걍 맞는 시간으로 예매했는데 더빙이라 족금 당황했다. ㅋㅋㅋ
스포있음.
저번에는 자막으로 봤던터라 자막이랑 더빙 차이를 비교해가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일단 시작 전 상영하는 단편도 '토끼굴' 이라는 제목이 자막으로 나오는 게 아니라 일러스트와 톤 맞춘 한글 타이포로 나왔고 (이때까진 더빙인지 눈치 못챔ㅋㅋㅋ 핵멍청)
또다시 보면서 발견한 몇가지 다른 점들을 꼽ㅇㅏ 보자면,
• 22의 방 벽에 붙어 있는 멘토 이름표들에 '현주'라든가 '지은' 같은 한글 이름들이 보인다. 더빙판이라 그런건지, 아님 자막판에서도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 the Great Beyond로 향하는 길에서 한국어 대사로 나오는 '내 바지 어딨어?!'는, 더빙판에서는 한국어가 아닌 또다른 외국어로 나온다.
• 조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수선집 간판도 한국어로 바뀌어 나온다. 이것 때문에 자막판에서 소소한 즐거움과 반가움을 선사해주는 브루클린의 '호호만두' 간판이 더빙판에서는 그럭저럭한 무게감으로 지나간다.
• 테리의 목소리에 여성성이 조금 더 더해졌다. 원작에서 아주 중성적인 테리의 목소리가 이 영화의 강력한 매력요소들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아쉬웠음. 원작보다 테리의 성격적 특징이 두드러지지 않기도 했다.
• 자막판에서는 문윈드와 그 친구들이 '국경없는 ~' 이라는 이름으로 나와서, 국경없는 의사회 패러디인 걸 단박에 눈치채도록 하는데,더빙판의 문윈드 대사는 '우리는 경계없는~' 이라고 해서 어째서 자막판과 다른 이름을 사용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 Hell을 H.. e.. and double hockey sticks?! 라고 귀여운 유머를 사용한 자막판에서와는 달리, 더빙판에서는 지옥을 단순히 '지읒.. 이.. 이응.. 오.. 기역.. 인가요?' 라고 처리한다. 비스무리한 유모어~를 사용했더라면 더 좋았을걸. 그치만 시간에 쫓기는 영화번역 특성상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쓰기엔.. 넵.
• Quite coyote 할때 제리의 손모양을 보고 ㅋㅋㅋ 너 완전 zzㅏ증나 ㅇ여우같은 Girl~이 생각나서 속으로 풉 했다
• 자막판에서 보겐슨 박사의 명찰에 움라우트가 쓰여 있었는데, 명찰을 전부 한글로 쓰다 보니 그런 이국적인 알파벳만으로 줄 수 있는 느낌이 뭉뚱그려져 아쉬웠음 (물론 한국에 보겐슨이라는 성이 있는건 아닙니다만)
• 아프리칸 아메리칸 사회의 문화나 어투 등 덕분에 소울은 더 재미있다. 근데 뭐 한국어로 그런 걸 살리긴 불가능하고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를 딱 한 번만 봐야 한다면 자막판을 고르겠다고 생각했음.
• 자막판에서는 22가 '중년 여성 목소리'로 말하는 것에 대해서 ㅎㅎ 짜증나라고 이 목소리를 사용해~ 라는 느낌이었는데, 더빙판은 '조 가드너의 목소리'를 따라한 다음 응~ 짜증나라고 따라해 봤어! 라는 식으로 이해된다. 전개상 문제는 없지만 장면 자체의 의미가 달라져버림! 애초에 자막판과 더빙판의 22는 성격이 아예 다른 캐릭터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심지어 자막판에서는 서로 반말하는데 더빙판에서는 22만 조한테 존댓말 함.. 이거 뭐 X파일인가요?
