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꾸미꾸미 Oct 11. 2016

나는 스타트업을 그만두었다.

화려한 겉모습에 혹하지 마라.

이제 나는 10개월 차로 스타트업을 그만둔다.

내가 생각했던 스타트업의 꿈과 희망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무려 일을 시작하고 '문제가 있구나...'라고 인식한 지, 단 3일밖에 안되었으니 말이다.


그래. 그렇다. 나도 '인턴'이라는 영화를 보고 정말 성취감 있고, 성장성 있는 일이라는 느낌에, 지원하지 않은 곳에서 화려한 면접 통보 메시지에 이끌려서 들어가게 되었으니까.

그때는 알지 못했다. 어떤 회사인지 집에서 인터넷 서칭으로 정보를 알고 갔고, 아직은 스타트업이지만 겉모습으로 화려하게 이력으로 꾸며진 웹페이지를 보면 어느 누구나 궁금해할 수밖에 없었다.


스타트업은 말 그대로 '스타트업'이다.

충분한 자본, 전문분야의 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최소로 구성된 능력자들이 무조건 붙어야 성장할 수 있는 사업이다.

그래서 나는 배우고 싶어서 들어갔고,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닌 내가 '어벤저스'같은 팀원의 능력자도 돼보고 싶었다. 무엇이든 하면 가능하니까..(라고 생각한 게 문제인 듯싶기도 하다. 결국에는 건강이 안 좋아진다..)

하지만 여기는 면접 보러 갔을 때 느낀 거지만, 패션 쪽 사업인데, 전혀 모르는 상태인 것 같았다.

면접 볼 때의 느낌도 무슨 동아리 들어가는 느낌도 들었다. 그 이유는 스타트업에 대해서 정보를 찾을 때,

확실한 사업 아이템이 있고, 그 아이템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하여 구매하는 사람에게도 득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이 사업이 과연 될까... 정말 큰 사업일 것 같고, 인력도 필요하고, 개발자들도 2~3명 붙어야 그나마 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옆에서 저자본으로 사업하는 과정이 나는 궁금했고, 경험이라도 쌓아보자.라는 생각이 들어 수습기간 동안의 100만 원을 받으면서 매출이 성장하면 올려주고, 적은 연봉 대신에 스톡옵션이라는 스타트업의 장점을 드러내면서 결국에는 100만 원을 받고 시작하게 되었다.




일단 내가 이 스타트업에 서서히 정이 떨어지고, 그만두고 싶다는 느낌은 이런 상황 때문이었다.

첫째, 대표님은 본질적인 사업 아이템에 모르고 있었다.

일종의 패션사업인데 판매하는 사업 아이템에 대해서 어떻게 유통할 것이고, 어디서 사입해오며, 배송 부분적인 것도 아무것도 모르셨다. 정말 '맨땅에 헤딩'인 셈!이다. 나를 포함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직원은 인터넷으로 서칭을 해가며 하나하나 찾아가야 했고, 대표님에게 알려주는 식이었다.

일단 내가 회의하면서 듣기로는 리스크가 크고, 인력이 더 필요하고, 개발도 자체 개발이니 능력자 3분이 필요한 셈이었다. 그런데 나는 왜 채용한지는 모르겠으나... 단순히 열정이 보여서 라고 하셨다. 자본이 없으니 갓 졸업한 대학생을 써 인건비를 낮출 수밖에 없던 것 같다. 이건 이해한다.


둘째, 문제를 인식하면서도 해결이 되지 않았다.

온라인 쇼핑몰이고, 물류유통 배송 시스템은 정말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었다.

