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에 있을 때다. 디자인팀 소속에서, 광고팀으로 부서 이동이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오래된 신문 광고가 익숙해 디지털, 온라인광고를 해야 하는 건 알고 있지만 선뜻 시도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오래된 신문사였다. 그 속에서 디지털 광고팀이 새로 생긴 것이고, 디자이너로써 내가 투입된 것이다.
7층에서 5층. 딱 두 개의 층으로 나는 부서 이동을 했고, 같은 회사지만 확연히 차이 나는 조직문화로 마치 새로 입사한 느낌으로 부서 이동을 했다.
새로 맞이하게 된 나의 팀장님은, 50대 중반에 꽤나 조직에서 권위가 있으셨고, 그런 팀장님과 다소 어려운 영업차장님, 부장님 속에서 편할 리가 없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완전히 바뀌게 된 것이다.
아직 정착되지 않은 새로운 온라인 광고형태를 만들어 간다는 것. 한번 해보고 싶은데?
마음으로 부서 이동을 했고, 이미 팀의 분위기나 흐름은 얘기를 들었기에 대략 파악하고 있었지만, 눈앞에 즉각 보이는 그 적막한 공기에, 사실 자리 이동을 하는 첫날부터 이내 후회가 된 건 사실이었다.(내가 지금 무슨 선택을 한 거지?)
새로 팀이 생긴 것이기 때문에, 팀원 세팅이 많지 않았다. 디자이너인 나. 그리고 전체적인 기획을 맡는 기획자 겸 카피라이터. 우리와 함께하시는 차장님. 그렇게 셋. 우리는 같은 공간 조금은 결이 다른 눈에 띄는 팀으로 존재했다.
팀장님은 어떠한 터치도 없으셨다. 유일한 디자이너였고, 팀장님도 오래 조직생활을 하시면서 디자이너 팀원은 처음이셨을 것이다.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방관을 의미하기도 했다. 실제 작업자 외 함께 일하는 차장님께서 굉장히 고생을 많이 하시긴 했지만, 그랬기에 우리는 각자의 역할에서 알아서, 스스로 재미있게 일을 하려고 노력했었다.
외롭기도 하고 보수적인 곳에서 작은 일탈을 시작했다. 적어도 5층 여기서는, 우리는 ‘크리에이티브’ 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시기에 따라 업무가 폭발적으로 몰리기도 했고, 하나의 광고가 오픈되고 나면, 조금 여유를 찾기도 했다. 이렇게 조금의 여유가 있을 때, ‘디자인영감’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을 하려면 리프레시가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점심시간 그리고 한두 시간을 더 이용해 작은 일탈을 시작했다. 물론 팀장님 오케이 사인 아래 말이다.
전시를 보러 가기도 하고, 책을 보러 서점에 가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을 업무시간에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회사 내에서 이게 어떻게 가능한 것이었는지 모르겠다. 그것도 이 보수적인 회사에서 말이다.
물론, 여기에는 우리가 하는 업무에 대한 완성도나, 약속된 일정 기한을 꼭 지키는 것을 암묵적으로 가져갔다. 어느 정도 같이 일을 하며 호흡을 맞췄기에, 이 프로젝트는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되겠구나, 어느 정도의 클라이언트 컨펌이 이루어지겠구나 파악을 하고 있었다.
이때부터였다. 자율성이 있다면 책임감도 따른다는 것을. 자율성이 주어진 만큼, 나에게 주어진 직무에 대한 것도 책임감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UIUX디자이너인 나는, 1년 6개월 정도의 광고디자인을 경험했다. 이 시간이 나의 길에 많은 영향을 주기도 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광고팀 디자이너로 제안을 받았었고, 다양한 클라이언트를 만났고, 디자이너로서 빠질 수 없는 퀄리티에 대한 욕심. 디자인에 대한 명확한 주관은 가지되, 전체적인 우리가 세운 목표. 특히 매출에 영향이 많은 환경이라, 이 프로젝트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요소인지에 대한 판단.(릴리즈목표, 퀄리티,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 개발요소 등) 하나하나의 프로젝트에서 소구점을 명확하게 알고 진행했던 것. 이 모든 게 경험이 되었다.
결론적으로 후회 없다. 후회 없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도, 결이 다른 외로운 팀이었기에 우리끼리 똘똘 뭉쳤던 것도, 작은 일탈도, 그랬기에 의지했던 동료와의 이별도, 혼자 남은 내가 버텼던 일도 뭐 하나 평범하지 않았다.
지금은 느낄 수 없는 그때의 일탈이 가끔 그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