• 테리가 문서를 뒤적거리는 장면에서, 자막판은 "so many Garcias.."라고 해서, 히스패닉, 라틴계 덕분에 가르시아들이 많은 것+스펠링 순서 상 Garcia 다음 Gardner가 나오기 때문에 가드너를 찾기 직전 수많은 가르시아들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 함축된 정말 재밌는 한 줄이었다고 생각한다. 반면 더빙판에서는 가르시아들이 너무 많네 라고만 하여서, 현지화도 안되어 있고 조 가드너 전에 가르시아가 나올 수도 없기 때문에.. 좀 더 고민해서 초월번역 해도 괜찮았을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자막판과 더빙판을 비교해보면 '중딩인데요' '삘 받아서'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등과 같이 한국적인 줄임말, 유행어, 신조어 등을 많이 사용함으로써 현지화한 부분들이 많은데 유행어로 현지화하기보다는 이런 재밌는 대사들을 잘 활용해봤더라면 더 좋았지 않을까 싶다. 문화적 배경까지 번역하긴 어려우니 그럴 수 있지만~ 이런 부분들은 놓치고 유행어 등으로 영화 분위기는 깨고 현지화도 어물쩡 하는 번역은 조금 많이 아쉽다.
소울 자막판과 더빙판의 차이 이외에도 2차관람을 하면서 또 생각했던 것들은:
• 조가 피아노를 치는 그.. 메인 씬에서, 첫 관람 때는 조가 직접 자신의 영혼으로 겪은 것은 아니지만 22가 조의 몸 속에서 겪은 일을, 조가 자신의 몸으로 돌아간 다음 자신이 직접 겪은 것처럼 느낀다는 것을 보여 준 연출에 정말 감탄했다. 그래서 울컥 찔찔찔 우느라 사소한 부분들에는 집중할 수 없었는데, 두 번째에서는 단풍나무 씨앗이나 조 어머니의 실타래 외에도 떼어주고 남은 베이글이나 메트로카드와 같은 것들에 집중할 수 있었다. 22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일상적인 것들 또한 스파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설명한 요소라고 생각했다. 일상적일수록 익숙해져 잊기 쉬운데.. 단풍나무 잎은 조금 특수한, 영화적인 이벤트라면, 매일같이 먹는 식사에 해당하는 베이글이라거나 매일같이 통과해야 하는 대중교통•반복적인 일상에 해당하는 메트로카드 같은 요소들이 <소울>이 말하고자 하는 메세지에는 더 가깝게 닿아 있다고 느꼈다.
• 영화 내에서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장면이 몇 번 나오는데, 나머지는 전부 미국이 보이는 반면 (맨하탄 쪽이 보일 때도 있고 마이애미 쪽이 보일 때도 있고.. 또 있었는진 기억 안남) 통행증이 생긴 22가 지구로 떨어질 때는 아시아가 보인다. 조와 손잡고 떨어질 때는 동아시아가 전체적으로 보이다가, 손을 놓고 통행증 목걸이에 이끌려 멀어져가는 22를 보는 장면에서는 대충 인도 북부, 방글라데시, 네팔 요 부근으로 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특정 직업군이나 활동에 큰 흥미를 보이지 못했던 22는 처음 병원 밖으로 나왔을 때처럼 뉴욕과 같은 대도시들에서는 오히려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물질문화와는 무관하게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에 부탄, 방글라데시 등의 국가가 선정되는 것은 그들이 추구하는 행복이 22의 스파크와 닿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일상적인 것에 스파크를 갖고 있는 이들은 지치지 않을 것이고 그것이 또다시 인생에의 원동력을 제공한다. 한때 인도 여행이나 네팔의 ABC로의 여행이 일상의 소중함을 발견할 수 있는~ 그런 걸로 한창 떴었는데 (코로나 영향을 제외하면 아직 가라앉진 않은듯) 그들 나름대로 고충이 있겠지만서도 22가 그짝에서 태어나게 된다면 참 잘 어울리고 행복할 것 같다. 잘 지내고 있겠지?