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마음도 추운 12월을 따뜻하게 채워 줄 그곳
루앙프라방을 떠올릴 때면 순박함과 여유로움이란 단어를 가장 먼저 꺼내고 싶다. 여행자들에게 수줍은 웃음을 기꺼이 내어주는 사람들 시끄러운 소음 대신 한적한 풍경 소리가 들려오는 곳. 머무는 곳마다 마음이 편안했다. 루앙프라방은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으로 때묻지 않은 순수한 자연과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오랫동안 머물고 싶었던 곳. 적당히 움직이고, 적당히 쉬어간 루앙프라방에서의 하루들을 소개한다.
루앙프라방에서는 크게 관광지라고 여길 만한 여행지들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여행지가 아닐까 싶다. 꽝 시 폭포는 루앙프라방 여행의 필수 코스로 손꼽을 수 있는 곳.
꽝 시 폭포 가는 방법
1. 야시장이 열리는 시내에 위치한 현지 여행사에서 일일 투어 신청하기
2.툭툭 타고 가기: 비포장도로이기 때문에 툭툭 타고 가는 건 비추
3. 호텔에서 꽝 시 폭포 가는 벤 예약: 3가지 방법 중 가장 비싸지만 편리함
나는 현지 여행사에서 일일 투어를 신청해 꽝 시 폭포에 다녀왔다. 투어를 함께 신청한 여행자들과 함께 벤을 타고 편하게 다녀왔다. 꽝 시 폭포에 도착하면 각자 개인 시간을 가진 후 정해진 시간까지 모이면 된다. 시간도 넉넉해서 여유롭게 다닐 수 있다. 에메랄드 색 폭포수가 무척이나 아름다운 꽝 시 폭포. 따스한 햇빛이 내려않은 꽝 시 폭포는 정말 눈부신 풍경들을 선사했다. 시원한 폭포수 소리와 시원한 물줄기.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그대로 갖춘 곳이었다. 말도 안 되지만 작은 요정들이 춤을 추고 있을 것만 같던 풍경이었다.
꽝 시 폭포에서는 수영을 할 수 있는 곳과 수영이 금지되는 곳으로 나뉜다. 수영을 하고 있던 외국인들이 어찌나 시원해 보이는지!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 공기도 좋고, 정말 맑은 풍경들로 가득한'꽝 시 폭포. 솔솔 부는 바람과 시원한 물줄기가 튀어오르며 내내 시원함을 느꼈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곳. 신비로운 색을 지닌 폭포를 보고 있으면 동화의 한 장면을 상상하고 있는 순수한 감성이 절로 깨어난다.
딱히 목적지를 설정해두고 걸었던 건 아니었는데 걷다 보니 남칸강을 마주하게 되었고, 대나무 다리를 보았다. 남칸강이 한눈에 펼쳐진 이곳은 산책하기 정말 좋은 곳이었다. 대나무 다리가 있는 곳이라는 것만 기억한 후 점찍어두었던 음식점에 방문할 때 이 다리를 건너게 되었다.
남칸강을 바라보고 있으면 유유히 나룻배가 지나가는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남칸강은 예쁘진 않지만 평화롭다. 화려하게 개발된 곳도 없고, 조용한 소리 뿐이다. 그저 평화로운 곳. 남칸강 다리 위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제일 많이 든 생각은 '집에 가기 싫다' 였던 것 같다. 루앙프라방의 곳곳을 더 둘러보고, 좀 더 머물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들었다.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이대로 몇일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유독 떠나기 싫었던 도시.
대나무 다리를 건너려면 입장료를 지불해야 한다. 여행객들에게만 입장료를 받는 것 같다. 다리의 시작점에 위치한 작은 매표소에서 돈을 지불하고, 다리를 건너면 된다. 적은 금액이기 때문에 잔돈을 준비하면 좋다. 그저 다리일 뿐이지만 왠지 모르게 아슬아슬했다. 이 풍경들을 눈으로 카메라로 담아야했고, 길도 건너야했기 때문이다.
루앙프라방은 언제나 이러한 풍경들을 간직하고 있을 것만 같다. 그 어느 때 와도 항상 같은 풍경들로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곳.
루앙프라방 여행 중 가장 맛있게 먹었던 식사. 이곳은 정말 정말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해외여행에서 음식의 비중을 꼽으라면 그리 높게 잡진 않는다. 모두 새로운 음식들이고, 맛에 대해서 크게 호불호가 없기 때문에 뭐든 잘 먹기 때문이다. 라오스 여행 중에서도 뭐든 맛있게 잘 먹었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곳은 이곳 뿐이다.
