 감정들은 몸에 남는단다. 가끔 겨울이가 혼나고 가슴 중앙이 아프다고 말하면 속상함이 마음을 콕콕 쑤시는구나 하고 알게 되지. 그리고 그 속상한 마음이 몸속에 오래오래 있지 않기를 바라며 안아주고 다독여주지. 엄마도 엄마의 감정을 바라보고 해소하고 내어 보내는 데 익숙하지 않단다.
엄마도 배우고 있고 과거에 쌓인 감정 조각들을 정리하고 내보내고 있어. 너희들에게 이 긴긴 편지를 쓰는 이유도 이와 같다. 너희들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과거를 후회하지 않고 미래를 걱정하지 않으며 온전히 현재를 살다 가기를 바라며 엄마가 배운 지혜들을 정리하고 있는 거지. 그래서 아빠가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를 때, 엄마도 화가 났냐고? 엄마도 화가 났고 큰 분노가 마음속에 자리 잡았지.
하지만 엄마는 소리 지르는 선택을 하지 않을 거야. 그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니까.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는 건 상대방에게 주먹질을 하는 것과 같단다.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정답이 될 수 없어. 폭력은 늘 오답이야. 누군가가 폭력을 휘두르면 맞대응을 하는 것이 맞을까? 아니야 나는 방어를 하고 나의 의견을 전달하면 된단다.
계속해서 반복된다면 외부에 도움을 청해야 해. 겨울아 네가 엄마 때렸을 때 기억나?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엄마를 밀쳤지. 그때 엄마가 똑같이 밀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엄마는 멈추고 잘못된 행동이라 알려줬지. 화가 난다고 소리 지르고 소리로 맞대응하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아. 그중 조금 더 강한 사람이 이성을 찾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단다. 엄마는 강한 사람이야. 마음에 휘둘려 살지 않고 마음을 멈추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지. 엄마도 분노로 일순간 소리칠뻔했어. 엄마도 소리 지를 줄 아는 사람이고 너희들에게 위해가 되는 상황이면 공격적인 사람임을 보여주고 싶었지. 그 안에서 너희들이 안정감을 느낀다면 그 선택을 했을 거야. 하지만 아이들은 부모의 싸움에서 불안을 느낀단다. 자신의 둥지를 잃을까 걱정하지. 엄마는 이성적으로 행동하기로 정했고 그렇게 행동했어. 그리고 설명했지. 너희가 엄마의 노력을 이해해 주면 좋겠다. 화가 나거나 분노한다면 내가 어떤 기대가 있어서 이런 감정을 느끼는구나 알아차리고 그 감정에서 빠져나와 그리고 어떻게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지 논의하면 돼. 화랑 분노도 자주 만나게 되는 감정이지. 아직은 몸이 먼저 반응할 거야, 공룡처럼 쿵쾅거리고 걸으면서 방으로 돌아가겠지. 나중에 네가 조금 더 조심스럽게 행동할 때 그 감정을 감추지만 말고 해결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