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철호 Feb 12. 2020

함백산 목화솜

함백산 목화솜



워메 워메 

울 엄니 좋아하겄네


큰 누이 시집 밑천으로

목화 농사 지었더니

배고파 배고파서

다래 단물 빨던 막둥이 놈


맘고생으로 주름 느신 울 엄니


목화가 목화가 

원 없이 원 없이도 

이렇게나 영글었으니


워메 워메

울 엄니 좋아하겄네




가난하게 지냈던 어린 시절 

배가 고파서 목화꽃이 지고 막 영글은 열매인 다래를 어른들 몰래 따먹곤 했었다.

겨울을 준비해야 했던 어른들에게는 그것이 시름 거리였었다. 야단을 치고, 문둥병에 걸린다고 하면서까지 못 먹게 했던 열매였지만, 먹을 게 없던 그 시절에는 달고 상큼한 다래 맛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그때의 어머니가 이 겨울 함백산의 목화솜 같은 눈꽃들을 보셨더라면 시름없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쉼표가 필요한 날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