옌 사바이 레스토랑은 우리나라의 샤브샤브와 같은 신닷을 판매하고 있는 곳이었다. 이곳에 오려면 남칸강 대나무 다리를 건너야 한다. 숲속의 별장과도 같은 느낌이었던 곳. 좋은 공기, 좋은 풍경 속에서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다.
신닷을 주문하면 육수와 함께 고기, 야채 바구니를 가져다준다. 신선한 야채들과 당면, 계란이 들어있다. 육수가 끓기 시작하면 야채들을 담가 맛있게 먹으면 된다. 그나저나 알록달록한 야채 바구니가 예쁘다.
고기를 굽고, 육수에 야채들을 담가 끓인 후 기다린다. 우리나라의 샤브샤브와 비슷한 맛이었지만 묘하게 다른 그런 음식이었다. 국물도 시원하고 정말 맥주를 절로 부르는 맛이었다. 이렇게 맛있는 요리에 라오비어가 빠진다면 섭섭하다.
알콜이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금세 얼굴이 빨개지는 초보 알콜러인 나. 왜 인지 루앙프라방 여행 중 맥주를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지 않았다. 이렇게 해가 쨍쨍한 낮에 맥주를 먹었는데도 말이다. 술맛을 모르는 초급 알콜러지만 라오비어는 얼마나 맛있는지 알겠더라는!
신닷은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그런 요소들을 전부 갖춘 음식이었다. 구워먹는 고기와 함께 시원한 국물이라면 한국인들이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음식이 아닐까? 마지막에 당면도 넣어 먹으면 그 맛은 정말 최고. 여기에 쫀득쫀득한 스티키 라이스를 주문해 함께 먹으니 두 배로 맛있었다.
다시 이곳에 방문하면 난 제일 먼저 신닷을 먹으러 가겠다.
갑작스럽게 떠나게 된 루앙프라방 여행이어서 정신없었지만 그중 가장 기대했던 곳이 있다. 유토피아는 카페 겸 요가 클래스를 운영하는 곳. 아침 요가를 진행하고 있어서 참여하려고 했으나 하필 내가 방문했을 때 요가 클래스를 운영하지 않았다.
남칸강이 보이는 풍경, 물이 깨끗하지는 않았지만 평화로운 풍경들이었다. 여기에 맛있는 음식과 비어라오까지 더해지지 이보다 더 여유로울 수 없었다! 편하게 누워있을 수 있는 유토피아. 솔직히 좌석의 커버가 그렇게 깨끗한 편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뭐 어떠랴! 이렇게 편안한 곳에서 편안~ 하게 머무를 수 있는데! 날씨도 너무 좋고, 마음도 여유롭고, 가만히 누워 책도 읽고, 핸드폰도 보고 이렇게 저렇게 좋은 시간들을 보냈다.
이름처럼 지상낙원이 따로 없었던 곳. 가장 좋았던 곳 중 한 곳이다. 한 번 더 방문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서 다시 방문하지 못한 아쉬움을 살짝 남긴 채 루앙프라방 여행의 마지막 날을 보냈다.
여행 중 처음으로 해본 쿠킹클래스. 쿠킹클래스는 딱히 해보고 싶진 않았는데 같이 갔던 일행이 함께 하자고 해서 하게 되었다. 별 생각이 없는 줄 알았는데 쿠킹클래스의 시간을 자꾸만 기다리게 되더라는.
Tamnak Lao 쿠킹클래스에서는 음식 몇 가지를 보여주시고, 자기가 만들고 싶은 음식을 만들 수 있게 해주신다. 참여자가 2명뿐이어서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 수 있었다. 재료도 다 준비되어 있고, 레시피가 적힌 책을 나누어주셔서 보고 따라 하면 된다. 요리는 크게 어렵지 않았고, 금방 따라 할 수 있었다.
다 만든 요리로 저녁 식사를 하고, 그렇게 쿠킹클래스가 마무리되었다. 음식은 여느 음식점보다 훨씬 맛있었다. 스티키 라이스는 정말 맛있는 것 같다. 거기에 피시소스를 넣어 만든 고추장 같은 음식도 너무 맛있었다. 그렇게 맛있고, 배부르고 뿌듯한 식사를 마쳤다. 한 번쯤은 경험해보아도 좋을 듯.