광고 마케팅으로 돈이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매출은 2~3배 증가했다. 하지만 이걸 감당할 수 있는 시스템, 정말 충격적이었던 건 구매한 고객이 마이페이지에서 운송장 번호를 볼 수가 없었던 것이고, 결제 취소 기능도 없었다는 점이다. 솔직히 나는 거기서 만능이었다. 하루 100건은 아니지만, 시스템이 거의 구축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매출 증가는 마케팅 비용이고 뭐고, 매출금만 날린다는 것이다.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고, 교환/반품은 끊임없이 들어왔다. 재고도 없는 상태에서 오더 들어오면 그대로 주문이 들어가는 것으로, 언제 입고될지 하나씩 알려주는 식이었고, 컴플레인은 끊임이 없었다. 기성 상품을 모두 내가 관리하고 있으면서 마케팅 페이지, 재고관리, 거래처 관리, 반품 보내기 말도 아니었다.  미팅하면서 시스템 바꾸자는 소리와 관리자 페이지 개발 쪽이 시급하다 했지만, 다른 시급한 개발계획이 있어 조금은 참아달라 였다. 업무량이 거의 야근 기본 2시간은 기본이고, 효율성이 전혀 없는 일들만 줄을 섰기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 있던 것 같다. 도와주신다 했지만, 말씀을 드리면 정말 둘에 한 번은 자기 일도 있기 때문에 어렵다는 것. 나는 정말 개발, 광고 빼고는 뭐든 다하고 있었다.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에 몇 달을... 멤버들이 줄줄이 퇴사를 하였다...


셋째, '발'로 뛰지 않은, 말로 전해 들은 정보들이 너무 많았다.

일단 스타트업은 큰 자본 없이 시작하는 걸로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스타트업은 대부분 계획하는 한 명이 2~3명의 서로 다른 능력을 갖고 있는 능력자 지인들을 모아 만들어 시작한다. 하지만 관련 없는 직종과 멘토분들

뭔가 다른 분야의 사업인데 오셔서 하는 분들은 참석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투자자 인맥과 다른 분야 스타트업에서 그냥 말 그대로 경쟁사에서 들은 정보들로 거의 시스템이 없는 상태에서 진행하자 하는 스타트업은 도태되면 안 된다. 계속 성장을 해나가야 하기 때문에 야근은 어쩔 수 없으며 매출을 성장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계속 구상해내고 뭐든 빨리빨리 해서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 하지만 유통, 시스템은 난 모르겠다.라는 마인드인 것 같다. 걱정하시는 것 같았지만 내 눈에는 내가 찾기를 원하고 야근을 하면서도 시스템을 사 올 자금은 아직은 아깝다는 것 밖에는 안보였던 것 같다. 네가 열심히 해줘라. 월급도 올려줄 테니.


넷째,  주워 담지 못할 판을 벌리기

주워 담지도 못할 판을 벌리는 사업은 답이 없더라. 결국에 스타트업에서 인력을 쓰는 것은 정말 뽑아먹을 때까지 뽑아먹는 것 같다. 크게 벌리고 지인 중에 우리를 도와줄 분들이 많다며 크게 벌리는 것을 보면 정말 한숨이 나온다. 무섭기까지 하더라. 걱정이 안 될 수가 없다. 크게 판을 벌리고 결국에는 할 수 있다며 나를 시키더라. 정작 도와준다는 분은 마지막에 숟가락을 올려놓는 것이 보이기에....  같이 커나가는 팀원이라고는 말하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밑에 사람만 죽어나는 결론이었다.


스타트업은 정말 일을 사랑하고 그 일을 위해서라면 내 시간을 희생해서라도 해야 한다.(난 평일에 내 시간이 없었다. 주말에도 오는 카톡은 스트레스다.)

하지만 일을 사랑한다면서 정작 매출에 큰 차지를 하고 있는 일을 리더가 하지 못한다면, 일한다는 핑계로 효율적인 일을 위한 시스템이 구상되지 않는다면 그 스타트업은 적자만 날 것이다.

사업은 애들 놀음이 아닌 것 같다. 무서웠다. 단지 멋있어 보여서 주말까지 일하는 내가 멋있어 보여서 효율적이지도 않은 일을 보여주기 위한 식의 일이라면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리고 웬만하면 최소한의 직원을 위한 고용보험, 회사의 비전이 담겨 있는 사업계획서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것, 대표가 얼마나 이 사업 아이템으로 매출을 올리기 위한 수단의 정보와 지식을 잘 알고 있는지에 대해서 알고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시스템이 구성돼있지도 않은 상태에서의 과한 마케팅으로 인한 매출은 스톡옵션, 해외연수는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적은 임금으로 사업을 해보려는 대표의 화려한 입담, 회사의 궁극적인 미래비전에 대해서 계속 얘기가 진행된다면, 그곳은 가지 않는 게 상책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