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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녁이 Jun 19. 2018

걱정가게와 행복가게

어쩌다 우리 집에 이렇게 걱정이 많아졌을까?




옛날 옛적, 우리 동네에는 걱정을 파는 가게와 행복을 파는 가게가 있었어.

걱정을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어디 있니? 다들 행복만 샀지. 게다가 행복은 물보다 쌌거든.

하도 장사가 안 되니까, 걱정 가게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어.

그러다 답을 찾아냈는지, 가게 이름을 걱정 가게에서 '성공 가게'로 바꿨지.

그때만 해도 성공이 뭔지 아무도 몰라서, 사람들은 성공이 뭘까 궁금해했지.

성공가게가 된 걱정 가게는 돈을 많이 들여 광고를 하기 시작했어.


"여러분 모두 한번쯤은 그런 생각을 해 보셨을 겁니다. 내가 행복, 기쁨을 사 왔을 때 뭐가 달라진 거지?"


아무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없지만 상관없었어. 이제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던 것 같았거든.


"특히 행복 말입니다. 행복을 가진다고 무엇이 달라집니까? 전과 그대로인 삶을 살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희는 바로 <성공>이라는 것을 만들었습니다! 성공이란 바로 여러분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품입니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요! 누구나 가게에서 사면 그뿐인 것, 그걸 어떻게 가치 있다고 할 수 있습니까? 진짜 가치 있는 것은 쟁취하는 것이고, 스스로 발견하는 것입니다! 저희의 <성공>이 여러분의 쟁취를 도와드릴 것입니다! 성공이야말로 여러분의 삶 자체를 바꿔주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감동했고 집에 두었던 행복들을 모두 개천에 버려버렸어.

그리고 진정 가치 있는 무언가를 위해 각자의 싸움과 노력을 시작했지.

사람들은 성공을 열심히 사 오기 시작했어. 그건 사실 모두 걱정이었지. 시간 걱정, 돈 걱정, 스스로의 능력에 대한 걱정들.

걱정 가게, 아니 성공 가게는 다른 많은 것들을 함께 팔기 시작했어. 마침내는 <행복>의 성공 까지도.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은 것에 성공해야 했어. 결국 무언가를 원할 때마다 걱정을 가져야 하게 되었지.

그래서 성공으로 포장된 걱정들이 정말 원하는 걸 얻게 해줬느냐고?

글쎄, 나 성공했다는 사람은 봤어도, 걱정에 깔려 죽었다는 사람은 못 봤으니까, 그런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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