루앙프라방 여행 중 머물렀던 숙소 Le Vang Bua Villa. 저렴한 가격과 만족스러웠던 룸컨디션으로 이틀 동안 편안하게 머물렀다. 조식도 맛있었고, 시내와는 조금 떨어져있는 곳이라 정말 조용했다. 동네 산책을 하며 이곳의 일상적인 풍경들을 엿보기도 했고. 가격을 생각하면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던 숙소였다. 시내에 나갈 땐 호텔 차량을 이용할 수 있으며 또 좋았던 점을 꼽으라면 숙소 바로 앞에서 탁발 행렬이 이어진다는 점.
나는 도저히 일찍 일어나는 건 힘들어서 6시 정도에 일어나 탁발 행렬을 보았다. 처음 보는 탁발 행렬에 조금은 긴장됐다.
라오스 사람들은 항상 어디서나 베푸는 삶을 지향하며 살아가는 게 일상화가 되어 있다고 한다. 부처님께, 스님들께 공양을 올리는 것을 라오스 사람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일상생활이며 탁발 문화는 이를 나타내고 있다. 루앙프라방의 탁발 수행문화는 세계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을 만큼 유명하다.
이른 아침부터 음식들을 한 아름 안고 거리에 나와 스님들께 나누어 주는 탁발 문화. 졸린 눈을 비비고 나와 이 장면을 바라보고 있으니 한편으론 무언가 탁- 맞은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하루를 시작하는 분주한 모습들.
그렇게 걷다 다리를 만났다. 양옆의 좁은 통로를 건너는데 정말 아찔할 만큼 무서웠다. 옆쪽으로는 오토바이가 다니고, 다리는 무척 낡아 보였고 삐그덕 소리가 나서 더욱 무서웠던 것 같다. 다리를 건너는 건 무서웠지만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몽실몽실한 구름과 끝없이 펼쳐진 남칸강. 이 아름다운 풍경을 좀 더 바라보고 싶은데 다리는 너무 무섭고, 발걸음은 떨어지질 않고, 그러는 찰나 동네 꼬마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다리 위에서 신나게 뛰는 게 아닌가. 내 걸음은 빨라졌다.
루앙프라방에는 장기 여행자로 보이는 여행객들이 많았다. 대부분 서양인들이었다. 호주에 사는 친구는 휴가를 한달정도 쓴다고 했다. 십일동안 호주 여행을 한적이 있는데 그때 만난 호주사람들마다 왜 이렇게 짧은 여행이냐며 안타까워했다. 카페에 앉아 책을 읽고, 맥주를 마시고 이곳의 생활에 익숙해 보이는 그들이 참 부러웠다. 루앙프라방은 정말 여유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도시인 것 같다. 언젠간 나도 이곳의 장기 여행자가 되는 날을 꿈꾸게 했다.
LUANG PRABANG FILM FESTIVAL!
포스터가 너무 예쁘길래. 야시장에서 느낀 거지만 이곳 사람들의 예술적 감각은 타고난 것 같다. 손그림과 수공예품이 너무 예뻤다.
따뜻한 햇볕이 들어오는 카페에 앉아 커피도 마시고! 어딜가나 내 노트북은 빠지질 않네. 애증의 노트북. 이쯤되면 나도 디지털 노마드가 아닐까 하하..
라오스에서 가장 활성화된 야시장. 다양한 먹거리부터 각종 기념품, 옷, 신발 등 정말 없는 게 없는 야시장이다. 구경하는 재미와 함께 흥정하는 재미도 있는 곳. 여러 가지 음식들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만낍 뷔페(약 1300원)는 여행객들에게 큰 인기였다.
야시장에서 과일 주스도 빼놓을 수 없다. 저렴한 가격으로 신선한 과일 주스를 먹을 수 있다는 점! 망고주스는 정말 맛있었다.
수공예품과 원피스, 차, 커피 등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다양한 상품들이 나란히 놓여있어 구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보이는 물건들마다 왠지 라오스에 다녀간 기념으로 간직해야 할 것만 같았다. 특히 잎차가 담긴 파우치에 그려진 그림들 때문에 나는 차를 한 아름 구매해왔다. 근데 차는 정말 가공되지 않은 그대로를 판매하고 있다. 그냥 기념으로 간직하면 좋지만 차를 마시겠다는 용도로써는 부족하다. 팁 아닌 팁이랄까?
북적북적한 야시장 속에서 여러 나라 사람들이 모여 이곳의 문화를 나누었다. 여기저기서 가격을 흥정하는 목소리와 흥겨운 사람들의 대화들로 풍성한 온기를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따뜻한 기억들로 가득한 루앙프라방 여행. 이렇게 2박 3일 동안의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어느 곳이나 여행을 다녀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어진다. 유독 그 마음이 더욱 진하게 남았던 곳. 이곳이 지닌 순수함을 다시 만나러 다시 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