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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하 Dec 07. 2018

미니멀라이프를 꿈꾸는 당신에게

미니멀리스트의 미니멀라이프를 엿보다. 책 '조그맣게 살 거야'



미니멀리스트가 있다면 나는 엄청난 맥시멈리스트일 것이다. 물건을 사들이는 걸 좋아하고, 내 머릿속은 언제나 생각으로 가득 차있다. 어린 시절 친구랑 수업시간에 주고받은 쪽지 하나도 못 버린다. 입지 않는 옷, 신지 않는 신발.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그 이유는 전부 추억 때문이라고 말한다. 추억은 지나간 시간이고, 지나간 시간은 눈에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다. 그 추억을 잊고 싶지 않기 때문에 물건에 추억을 부여하고, 그 물건을 지켜내려고 한다. 추억을 상기시켜주는 나의 물건들은 자리만 차지하는 '짐'이 되어버렸는데 말이다.

난 절대 미니멀리스트가 될 수 없고,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이 블라우스는 소풍 갈 때 입으려고
산 옷인데 지금은 유행이 지나서 입을 수
없지만 그때 생각도 나고 블라우스에 달린
리본이 예쁘니까 그냥 옷장에 걸어둘래.






책 <조그맣게 살 거야> 는 미니멀라이프를 즐기고 있는 작가의 생활을 담백하게 풀어낸 책이다.
미니멀리스트와 거리가 먼 나는 조그맣게 살고 있는 작가의 생활이 궁금했다. 미니멀라이프를 즐기는 삶은 어떨까. 심심할 것 같은데, 물건을 사지 않는 행위만을 미니멀라이프라고 말하는 걸까 궁금했다. 명쾌한 해답을 얻은 것 마냥 형광펜으로 밑줄 쫙쫙 그어가며 읽었다.

'때론 아무것도 안 하면서 몇 날 며칠을 보내기도 한다'

라는 문장을 읽고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다 가진 사람들이야 이렇게 살 수 있지만 우리는 이렇게 살 수 없지 않은가. 팍팍한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이건 정말 이상적인 얘기라고 생각했다. 물론 내가 지향하는 삶의 일부분은 맞지만 지금 당장 나에겐 어울리지 않은 얘기인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아무것도 안 하면서 사는 삶이 부럽기도 하지만 지루하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어쩌면 나에게 필요한 문장이지만 받아들일 준비가 안돼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요 며칠 적은 양의 일만 했더니 몸이 근질근질 큰일이 난 사람처럼 마음이 조급해진 내가 마음에 담아야 할 얘기인 것 같기도 하다.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한다


는 내용은 가장 형광펜이 많이 그어진 주제였다. 아침에 일어나면 핸드폰에 쌓인 연락을 보며 답답해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연락은 날 행복하게 하지만, 업무적인 연락이 몰아치는 날이면 핸드폰을 슬며시 끄고 싶은 생각이 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 작은 핸드폰 속 세상은 뭐 이리 급하고, 복잡한지. 작은 네모 창안 세상은 다 행복하기만 한 건지, 남의 사생활을 왜 들여다보고 있는지 생각하지만 습관처럼 손은 SNS로 향하고, 아무 생각 없이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엿보고 있는 나의 모습이 이상했다.



항시 온라인 대기 상태는 스스로를 노예로 만드는 지름길이다.
우리에겐 연결하지 않을 자유도 있다. 그 선택은 우리에게 달렸다.



내 모습을 들킨 것 마냥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얼마나 갈진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오로지 '나'의 생활에 집중하고, 기록하는 일에 시간을 쏟아야겠다 다짐하고, 핸드폰 속 인스타그램을 지웠다. 그리고 나는 6개월째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고 있다. 틈만 나면 인스타그램 속 사진들을 보고, 잘 모르는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보곤 했었다. 이제는 그 시간에 다이어리를 펴고, 메모장을 켜고, 블로그를 켜고 글을 쓴다. 좋아하는 영화를 본다. 가고 싶은 여행지를 찾아본다. 어떠한 형태가 되었든 기록을 남기려 한다. 이것도 어찌 보면 나중에 들여다볼 '추억' 을 생성해내는 일일지도 모르지만. 무엇이든 쓰는 게 좋다.







'미니멀리스트'는 집은 화이트톤이고, 물건을 살 땐 비싼 물건을 구매해 오래 사용하고, 소식을 즐기는 마른 사람의 모습이 그려지곤 했다. 보이는 생활뿐 아니라 마음 깊숙이 생각이 담백한 미니멀리스트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솔직히 물건을 사는 걸 줄이는 건 아직 썩 내키지 않는다. 하지만 생각이 단순해지는 미니멀리스트의 길은 정말이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점차 물질적으로 보이는 미니멀라이프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온전한 나의 시간을 누리지 못하는 바쁜 '나' 자신, 그리고 사람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들을 만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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