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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덕국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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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isan Aug 30. 2022

Dachau 여행기 I

2022.8.29

닥하우, 히틀러 통치 시기에 나치의 정치범 수용소가 있는 도시이다. 안토니오가 열세 살이 되었으니, 어두운 역사의 장소를 참관하는 것이 내적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 이라며 딴만이 주최한 여행. 그녀는 사전 학습으로 지난 부활절 때 우리 동네의 외국인 수용소 유적을 안토니오와 답사했다. 마침 우리도 독일 나치 수용소는 가 본 적이 없으니, 한번 가보자고 따라나서서 가족여행이 되었다.

Amper란 작은 강이 흐르는 인구 4만 5천의 닥하우는 생각보다 멋진 도시였다. "나치 수용소"의 장소라고만 생각해서 도시 자체에 대한 기대가 전혀 없었는데, 수용소 해설 투어가 매일 12시에 시작되어서, 닥하우 도착 한 첫날은 일단 숙소에 짐을 풀고 도시를 어슬렁거리며 구경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붉은 벽돌이 인상적이었던 오르막 끝에 St. Jacob 성당이 서 있었다. 원래 벽돌담이 성벽이었고, 성문이 성당 앞에 있었다고 하니 구도심이 꽤 높이 자리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2차 세계대전 때 도시가 파괴되어, 그 후 재건한 도시라서 안토니오는 "가짜 옛 도시"라고 평가했다. 나는 전통적인 듯 현대적인 건물들이 오히려 세련되게 느껴졌다.

구도심의 가장 높은 곳에는 바로크 양식의 닥하우 성과  물 탑, 법원도 옆에 자리하고 있었다. 19세기 닥하우에는 화가들이 많이 살고 있었는데, 주민 10명 중 한 명이 화가였다고 한다. 그래서 18곳에  화가들의 작품이 설명되어 있는 예술가의 길이 관광명소로 소개되어 있다.

성으로 향하는 길이 두 갈래로 갈렸다. 딴만과 안토니오는 크고 밝은 왼쪽 길을 나는 숲이 우거진 작은 오른쪽 길을 선택했는데, 그 길은 은밀한 비밀기지 같은 놀이터 그리고 닥하우 성의 정원으로 향한 문으로 통했다. 마르코는 길목에서 기다리다가 결국 돌아오지 않는 마누라를 찾으러 왔다. 인생의 길 목들에서, 선택했던 길들이 지금의 나를 여기까지 이끌어 왔겠지.

놀이터에 머물고 싶은 마음을 접고, 딴만과 안토니오가 간 길을 마르코의 투덜거림을 들으며 뒤늦게 따라갔다. 가끔은 이렇게 타인의 선택에 묻혀간다. 아니, 어쩌면 대부분의 상황이 그렇지 않았을까?

도시 구경을 마치고 원래 가려고 했던 베트남 식당이 만원이라서, "황금판잡"이란 인도식당에 갔다. 손님이라고는 도박 오락기에 빠진 청년 하나밖에 없어서, 다소 망설였은데 생각보다 너무 맛이 있었다. 식사 후에 아이스크림으로 마무리를 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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