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살면 날짜 감각이 없어진다고들 한다. 쳇바퀴 돌듯 돌아가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월요일에는 출근을 하고 수요일에는 학원을 가고 토요일에는 알바를 할 뿐 오늘이 몇 일인지에 대한 지각이 없는 것이다. 앞으로의 월요일에는 계속해서 가게 문을 오전 열시 반에 열어야 할 거고, 앞으로의 목요일에는 오후 세 시에 전공 수업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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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여행을 하면 요일 감각이 사라진다. 날짜 감각은 생생하다. 2일 오후 두시 십사분에 비엔나 행 기차에 올라야 하고 6일에는 두시 사십분에 이스탄불 행 비행기를 타야 하니 열두 시까지는 공항으로 가야겠다 하는 스케줄들이 있어서 날짜와 시간은 칼같이 챙겨야 한다. 그렇지만 일요일과 월요일 수요일과 토요일 모두 숙소 문을 열고 나가 공원을 걷고 기차를 타고 그림을 보고 커피를 마시는 일은 같다. 저마다의 요일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나는 나의 날짜를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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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주말에 착륙하는지 평일에 착륙하는지 굳이 찾아볼 생각도 하지 않던 나는, 한국에 돌아온 이튿날 다시 요일 감각을 되찾았다. 쓰레기 봉투를 정리하며 오늘 저녁에 이것을 내다놔도 되는지 안 되는지를 생각하면서.
<2019.01.10, ICN Itn'l Air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